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외국인의 ‘K뷰티 성지’… 신사동서 홍대로 세대교체
26일 서울 동교동에 있는 한 퍼스널 컬러 진단 전문점. 입구에 외국인 손님 3~4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곳에선 머리칼과 눈동자, 피부색에 맞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과 화장품 색이 무엇인지 진단해준다. 보통 한 시간에 6만~7만원가량 받는다. 블랙핑크 같은 유명 K팝 가수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하면서 외국인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다. 업체 관계자는 “작년부터 미국·홍콩·대만·싱가포르 등에서 예약 손님이 찾아온다”면서 “많을 땐 한 달 300여 건씩 예약이 몰린다”고 했다.
같은 날 동교동 올리브영 홍대타운점. 이곳은 다른 올리브영 매장에 없는 코너가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특히 많이 찾는 홍대 특성을 고려해 아예 ‘K뷰티 나우존’을 꾸며 놓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화장품을 살 때 AI 통역기를 빌려 쓸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브로딘(뉴질랜드·28)씨는 “여기가 다른 곳보다 한국 화장품 사기 더 편리하다고 해 찾아왔다”고 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20~30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홍대 인근이 K뷰티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K뷰티 성지는 강남 가로수길이었지만, 이제는 홍대가 된 것이다. 홍대엔 외국인 전담 통역사가 있는 미용실과 메이크업 전문 숍, 퍼스널 컬러 진단 전문점이 밀집해 있다. 또 올리브영·시코르 같은 헬스·뷰티 편집숍 수십 곳이 홍대 입구역부터 KT&G 상상마당 일대에 늘어서면서 새로운 ‘뷰티 쇼핑 구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젊은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계속 늘자 이들을 위한 ‘K뷰티 쇼핑 패스’도 생겨나는 추세다.
◇대형 뷰티 매장, 피부과까지 ‘홍대’로 쏠린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미용 서비스 업종에 소비한 금액은 364억원에 달한다. 2019년과 비교하면 231%가량 늘었다. 이 중에서도 작년부터 많이 늘어난 업종은 화장품 외 각종 전문 클리닉 서비스와 진단·상담 서비스다.
가령 미용실도 홍대 쪽엔 최근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늘면서 외국인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용실이 많아졌다. 준오헤어 홍대입구 지점의 경우엔 전체 고객의 7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다. 미국·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 등 국적도 다양하다. 대부분 소셜미디어 계정을 보고 찾아오는 이들이다. 따라서 모든 직원이 영어를 쓸 줄 안다. 손님에겐 서비스로 한식 다과를 제공한다. ‘헤어&아이브로우 바’ ‘블로우 드라이 바’ 같은 곳도 많아졌다. 헤어 컷이나 펌을 하긴 부담스럽고, 가볍게 헤어 드라이만 하거나 눈썹 손질 같은 스타일링 서비스만 받길 원하는 외국인을 위한 전용 클리닉 업체들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피부과·치과 입점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치과의 경우엔 반나절이면 교정 가능한 ‘쁘띠 교정’과 미백 서비스를 찾는 외국인이 많아져서다. 부동산컨설팅 업체 쿠시먼웨이크필드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이 회사를 통해 홍대 상권에 피부과·치과 입점 논의만 20여 건 넘게 들어왔다. 쿠시먼웨이크필드 관계자는 “홍대 H큐브 빌딩에만 피부과 5곳을 입점시켰고 치과 2곳 정도도 새로 입점을 논의하는 단계”라면서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보고 들어왔거나 새로 들어오려는 경우”라고 했다.
◇외국인 위한 쇼핑 패스까지
홍대에서 각종 K뷰티 쇼핑을 즐기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해 각종 할인 혜택을 모은 쇼핑 패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외국인을 위한 각종 국내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 크리에이트립은 최근 홍대 인기 뷰티·잡화 16곳을 묶어 88%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홍대 쇼핑 패스’를 내놨다. ‘3CE’ ‘스타일난다’ 같은 K뷰티숍과 ‘버터’ ‘뷰맵’ 같은 각종 잡화 브랜드 숍을 같이 이용할 수 있는 패스다. 작년 말 5만 장을 출시했는데 올해 초까지 모두 팔렸다. 크리에이트립 관계자는 “이용객의 65%가 10~30대였다”면서 “조만간 피부과와 미용실, 퍼스널 컬러 진단 전문점과 화장품 편집숍 등을 한데 묶은 새로운 쇼핑 패스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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