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탈탈 털린 스마트폰‥검찰 '디넷'과 빅브라더
지난해 9월 검찰이 뉴스타파와 JTBC를 압수수색 했습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면서 "피해자 윤석열"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대장동 대출 알선 수사 무마 의혹을 다룬 보도가 악의적이었다는 겁니다.
기자들 집도 압수수색 했습니다.
검찰이 가장 먼저 찾은 건 스마트폰.
[봉지욱/뉴스타파 기자] "수사관이 '휴대전화도 영장 목록에 포함돼 있습니다, 보세요' 그래서 제가 줬습니다."
수사에 대비해 지문 잠금에다 비밀번호도 스무 자리 이상 걸어놨습니다.
그런데 열렸습니다.
[봉지욱/뉴스타파 기자] "갤럭시 S22였고 지문 잠금이 돼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잠긴 상태에서 제 지문이 아니고서야 아니면 제 비밀번호를 넣지 않고서야 열리지 않는 상태였는데 이분이 제 휴대전화를 계속 보고 있는 거예요. 뭘 보나 했더니 저희 텔레그램, 뉴스타파의 텔레그램, 직원들 단체 대화방을 보고 있더라고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도 아이폰에 비밀번호를 스무 자리 넘게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2년 넘게 시도했지만 못 풀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채널A 기자 강요 미수 사건 연루 의혹도 무혐의로 결론냈습니다.
"현재 기술력으로 휴대폰 잠금 해제 시도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며 수사력 한계도 자인했습니다.
검사의 아이폰은 못 열었는데, 기자의 갤럭시를 연 건 기종 차이일까요?
삼성전자 측은 보안성에 차이가 없다고 했습니다.
검찰은 어떻게 풀었는지 답하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휴대폰 압수수색.
유독 검사 또는 검찰 출신 법조인들은 어떻게든 압수수색을 피하려 합니다.
박영수 전 특검은 작년 '50억 클럽' 수사가 본격화되자 망치로 스마트폰을 부쉈습니다.
'라임 술 접대' 의혹을 받은 검사 4명은 "잃어버렸다", "떨어뜨려 깨졌다"며 스마트폰을 바꿨고 '고발사주' 의혹의 당사자 손준성 검사장은 아이폰 비밀번호를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오선희/변호사 (검사 출신)] "사람의 인생이 하나 통으로 들어 있거든요. 이를테면 제 휴대전화에 제 금융 정보도 들어 있고요. 제 몇 년 간의 일정표도 들어 있고 제 친구나 가족 간의 대화도 들어 있고. 제 스스로는 범죄와 관련 없다고 생각하는 이런 부분의 정보를 수사기관이 통으로 들고 있을 때 저는 수사기관이 굉장히 두렵고 무섭죠."
◀ 이휘준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빅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개인 정보 보호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개인 정보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있는지, 수사기관이나 기업들이 이런 정보를 어디까지 들여다보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최경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뚫린다, 상상만 해도 무섭습니다.
◀ 최경재 ▶
법조계에서는 스마트폰을 증거의 왕이라고 합니다.
공범과 연락한 기록, GPS 동선, 온갖 정보가 다 있습니다.
형사 사건은 증거싸움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수사기관은 휴대폰를 확보하려고 하고, 수사 대상자들은 휴대폰를 없애버리거나 풀기 힘든 비밀번호로 잠그는 겁니다.
◀ 이휘준 ▶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이용자들의 정보를 모으고 있다면서요?
◀ 최경재 ▶
24시간 내내 온라인 활동들을 수집합니다.
이렇게 수집한 개인 정보들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 VCR ▶
구글 크롬에서 '소파'를 검색했습니다.
쇼핑몰과 가구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4인용 소파를 클릭한 뒤 웹 페이지를 모두 닫았습니다.
그런 뒤 새로 크롬을 열어 '22대 국회' 관련 뉴스 기사를 검색했습니다.
기사를 클릭하자 아까 봤던 소파 광고가 나옵니다.
그냥 소파가 아니라 이전에 들렀던 가구 브랜드의 '4인용 소파'였습니다.
클릭하자 바로 구매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이용자가 필요하다 싶은 걸 딱 맞춰 보여주는 '맞춤형 광고'입니다.
크롬은 이걸 어떻게 안 걸까요?
주근깨 소녀 엘리.
'엘리의 데이터 경매'라고 적혀 있는 문을 열자 경매가 한창입니다.
"이건 매력적인 엘리의 개인 데이터입니다!"
가장 먼저 엘리가 열어본 메일함이 낙찰됩니다.
온라인 구매 내역, 위치 정보 같은 아주 사적인 정보들이 경매장에 줄줄이 나옵니다.
