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김치는 그냥 김치다

경기일보 2024. 4.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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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용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얼마 전 경기도가 도내 유명 관광지의 여러 음식점에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辛奇(신기·신치)’라 하도록 권고 조치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들 음식점의 메뉴판에 김치가 중국어인 ‘辣白菜(랄백채·라바이차이)’나 ‘泡菜(포채·파오차이)’라 쓰여 있어 이를 바꾸도록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경기도의 사례가 보도됐을 뿐이지 우리나라 다른 지역 어디든 이런 사례가 꽤 많을 것이다.

‘辣白菜’는 ‘매운 배추’라는 뜻으로 우리의 김치를 말하는 중국어이다.

‘泡菜’는 원래 중국 쓰촨(四川) 지방의 절임 채소를 말하는데, 중국인들이 김치를 표현할 때 많이 쓰는 단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두 단어는 모두 우리 김치를 적절히 나타낸 번역어일 수 없다.

식품 분야의 국제 표준을 정하는 국제협의체인 국제식품규격위원회가 규정한 김치의 표준은 ‘절임 배추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파, 무 등 여러 양념을 섞은 뒤 적당히 숙성되고 잘 보존이 되도록 저온에서 발효한 제품’이다.

이렇게 여러 재료가 섞이고, 특히 ‘발효된’ 음식이 김치인데 이들 단어는 이런 내용을 도저히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辛奇’는 우리 정부가 2013년 중국, 대만, 홍콩 등 중국권(中國圈)으로 수출되는 국산 김치의 이름으로 정해 쓰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한자에 ‘김’ 발음을 가진 글자가 없어 ‘맵다’는 뜻으로 ‘辛’을 대신 쓰고 ‘치’는 ‘奇’를 썼다. ‘辛’은 뜻으로, ‘奇’는 소리를 따서 만든 것이다.

김치와 같은 발음이나 뜻을 가진 한자가 없다는 데서 나온 고육책(苦肉策)임을 모르지 않지만, 이 역시 앞서 말한 김치의 특성을 제대로 전달하는 단어는 될 수 없다.

결국 김치는 김치라고 불러야만 그 뜻과 맛이 오롯이 전달되는 음식이다.

다른 문화권에는 이 같은 음식이 없기 때문에 마땅한 번역어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김치는 옥스퍼드 사전에도 그냥 ‘kimchi’라는 표제어로 올라 있다 하고, 국제사회에서 ‘kimchi’라는 영문 이름으로 통하고 있다. 한마디로 김치는 그냥 김치다.

그러니 중국권에 수출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 몰라도 우리나라 음식점에서는 중국인들에게도 김치는 김치라고 소개하는 게 옳을 것이다.

메뉴판에도 중국어 표기 없이 그냥 ‘김치(kimchi)’라고 적어놓으면 되지 않을까. 김치를 한자로 쓸 수는 없어도 발음은 할 수 있고 국제 통용 표기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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