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태원발 코로나 확산 때 클럽 방문자 정보 수집은 기본권 침해 아냐”
코로나19 초기 서울 이태원 소재 클럽발 감염자가 확산하자 정부가 통신사 기지국을 통해 해당 장소를 방문한 사람들의 정보를 수집한 것은 개인정보 침해가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질병관리청장 또는 시·도지사가 감염병 예방 및 감염 전파의 차단을 위해 감염병 의심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감염병예방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고 지난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관련 헌법소원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0년 4월 이태원 소재 클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산해 보름 동안 전국 누적 확진자가 153명으로 늘어나자 방문자 정보 수집에 나섰다.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도움을 받아 통신사를 통해 이태원 소재 클럽 방문자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는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코로나 검사 안내문자를 보냈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는 코로나19 대응을 이유로 이태원 방문자 1만여명의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 정보를 요청하고 수집·처리한 행위가 위헌이라며 2020년 7월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냈다.
헌재는 개별 정보수집 처분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허용돼야 한다는 점을 짚으면서도 신종 감염병에 맞는 전문적인 판단은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신종 감염병의 경우 감염 경로와 증상 및 위험성, 전파 방지를 위한 방역조치의 형태나 범위, 강도 등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보건당국이 다양한 상황에 적합한 방역조치를 신속하고 적절하게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인적 사항에 관한 정보를 이용한 효과적인 방역대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손실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 공익의 혜택 범위와 효과가 광범위하고 중대하다”며 “청구인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와 참여연대 등은 논평에서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도 기본권 제약은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비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헌재의 이번 결정은 방역 필요성에 치중해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침해를 정당화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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