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올인하는데 韓 민간투자 5%만…K-딥테크 육성 비책은

김태현 기자 2024. 4.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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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K-딥테크 르네상스]
[편집자주]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팍스테크니카(Pax Technica·기술패권) 시대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되는 딥테크 산업이 패권 경쟁의 핵심 분야로 떠올랐다.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는 [K-딥테크 르네상스] 연중기획을 통해 K-딥테크의 현주소와 육성 방안을 전방위로 조명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딥테크는 미래 산업 기반이자 경쟁 우위의 가늠자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4 키플랫폼'(K.E.Y. PLATFORM 2024) 특별세션3'에 참석한 일바 스트랜더 스웨덴 기술혁신청 혁신경영부 책임자는 딥테크(Deep Tech)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이른바 팍스테크니카 시대에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딥테크 분야에 획기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딥테크' 용어는 2014년 등장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로펠(엑스)'의 공동 창업자인 스와티 차뚜르베디가 제안했다. 그는 기존 시장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연구개발(R&D) 기반의 비즈니스모델(BM)을 딥테크로 정의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딥테크는 글로벌 경제 각 분야를 뒤흔들고 있다.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충격파를 던진 이후 AI 반도체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격화됐다. 일본은 딥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10조엔(약 88조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정책지원자금 의존도 높은 한국…민간투자 딥테크 비중 5%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한국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2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벤처투자 호황기이던 2021년 이후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40조원 가까운 돈이 투입됐다. 그러나 2022년 기준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23곳 중 딥테크 기업은 단 3곳에 그쳤다. 각각 메가존클라우드(클라우드), 아이지에이웍스(빅데이터), 에이프로젠(바이오)이다.

한국과학기술지주(KST)에 따르면 2023년 말 국내 딥테크 관련 기업 수는 488개로 미국(2만2910개), 중국(9935개), 일본(1718개)보다 현저히 적은 숫자다.

딥테크 스타트업은 기존 스타트업과 비교해 '데스밸리(죽음의 계곡·창업 3~5년차 기업이 겪는 경영난)'가 더 길고 깊은 반면 국내 딥테크 투자는 소극적인 걸로 평가된다. 2016~2020년 기준 각국 민간 벤처투자 중 딥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스라엘 20%, 미국 18.7%, 영국 15.6%인 데 비해 한국은 5%에 불과하다.

딥테크는 연구개발(R&D)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대개 3년 투자하고 4년 이내 회수하는 일반적인 국내 민간 벤처투자사의 패턴으로 이 과정을 인내하긴 어렵다. 정부도 이 점을 고려, '초격차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통해 딥테크 육성에 나서고 있다. 민간 벤처투자사가 먼저 투자하면 정부가 매칭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딥테크에 대한 민간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도 포함했다. 기술사업화에 필요한 사업화 기획, 제품화, 시험·인증 등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에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은 일반 스타트업과 비교해 정책지원자금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중기부의 '2021년 벤처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딥테크 스타트업의 신규 조달 자금 중 정책지원자금이 69.4%다. 일반 스타트업은 이 비중이 62.2%였다.
창업부터 엑시트까지…기업 생애주기 품은 장기·대규모 투자 필요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본부장, 김종갑 글로벌 디지털 혁신 네트워크 이사장 겸 대표이사,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 대표이사, 타하 사란 튀르키예투자청 한국지부장, 윤기동 한국과학기술지주 본부장&전무, 이상희 센드버드코리아 대표이사, 필립 빈센트 플러그 앤 플레이 재팬 대표, 일바 스트랜더 스웨덴 기술혁신청 혁신경영부 책임자가 26일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2024 키플랫폼' 총회에서 패널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하지만 딥테크 스타트업이 충분한 투자를 받고 스케일업에 나서려면 정부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적절한 시점에 민간 투자를 받지 못하면 기술을 제대로 사업화해보지 못하고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스타트업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는 패키지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치호 KST 대표는 2024 키플랫폼에서 "딥테크 스타트업은 시리즈A, 시리즈B 등 매 단계마다 성과를 보여주기 어렵다"며 "매번 창업자가 돌아다니면서 투자를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 벤처투자사, 정부 출연연구기관, 창업기업 등이 머리를 맞대 기술사업화 단계부터 스케일업까지 각 단계마다 예상투자금과 마일스톤을 정하고, 이에 필요한 대규모 장기 투자펀드를 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대표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국내 100대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은 1000조원에 달할 정도로 자금력이 풍부하다"며 "실증사업(PoC) 방식으로 딥테크 스타트업이 스케일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활성화 역시 종합적 전략이 요구된다. 윤기동 KST 창업기획본부장은 "딥테크 사업 아이디어 발굴부터 팀 빌딩, 창업기획, 초기투자, 엑시트(투자회수)까지 기업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벤처스튜디오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바 스트랜더 책임자는 딥테크에 국가 경쟁력이 달렸다며 "유럽 최북단 작은 나라 스웨덴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기술 혁신만으로는 안 된다. 기업, 정책, 인프라 모두 혁신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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