"영수증과 명세서, 인터넷 사용 기록, 늦은 밤 문자 메시지 습관. 낙찰!"
온라인에서 개인 정보가 이런 식으로 팔립니다.
엘리가 온라인 이용자라면 경매 진행자는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 경매 참가자는 광고주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경매에 붙이면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광고주의 광고가 낙찰돼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겁니다.
이게 가능한 건 쿠키 때문입니다.
쿠키란 웹 사이트에 접속하면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임시 파일입니다.
과자 먹을 때 생기는 부스러기 같아 쿠키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쿠키를 들여다보면 이용자가 무엇을 검색했는지, 웹 페이지에 얼마나 머물렀는지, 장바구니에 무엇을 담았는지 다 알 수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들이 바로 이런 쿠키를 수집합니다.
[이광석/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아침에 일어나면 '좋아요' 누르고 누군가의 글에 댓글을 달고 화장실에 앉아서도 하지 않습니까? 눈 뜨자마자. 그게 누가 시켜서 하는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게 데이터 활동인 거죠. 그런데 사실은 그런 활동들을 플랫폼은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특정인의 선호나 특정 그룹의 어떤 성향이나 이런 것들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정보가 되기 때문에 사실은 그것이 활동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주 중요한 노다지의 어떤 데이터 노동이 되는 것이죠."
플랫폼 기업들은 간편 결제 시장에도 뛰어들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구내식당.
무인 단말기 앞에 학생들이 줄 서있습니다.
메뉴를 고르고 단말기를 보기만 해도 밥값이 결제됩니다.
최근 네이버페이가 출시한 얼굴 인식 결제 서비스입니다.
[백주빈] "인식이 굉장히 빠르고 그래서 그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되는 점이 굉장히 편했어요."
아마존은 손바닥 결제를 내놨습니다.
대형 슈퍼마켓 홀푸드 매장 5백여 곳에 장비를 설치했습니다.
개인 정보들이 결제 정보와 결합하면 값어치는 더 뜁니다.
광고도 더 비싸게 팔 수 있습니다.
실시간 경매 시스템을 초기부터 도입한 구글의 광고 수익은 어마어마합니다.
지난해 광고로 번 돈은 2,378억 달러, 327조 원 규모로 전체 수익의 77%를 광고가 차지합니다.
메타의 광고 수익은 전체 1,319억 달러, 181조 원 규모로 전체의 97%입니다.
지난해 네이버 매출 9조 6천억 원 가운데 3조 6천억 원, 카카오는 플랫폼 부문 매출 4조 원 가운데 1조 1천억 원이 광고에서 나왔습니다.
[서용구/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특정 고객이 미래에 얼마만큼 쇼핑할 수 있는지 생애 쇼핑 금액 같은 것도 추정이 가능하거든요. 간편 결제 시스템을 장착한 쇼핑 앱이다라고 하는 면에서 소비자로부터의 소비자 본인보다도 소비자의 취향과 소비 특성을 더 잘 아는 알고리즘이 있다는 게 사실은 좀 섬뜩하게 무서운 면도 있죠."
감시 자본주의.
쇼샤나 주보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현재의 디지털 사회에 이렇게 이름을 붙였습니다.
우리가 구글을 검색하는 게 아니라, 구글이 우리를 검색하는 시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끊임없이 소비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빅테크 기업들의 감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최항섭/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당신이 클릭했으나 깜빡했던 제품들, 당신이 최근에 샀던 제품들을 자꾸자꾸 띄우면서 우리가 억누르려고 했던 어떤 재화에 대한 욕구를 계속해서 일깨워주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항상 돈이 부족한 거예요. 그리고 기업은 항상 돈이 더 많아지는 것이고. 그 사이에 데이터가 들어가고 있는 거죠."
◀ 이휘준 ▶
맞춤형 광고, 평소에 편리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나를 샅샅이 분석한 결과라는 걸 알고 나니까 조금 섬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를 분석해서 돈을 번다, 결국 내 개인 정보를 수집해서 활용한다는 건데, 이거 문제가 없는 겁니까?
◀ 최경재 ▶
웹 사이트나 앱에 가입할 때 보면 개인정보보호 규정에 동의하라고 하잖아요.
어떤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 규정은 다 설명하고 있습니다.
◀ 이휘준 ▶
이게 어떨 때는 번거로워서 그냥 동의란에 클릭하기도 합니다.
이거 믿고 그냥 클릭해도 되는 겁니까?
◀ 최경재 ▶
꼼꼼하게 읽어봐야 합니다.
내 정보를 제3자에게 넘긴다거나, 다른 웹사이트나 앱 활동도 수집한다는 조항도 숨어있습니다.
