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지지층의 연합전선은 계속될까?

신수현 2024. 4. 2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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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비례대표 개표 결과를 투표구 단위로 분석한 결과 거대 양당 지지층의 계급투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반면 조국혁신당 지지층은 더불어민주연합 지지층과 다른 경향을 보여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4월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후 피켓을 들고 대검찰청 앞을 행진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제22대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선된 후보들의 면면이 부각되지만, 이번 총선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각 지역에 집중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총선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비례대표 개표 결과였다. 개별 투표구의 유권자들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성향을 보였을까? 좀 더 해상도 높은 분석을 위해 서울 지역 총 2257개 투표구의 비례대표 개표 결과 데이터를 자산 데이터와 함께 살펴보았다. 선거구 단위(총 48개)로 분석하는 것보다 ‘동네별’ 경향성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투표구 단위 데이터 분석은 사전투표 데이터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서울 전역의 경향성은 짚어볼 수 있다.

우선 이번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계급선거’의 경향성을 뚜렷이 관찰할 수 있다. 각 투표구의 평균 주택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지지 성향이 나뉘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그림 1〉을 살펴보자. 각 투표구에서 국민의미래가 받은 득표율은 빨간색 점으로, 더불어민주연합(민주연합)이 받은 득표율은 파란색 점으로 표기했다(투표구마다 점이 두 개씩 찍힌 셈이다). 가로축은 해당 투표구의 평균 주택 가격(억원)이다. 평균 주택 가격이 높은 투표구일수록 국민의미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반면, 민주연합의 지지율은 낮게 찍힌다. 이것은 해당 투표구가 ‘어느 구’에 위치하느냐와 별개의 지점이다. 예를 들어 구(지자체) 또는 선거구(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높더라도, 이 지역 특정 고가 아파트 동네(투표구)에서는 국민의미래 득표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비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는데, 실제로 데이터에서도 유의미한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

 

혹시 이런 경향성이 ‘일부 비싼 아파트 때문에’ 튀어 보이는 것은 아닐까? 서울 지역 전체 투표구의 90%는 평균 공시가격이 10억원 이하다. 〈그림 1〉에서 10억원 이하 구간만 잘라서 보더라도 동일한 경향성이 유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지역구 후보 득표에서도 이어지는데, 과거 선거에서 꾸준히 반복되어온 결과다(〈시사IN〉 제864호 ‘10년 만의 부동산 침체, 서울 선거에 미칠 영향’ 기사 참조).

그런데 이번 총선, 특히 비례대표 선거에서 또 다른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바로 조국혁신당의 존재다. 조국혁신당에 대한 각 투표구 지지 성향을 표시한 〈그림 2〉를 살펴보자. 조금 전 민주연합 지지율 그림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부동산 가격(평균 공시가격)과 득표율 간의 상관관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표구 다수가 밀집해 있는 평균 공시가격 10억원 이하 구간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는 지지층의 성격, 혹은 선택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 모두 범야권으로 한데 묶인다. 두 정당 지지층은 막상 지역구 의원을 선택할 때에는 한 몸처럼 움직였다. 선거구별로 민주당 후보의 지역구 선거 득표수는 민주연합·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선거 득표수 합산과 거의 동일하다. 이렇듯 범야권 지지 유권자들은 민주당과 거의 일체화된 투표를 보였지만, 비례 선택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지도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

서울 내 투표구 가운데 약 80%는 기본적으로 민주연합 득표율이 조국혁신당 득표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서울 전체 합산 데이터도 민주연합은 26.23%, 조국혁신당은 22.87% 득표율을 기록했다. 다만 일부 투표구에서는 민주연합 득표율보다 조국혁신당 득표율이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그림 3〉은 조국혁신당에 대한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더 강했던, 예외적인 투표구 480개를 표시한 결과다. 각 투표구에 칠해진 색이 진할수록 조국혁신당 득표수가 더 많은 지역이다.

그림 속에서 여의도(영등포을)부터 송파갑 선거구까지 이어지는 한강변 지역과 종로, 은평뉴타운, 상암동, 목동, 강동구와 노원구 일대에서 조국혁신당이 민주연합보다 강세를 보이는 일종의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다. 지도를 통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대개 주택 공시가격이 높고, 민주당 지역구 후보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약세를 보인 곳이다.

이는 범야권 지지층 내에서도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유권자층이 병존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적어도 2024년 4월10일 실시한 제22대 총선에서는 두 그룹이 매우 강하게 결속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두 정당, 또는 두 정당의 지지층이 개별 사안에 대해 계속해서 동일한 선택을 내릴 것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선거 결과는 정당 입장에서 ‘오답노트’이기도 하다. 오답노트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다음 선거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을 터이다. 다음 선거(2026년 지방선거)까지 겨우 2년 남았다. 투표구를 기반에 두고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 분석하는 일은 향후 각 정당이 큰 방향을 잡고 지지층을 다져가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개별 유권자 처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가 나와 같은 정당을 지지했느냐만큼, 누가 나와 다른 정당을 지지했느냐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정치 성향이 아무리 다르더라도, 함께 살아야 할 ‘동료 시민’의 정치적 의사를 막연한 추정이 아니라 구체적 근거를 통해 이해해볼 필요가 있다.

신수현 (도시 데이터 분석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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