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그늘 벗어나 각자도생... 현대모비스는 폴크스바겐, HL만도는 GM 수주 따냈다

이영관 기자 2024. 4. 29.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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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그늘’ 벗어나 각자도생 나선 車 부품사들
그래픽=양인성

지난 23일(현지 시각) 스페인 나바라주에선 현대모비스가 유럽 시장에서 새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터졌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폴크스바겐에 전용 공급할 배터리시스템(BSA) 생산 시설을 착공했다. 배터리시스템은 배터리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 전기차 핵심 부품이다. 현대모비스는 나바라주 공장에 대해 “글로벌 수주 확대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라고 했다. 이미 스텔란티스그룹·벤츠와 손잡고 섀시 모듈(차 뼈대) 공장을 미국에 운영하고 있지만, 글로벌 자동차 업체 납품을 위해 유럽에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또 일반 부품이 아닌 전기차 전용 부품을 현대차그룹이 아닌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것도 처음이다. 2년 뒤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최대 36만대의 배터리시스템이 인근 폴크스바겐 공장으로 옮겨져 전기차에 탑재된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해외 수주에 필사적이다. 전체 매출에서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80%에 이르지만, 작년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완성차 업체 대상 수주액은 92억2000만달러(약 12조7000억원)로 최고치를 찍었다. 작년 폴크스바겐과 수조 원대 배터리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덕분이다. 해외 수주 규모 중 가장 큰 수준이었다. 2020년 해외 완성차 업체와 맺은 수주액이 17억5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였는데, 3년 사이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 크게 의존해 온 자동차 부품사들이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내연기관차 때와 달리 미래차 시대엔 자동차 부품 산업의 수직 계열화가 상대적으로 느슨해지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거는 것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숫자가 많게는 40% 가까이 적다. 또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등 미래차에 들어가는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일이 늘면서, 부품사 입장에선 더 이상 특정 업체 부품만 생산하고 납품해서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래픽=양인성

◇현대차 그늘 벗어나, 해외 수주 늘린다

HL그룹(옛 한라그룹)의 계열사 HL만도는 이달 미국 완성차 업체 GM이 선정하는 ‘2023 올해의 우수 협력사’에 선정됐다. 4년 연속인데 지금까지 10회 선정됐다. HL만도는 제동과 조향 등을 만드는 자동차 부품사다. 매출에서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59%에서 작년 42%로 줄었다. 반면, GM 등 북미 완성차 업체로부터 나오는 매출 비율은 같은 기간 19%에서 29%로 올랐다. 작년 8조3900억원의 매출에서 중국 비율도 27%로 한국(44%) 다음으로 많았다. 국내 사업에선 30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중국에서 1890억원 이익을 내는 등 해외 시장에서 선전한 덕에 2790억원의 이익을 냈다. 올 초에는 중국 자동차 부품기업 텐륜공업과 합자법인인 텐륜만도를 공식 출범하는 등 매출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BMW 그룹은 작년 한국 협력 업체 30여 곳으로부터 부품 6조5350억원어치를 구매했다. 2010년에는 7119억원어치 한국 부품을 구매했는데, 14년 사이 그 규모가 9배가 된 것이다. GM에서 올해 선정한 ‘2023 올해의 우수 협력사’에는 한국 기업이 18개 이름을 올렸다. 전체 86개의 회사 중 한국 업체가 21%로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여전히 80~90%에 달하는 계열사들도 대규모 해외 수주에 적극적이다. 현대위아는 작년 유럽과 북미 완성차 업체로부터 1조450억원의 등속조인트를 수주했다. 해외 수주 1조원을 넘긴 건 작년이 처음이었다. 현대위아는 내연차 엔진 모듈이 주력 사업이었지만, 전기차 부품 관련 열관리 사업을 확대해 해외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트랜시스는 스텔란티스그룹과 7000억원 규모의 SUV 변속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작년 납품을 시작했다. 앞서 2019년에는 미국 전기차 기업 리비안에 들어가는 약 1조원 규모 자동차 시트 공급 계약을 따냈었다.

◇전기차 전환, 부품사에 새로운 기회

한국 부품사들의 각자도생 전략은 전체 부품사 매출·영업이익 증가와 수익성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매출이나 영업 이익 측면에서 과거보다 견고한 기반을 갖게 된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작년 자동차 부품 전문 상장사 86곳의 매출은 92조8297억원으로 전년보다 10% 늘었다. 영업이익은 3조9124억원으로 46% 급증했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4.2%로 매년 증가 추세이다.

전기차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업체로부터 계약을 따내는 부품사도 잇따른다. 우신시스템은 작년 미국 리비안으로부터 1176만달러(약 162억원) 규모 전기차 차체 자동화 라인을 수주했다. 우신시스템은 자동차 자동화 라인 등을 만들어 왔는데, 4년여 전부터 전기차 관련 배터리 라인도 제작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으로 부품사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자동차 부품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미래차 전용 부품 산업 사업체의 비율은 4%로 전년(0.8%)보다 급증했다. 전기차 전용 부품을 만드는 업체는 47개에서 322개, 자율주행차 관련 업체는 12개에서 237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내연차 전용 사업체 비율은 32.2%에서 26%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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