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43] 몬테카를로 카지노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4. 4. 29.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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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에 있는 몬테 카를로 카지노는 자본주의의 꽃이었다. 그 꽃에는 재색명리(財色名利)가 총집결되어 있었다. 돈이 떠다니고, 명품을 휘감은 여인들이 들락날락하고, 축구 선수를 비롯한 명사들이 즐기는 곳이었다. 인간사 모든 욕망이 여기에 집결되어 있었다. 건물도 이뻤다. 너무 크지도 않고 아담하게 느껴지는 석조 궁궐 양식이었다. 1863년 샤를 가르니에가 건축했다고 하는데, 샤를은 당시 파리오페라 하우스를 지은 유명 건축가였다고 한다. 1863년이라면 동학혁명(1894) 일어나기 31년 전이다. 건물도 이쁘고 위치도 좋아서 그런지 007 영화에도 매우 호사스러운 장소로 등장했다. 몬테 카를로 반경 300m 이내에는 명품 가게가 포진해 있었다.

이러한 유럽 주색잡기의 본부에 왔지만 나는 돈이 없었다. 카지노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그 옆 오래된 건물, 호텔 파리의 1층 커피숍에 갔다. 실내는 돈 냄새와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여인들이 나이 든 남자와 같이 차 마시는 풍경도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15유로 주고 얼그레이 한잔 시켜 놓고 주변 풍수를 보았다. 어떻게 이 터에 돈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게 되었는지? 건축가 샤를은 왜 카지노 정문을 낼 때 바다를 보지 않고 산을 바라보는 방향을 택했는가?

카지노 터는 배산임수였다. 북쪽으로는 험악한 바위산이 병풍처럼 둘러쳤고, 남쪽으로는 지중해가 푸른색 호수처럼 열려 있는 위치였다. 몬테 카를로 앞의 고요한 바다는 여수 향일암의 관음전 앞에서 바라다보는 남해 같았다. 유러피안은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을 즐기는데, 이 카지노는 바다 쪽보다는 그 반대로 산 쪽을 바라보는게 이색적이었다.

몬테 카를로 카지노의 풍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백경유포(白鯨乳哺)’였다. 한문의 장점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흰 고래가 젖을 먹이는 자리’였다. 카지노 정문에서 바로 앞을 초승달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은 높이 600~700m의 살기 가득한 바위산이었다. 바위 색깔은 흰색에 가깝다. 정문에서 볼 때 왼쪽으로 고래의 머리가 보인다. 언뜻 보면 사람 얼굴 비슷하다. 오른쪽으로는 고래 꼬리가 길게 늘어져 있다. 고래 젖은 센 젖이다. 보통 물고기가 먹으면 설사하고 복통이 난다. 수많은 졸부가 고래 젖 먹어보려고 카지노에 왔다가 돈 털리고 간다. 흰 고래 젖을 빨기 위해서 앞산을 보는 방향으로 정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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