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아직은 그 시간이 아닌가?

이청산 백산안희제선생 독립정신계승사업회 이사장 2024. 4.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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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산 백산안희제선생 독립정신계승사업회 이사장

“조국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홍범도 장군님의 귀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공군이 안전하게 호위하겠습니다.” “필승!”

2021년 8월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 묻혀있던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이 서거 78년만에 우리 공군 전투기 6대 호위를 받으며 국민의 오랜 바람대로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모든 것을 뒤집는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의 철거 논란을 보고 있다.

홍범도는 머슴으로 불행한 소년시절을 보내고, 평양감영 나팔수로, 소년 승려로 겨우 목숨을 부지하면서 제재소 노동자로 일하다 의병으로 참여했다. 일본군과 37회나 전투를 벌이면서 공적을 세웠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대에서의 무장투쟁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편의상 소련 공산당에 가담하고, 그 후에도 봉오동 청산리 대첩에 무훈을 세웠다. 자유시 참변도 당했다. 그 과정에서 독립군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재판위원으로 활동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쫓겨나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서 사망했다.

그는 언제나 “난 흰 파든 붉은 파든 검은 파든 상관없이 일본과 싸우는 파가 내 파이다”며 조국을 위해 일본군과 싸워 이기는 것이 최우선인 대한독립군 장군이었다. 박정희 대통령 때인 1962년 10월 정부에서 건국훈장 2등급(대통령장)을 수여받았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에서 유해 봉환을 도모했지만 북한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북한은 김일성을 무장독립투쟁의 최고수반으로 선전해온 터여서 그보다 위대한 홍범도 장군 유해를 북한으로 모셔갈 수 없었다. 오히려 우리의 봉환사업을 방해만 했다.

그러던 차 2021년 카자흐스탄 대통령 국빈방문을 계기로 유해 봉환이 성사되었다. 이런 입장에서 홍범도 장군을 새삼스럽게 공산주의자로 몰아서 흉상을 철거한다면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나 다름없다.

육군사관학교의 ‘뿌리 찾기’는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지시로 진행되었다. 육사는 그해 12월 ‘독립군·광복군의 독립운동과 육군의 역사’라는 특별학술대회를 통해 신흥무관학교와 육사의 직접적인 계승 관계가 존재함을 주장했다. 당시 박일송 육사 교수는 “신흥무관학교 등이 독립전쟁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육사의 정신적 정통성의 연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 독립전쟁 영웅의 흉상을 모시고자 할 때, 그 뜻은 국군의 역사가 해방 이후 일본군 잔재들이 모여서 편성한 것으로 한다면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되게 될 것이에 더 높은 숭고한 우리 국군의 역사로 승화시켜야 했고, 이를 위해서 독립전쟁의 역사를 우리의 것으로 받들자는 뜻에서 마련한 것이었다. 이런 역사관은 정권의 편의에 따라 바꾸거나 후세에 무지한 자들이 쉽게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독립군은 규모가 작고 군대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민병대 수준이었다. 반면 일본군은 동북아 최고의 가장 잘 훈련된 정예병력이면서 최신예 무기를 갖춘 강군이었다. 그 강군을 상대로 김좌진 홍범도는 엄청난 승전을 기록했다. 대한의 땅에서 태어나 대한의 하늘 아래 살아온 우리가 대한의 강산을 지키지 못한다면 무엇을 지킬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의 가슴에 한시도 떠나지 않는 말이었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서 철거하는 것은 대한민국 육군의 예비간성(干城) 들에게 “지도자가 되어도 외부의 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말고 정권에 충성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홍범도 장군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를 더는 욕보이지 말고 원래 있던 크질오르다로 도로 데려다 놓아라!”


범도라는 소설을 쓴 작가의 말이 가슴에 울린다. “그 무엇으로도, 뼈가 시리게 고독했지만 단 한 번도 아름답지 않은 적이 없었던 그의 삶을 모욕할 수 없고, 그 어떤 방법으로도 그를 그가 아닌 다른 것으로 만들 수 없다. 그가 불의를 향해 발사한 마지막 한 발의 탄환은 아직 탄착점에 도착하지 않았다. 일격필살의 저격수였던 그의 탄환은 빗나간 적이 없으므로 반드시 표적의 정중앙을 관통할 것이다.”

日久見人心(일구견인심), 세월이 지나야 비로소 그 사람됨을 알 수 있다. 아직은 그 시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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