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리와일딩! 텃밭과 야생의 연결

관리자 2024. 4.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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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와일딩(rewilding). 우리말로 '재야생화'를 뜻한다.

올해 새로 기획한 '리와일딩! 텃밭과 야생의 연결'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텃밭과 야생을 연결하는 과정을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지만 촘촘한 생명의 그물에 엮여 있는 무수한 종들에게서 나오는 화음을 듣는 시간일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을 목표로 자연의 흐름을 읽는 농부의 맥락에서 재야생화를 바라보고 생태 복원을 안내할 수 있다면 농산촌의 지속가능성이 한걸음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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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와일딩(rewilding). 우리말로 ‘재야생화’를 뜻한다. 올해 새로 기획한 ‘리와일딩! 텃밭과 야생의 연결’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한달에 한번 숲을 거닐며 일깨우는 생태 감수성이 농촌 곳곳, 우리네 경작지에도 물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여 성사된 프로젝트이다.

농민, 학교텃밭 강사, 귀촌인, 일반인 등 15명의 다양한 참가자가 모였다. 농번기에 잠시 멈춰 생강꽃을 따서 차로 만들어 마시고, 얼레지꽃과 눈 맞춤을 하며 그림으로 남겼다. 몇몇은 애써 권하지 않아도 신발을 벗고 맨발로 숲길을 걸었다. 고들빼기 뺨치게 맛있다는 뽀리뱅이와 물에 넣으면 푸른빛이 도는 물푸레나무, 습한 바위에 수백·수천년 전부터 자리 잡았을 지의류와 이끼류까지. 숲을 걸으며 곳곳에 다른 역사를 지닌 흙 내음을 맡았다.

지구상에 산림을 제외하고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흙의 용도는 농지다. 인간·자본·기술 중심의 농경문화에 재야생화 작업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까닭이다. 사실 전통 방법을 비롯해 관행농업까지 농사라는 행위는 종종 자연의 방식에 등을 졌다.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농경방식의 하나인 화전(火田)은 산이나 숲을 불태워 경작지로 바꿨다. 화전으로 산림은 감소되고, 토양은 유실됐다. 울창한 덤불숲이 터전이었던 생물들의 먹이사슬은 점차 약해졌고 멸종됐다.

그렇다고 농부에게 야생이 개척·개간의 대상만은 아니었다. 야생은 유전적 다양성을 간직한 씨앗 보물 창고이자, 스승처럼 땀 흘리는 노동 없이도 주렁주렁 열매를 맺는 식물의 비밀스러운 공생법을 알려줬다. 더구나 숲속 방선균의 상쾌한 향기는 농부에게 본래의 흙을 살리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실제로 영국의 ‘자연을 위한 농지의 방치와 야생 서식지 조성’ 연구 프로젝트는 10년간의 장기 실험을 통해 평균 수확량 감소 없이 생물 다양성을 증가시켰다고 확인해줬다. 이처럼 야생을 야생으로 남겨두거나 농경지 일부를 야생으로 복원해 마치 숲처럼 미생물 놀이터를 만드는 일은 당장의 경제적 논리 앞에서 굴복할 차원의 일이 아니었다. 만일 농부가 자연과 공존하기로 결심해 순환의 굴레에 동참한다면 흙이 달라질 것이다. 흙이 달라지면 자라는 식물 생태계가 다양해지면서 균형을 찾아가는 회복탄력성이 강화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촌사람은 농부와 약초꾼으로 밭에서 일하지만, 철마다 숲을 찾아 먹거리를 얻는다. 특히 이맘때 숲에서 산나물을 채집할 때는 더욱 감사한 마음이 차오르는데, 그 이유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깊은 관계 속에 포근하게 감싸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대표적 귀촌 영화인 '리틀 포레스트'에서 ‘포레스트(forest)’는 숲이 아니다. 상징적 공간으로 평범한 농촌 마을에서 쉼을 챙기며 주인공 마음속 작은 숲을 가꾸는 이야기이다. 텃밭과 야생을 연결하는 과정을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지만 촘촘한 생명의 그물에 엮여 있는 무수한 종들에게서 나오는 화음을 듣는 시간일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을 목표로 자연의 흐름을 읽는 농부의 맥락에서 재야생화를 바라보고 생태 복원을 안내할 수 있다면 농산촌의 지속가능성이 한걸음 가까워지지 않을까.

박효정 농부와 약초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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