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군 공항 이전’ 안 하나, 못 하나…총선 이후 지역사회 관망 [밀착 취재]

오상도 2024. 4. 29.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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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군 공항 이전 공약 놓고 ‘될 약속’, ‘안 될 약속’
국민의힘 ‘수원 군 공항 이전 안 한 건가 못한 건가?’
4·10 총선서 ‘군 공항 이전’ 공통 공약 민주당 ‘싹쓸이’
수원시 “군 공항 화옹지구로 이전해도 환경 훼손 없어”
“국제공항도 반대”…화성 이전 반대 범대위 ‘강경파’ 득세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경기 수원시의 군 공항 이전 노력이 4·10총선을 기점으로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 장지동 일대에 6.3㎢ 규모로 조성된 수원 군 공항은 일제 강점기에 처음 건설됐으나 인구 5만여명에 불과하던 수원의 인구가 100만명을 훌쩍 넘기며 시민 안전과 시의 발전을 저해하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공군 전투비행단이 이용하는 군 공항의 영향으로 현재 수원시 전체 면적의 48.3%는 고도 제한에 묶여 있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공군 제10전투비행단. 뉴스1
28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지난 4·10총선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원지역 선거구 5곳에서 당선인을 배출하며 지난 총선에 이어 ‘싹쓸이’에 성공했다. 이곳에서 승리한 민주당 김승원(갑)·백혜련(을)·김영진(병)·김준혁(정)·염태영(무) 당선인은 공통 공약으로 군 공항 이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공약 실행 가능성을 놓고는 여전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지난 총선 과정에선 국민의힘 후보자와 민주당 측이 이를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산업부 장관 출신의 국민의힘 방문규(수원을) 후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군 공항 이전은 안하 건가, 못한 건가?”라는 글을 올려 과거 국회의원·시장·도지사 선거에서 단골 공약이던 군 공항 이전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이에 민주당 황대호(수원3) 도의원은 “원인 제공은 수원시의회 국민의힘에 있다”며 국민의힘이 장악한 시의회가 군 공항 관련 예산의 절반가량을 삭감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앞서 정치권은 1992년 대선 당시 처음으로 수원 군 공항 이전 공약을 끄집어냈고, 이후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 측은 “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뒤 사전타당성 용역 예산을 확보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고 진전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21대 국회에서 입법 권력을 지닌 민주당이 이를 방관했다고 반박한다.
수원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 구상안. 수원시 제공
경기도 역시 김동연 지사 취임과 함께 군 공항 이전을 포함한 경기국제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으나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올해 8월까지 경기국제공항 건설 연구 용역을 마무리하고 공론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지만, 국제공항 건설과 군 공항 이전을 짝짓는 데서 벗어나 국제공항 건설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울러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해선 원점부터 복수 후보지 선정 등을 두고 진지하게 논의하기로 했다.

수원 군 공항은 1954년 공군 관할로 현재의 모습을 갖췄으나 1980년대 이후 집중적인 민원의 대상이 됐다. 인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주택, 학교 등이 전투기 이착륙 때마다 소음에 시달리고, 안전 문제마저 불거진 탓이다. 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2015년 국방부의 이전 승인까지 얻었지만 관련 사업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당시 국방부는 예비 이전 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를 지목했다. 

지금까지 유일한 이전 후보지로 거론돼 온 화옹지구는 북쪽으로는 궁평항, 남쪽으로는 매향리를 연결하는 9.8㎞ 길이의 간척지다. 여의도 면적의 20배인 6200만㎡에 달한다. 군 공항 이전 사업은 이 중 일부를 포함한 1450만㎡를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십년간 미 공군의 사격장으로 사용됐던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인근에 있어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화성시의 시민사회단체는 ‘환경 파괴’와 ‘시민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수원시와 화성시 역시 군 공항 이전을 두고 대척점에 서 있다.
경기국제공항유치시민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27일 수원 연등축제의 연등 행렬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국제공항유치시민협의회 제공
수원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수원 군 공항 화성시 이전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수원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 제공
실제로 이달 초 도 산하 경기연구원이 ‘수원 군 공항을 이전하게 되면 대규모 갯벌 매립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자 수원시는 내용이 잘못됐다며 정정을 요구하는 등 날 선 태도를 보였다.
지난 총선 당시 수원시 곳곳에 내걸렸던 현수막. 황대호 경기도의원 페이스북 캡처
극한투쟁을 이어온 화성시 서부지역 주민들 역시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달 18일에는 수원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이상환 위원장을 선출하며 투쟁 강도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국제공항을 포함한 군 공항 이전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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