◀ VCR ▶
구글 계정을 새로 만들어봤습니다.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차례차례 입력하니 개인정보보호 규정과 약관이 나옵니다.
약관에 동의하면 계정이 바로 만들어집니다.
이번에는 독일인인 것처럼, 독일IP로 우회해 계정을 만들어봤습니다.
한국과 달리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는지 단계별로 묻습니다.
질문이 차례차례 4개가 나옵니다.
아니면 질문 4개를 한꺼번에 보여줍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질문이 없는 걸까요?
있습니다.
'옵션 더보기'를 눌러야 질문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처음부터 동의한 것으로 체크돼 있습니다.
반면 독일은 칸이 처음부터 비어있습니다.
[박대식/한국인터넷진흥원 기업조사팀장] "'옵션 더보기'라는 것도 아쉽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세팅된 값들이 구글이 이용자의 활동이나 그런 데이터들을 '동의한다'라고 기본 설정이 돼 있는 부분이 좀 아쉬운 부분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이걸 확인하지 못하고 동의하는 경우가 되게 많고요."
한국에서 첫 화면에 안 보여주고, 옵션 더보기로 숨긴 건 뭘까요?
웹 및 앱 활동 저장, 개인 맞춤 광고 표시, 유튜브 기록 저장.
행태 정보를 맞춤 광고에 쓰겠다는 겁니다.
행태 정보란 웹 페이지나 앱 방문 기록, 검색이나 구매 이력 같은 온라인 활동 정보를 뜻합니다.
'옵션 더보기'를 클릭해 열지 않았다는 건, 결국 내 행태정보를 광고에 써도 좋다고 구글에 허락한 겁니다.
[김하나/민변 디지털정보위원장·변호사] "행태 정보가 개인 정보이냐에 대한 논박이 있어요. 기업은 이건 그냥 행태다. 그리고 이거는 그냥 기호이다. 이 사람의 구매 이력만 가지고 개인을 어떻게 식별할 수 있겠냐. 이렇게 가는 건데요. 다른 개인 정보와 결합했을 때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거든요. 그래서 행태, 예를 들면 행태 정보 중에서도 식별률이 높은 어떤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 정보로 명확히 처리를 하고 그게 아닌 경우에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되는 건 맞고."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지난주 목요일 한 소비자단체가 이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요?
테무에 가입해 봤습니다.
구글 아이디로 로그인만 하면 자동으로 가입됩니다.
10초 남짓 걸립니다.
문제는 소비자가 어떤 개인정보를 제공할지 선택권이 없다는 겁니다.
제3자인 메타와 구글에 광고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넘기는 것도 무조건 동의하도록 돼 있습니다.
거부할 경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사실상 강제 동의인 겁니다.
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중국은 자국 기업이 갖고 있는 개인 정보를 정부가 마음대로 수집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알리 앱 사용자는 쿠팡에 이어 2위, 테무는 11번가를 제치고 3위, 각각 8백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광석/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중국 정부가 사실은 그런 SNS든 과거부터 사회적 소셜 크레딧 시스템, 사회 정보 체제라고 해서 일반 시민들의 그런 데이터 활동들을 계속적으로 기업을 통해서 수집을 해왔죠. 한국 이용자들의 대부분이 만약에 두 회사의 앱을 쓴다라고 하면 거의 우리 국민 대부분의, 경제적 능력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개인 정보들을 중국 정부가 읽을 수 있는 그런 통로가 열리게 되겠죠."
◀ 이휘준 ▶
플랫폼 기업들이 가입자들의 정보로 저렇게 돈을 벌고 있었군요.
그런데 활동 정보가 가장 많이 들어있는 거, 바로 스마트폰 아닙니까?
◀ 최경재 ▶
'제2의 나'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검찰이나 경찰이 스마트폰부터 압수하는 겁니다.
◀ 이휘준 ▶
스마트폰에 수사와 관련 없는 아주 사적인 정보도 많잖아요. 사진이나 동영상도 있고요.
압수하면 이런 것도 다 수사기관이 들여다봅니까?
◀ 최경재 ▶
법원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나머지는 폐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검찰이 범위 밖의 정보까지 압수해 보관해 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검찰의 디지털 캐비닛', 디넷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 VCR ▶
대선 국면이던 2021년 10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검사 시절 대장동 대출 알선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뉴스버스 보도.
작년 말 검찰은 이 보도가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 집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휴대폰도 압수했습니다.
한 달여 뒤, 이 대표는 검찰이 불러 휴대폰 자료 선별 과정에 참관했습니다.
혐의와 관련된 정보만 가려내기 위해서입니다.
