[세상보기] 도시 탐방(Paris)

정우경 화가 2024. 4.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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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경 화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3년간의 길고 엄격했던 여행 규제가 완화된 직후인 2022년 8월 29일, 기대와 설렘을 안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Art Fair에 참여하기 위해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마스크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뚫고 오랜만에 맡아 보는 공항 냄새와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한 터미널의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10박 11일의 여정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14시간 비행 후 입국과 동시에 놀라웠던 풍경으로는 여전히 우리에겐 공포의 대상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이 애초에 없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그 누구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버스나 지하철 대중교통 대부분에 에어컨이 없다. 프랑스 여름 평균기온이 우리나라보다 낮다고는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도 더운 날씨였음에도 승객들 모두 당연한 듯 짜증을 내거나 불편해하지 않아서 놀랐다.

호텔에 묵는 대신 전시장과 가까운 가성비 좋은 숙소를 택했던 탓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 없이 선풍기 하나로 버텨야 한다는 사실에 잠시지만 남편을 원망도 했었다.

100년도 넘은 건물에 엘리베이터는 물론이고 에어컨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고 나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프랑스는 물론이고 유럽 전역에는 오래된 건축물의 각종 규제와 건축물 구조상 대안이 없고 특히 유럽인들이 에어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비싼 전기요금, 그보다 습도가 높지 않아 햇빛만 가리면 시원한 지정학적 요인이 제일 큰 이유다.

프랑스에 체류하는 동안 우리 부부가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공중화장실이 부족함을 넘어 아예 없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심각한 현실을 겪은 일이다.

우리나라는 화장실이 공공시설이라는 개념이 강해 국가에서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다.

지하철역, 공원, 심지어 다중이 밀집한 백화점에도 공중화장실이 없다.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어떻게 화장실이 없을 수가 있지?

프랑스의 화장실 부족 문제를 자세히는 알 수 없어도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현실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쉽게 풀기는 어렵지 않을까?

카루젤 뒤 루브르에서 진행된 4일간의 Art Fair를 많은 관람객의 관심과 호응으로 성공리에 마치고 본격적으로 프랑스 곳곳을 누비며 도시 탐방에 나섰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원형의 벽면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모네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동과 전시장 중앙의 긴 의자에 앉아 몸만 돌리며 이 거대한 크기와 아름다움은 나를 안아주는 듯한 착각이 들게 했고 천장에서 들어오는 햇빛과 타원형이 주는 편안함이 우리를 오래 머물게 했다. 모네는 비슷한 구도와 장소에서 그림을 그렸고 한 장면을 빛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다른 시간 다른 인상을 연구했다. 선명한 수련작품에서 형태가 모호한 작품을 수련 연작과 풍경에서 볼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에 입장 전 동선을 철저히 준비했음에도 워낙 넓어서인지 잠시 갈팡질팡하기도 했지만, 밀로의 비너스, 뱃머리 위에 올려진 니케 조각상, 다빈치의 모나리자,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 잔치,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이루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명작과 명화를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늘 함께해주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결혼 35년 소중한 친구 같은 사랑하는 남편께 이 기회를 빌려 감사함을 전한다.

센강에서 크루즈 타고 보는 파리의 풍경은 더 강렬하고 위대해 보였다. 오르세 미술관을 지나 나폴레옹 대관식이 있었던 역사적인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4월에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한 복원 작업이 한창이었다. 역사와 함께한 건축물들 사이로 높이 솟은 에펠탑, 사크레쾨르 대성당, 퐁뇌프 다리 등 보는 곳마다 박물관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어두운 밤 몽파르나스 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화려하게 반짝이는 에펠탑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으리…. Goodbye~ Paris! 정우경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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