[이진동/뉴스버스 대표] "약간 옥신각신. 왜냐하면 영장에는 사건 관련 있는 정보만 압수하게 돼 있잖아요. 그런데 관련성에 대해서 저는 ‘아 이건 관련이 없다’라고 하는 반면에는 검사 측이나 수사관 측은 ‘관련이 있다, 압수하겠다’ 그러면 '어떻게 관련이 있느냐?' '넣어라', '빼라'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넣겠다', '빼겠다.'"
검찰은 이렇게 골라낸 정보를 복제했습니다.
이 대표는 복제가 끝났으니 휴대폰을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시간이 더 걸린다고 했습니다.
[이진동/뉴스버스 대표] "1~2시간, 1시간 이상 업로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니 휴대폰를 지금 다 내려받아서 정보를 해서 선별을 다 끝냈고 그리고 가져갈 거 가져가고 삭제 폐기할 거 폐기하고 폐기 확인서 썼는데 뭘 다시 업로드 한다는 거냐, 이런 의문이 생기잖아요. 그런 의문을 계속 제기를 하니까 하여튼 대검에 보존을, 업로드를 해야 된다."
그러면서 보여준 문서입니다.
검사 지휘서.
사건에 관련된 파일 뿐만 아니라 "휴대폰에 기억된 전자정보 전부를 복제한 파일"을 보존하라는 검사 지휘였습니다.
[이진동/뉴스버스 대표] "'검사 지휘가 이렇게 나왔기 때문에 그거를 업로드 해야 된다' 그래서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그래서 '재판에 향후 재판에 입증을 하기 위해서 부인할 경우에 입증 자료를 쓰기 위해서다.'"
결국 이 대표의 휴대폰 데이터 48.8GB가 통째로 대검찰청 디지털수사망, 디넷에 올라갔습니다.
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만 복사하고 나머지는 삭제, 폐기 또는 반환한다는 압수수색 영장 내용과 완전히 배치됩니다.
검찰은 왜 통째로 저장했을까요?
휴대폰에서 일부만 골라 저장하면 재판에서 조작이나 위조, 변조가 됐다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어서라고 설명합니다.
다른 수사기관들은 어떨까요?
경찰이나 공수처는 통째로 저장하지 않습니다.
영장 범위를 벗어난 디지털 파일은 폐기합니다.
디지털 증거를 복제하면 디지털 지문인 해시값이 생성돼 이것만 비교해 봐도 원본인지 충분히 검증 가능하다는 겁니다.
[오선희/변호사 (검사 출신)] "복제본을 떠서 이렇게 추출을 해내면 걔네도 다 해시값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거는 원래, 원래 파일하고 해시값 비교하면 그거는 그냥 그대로 하고 경찰 사건도 다 그렇게 하고 있어서 이거 통으로 없다고 해서 동일성 인정 안 된다 이렇진 않아서 통 보관을 해야 된다는 논리는 그거는 그냥 맞지 않는 말이고요."
검찰은 디넷에 저장된 정보를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대검찰청 예규 1285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19년에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헌법은 압수수색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영장주의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검찰 내규는 영장주의를 따르도록 한 헌법 정신에 배치된다고 지적합니다.
[이언학/변호사 (영장전담부장판사 출신)] "당연히 영장주의 위배되고 사실 원칙은 혐의 사실 관련된 정보만 전자정보만 보관해야 하고 나머지 무관한 정보는 폐기해야 하는 게 맞죠. 폐기하지 않고 그걸 보관하고 하라고, 또 오히려 수사 지휘까지 돼 있으면 그건 명백히 위법한 수사 지휘가 되는 거죠."
디넷에 보관된 정보를 검찰이 다른 목적으로 쓴 적은 없을까요?
계열사 불법 합병과 회계 부정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 회장.
1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올해 2월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삼성 장충기 전 사장의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문제가 됐습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수색해 디넷에 저장해뒀던 장 전 사장의 휴대폰 정보를 재활용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디넷에 장 전 사장이 가족과 주고받은 사적 대화 등 1만 4천 개에 이르는 문자메시지를 저장해뒀다 필요할 때 꺼내 쓴 겁니다.
재판부는 "전자정보를 디넷에 보관해 왔고 이를 로컬 PC에 엑셀 파일 형태로 저장한 뒤 증거로 제출한 걸로 보인다"면서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적시했습니다.
지난 2022년에는 "디넷에 보관한 휴대폰 정보로 별건 수사하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례도 나왔습니다.
검찰은 이후 디넷 정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서보학/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보를 불법적으로 보관하고 활용함으로 인해서 우리 사회에 대한 검찰의 지배력, 통제력은 점점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것이 단순한 검찰의 수사 편의를 넘어서 검찰 독재 국가로 향하는 한 과정에 있다 이렇게 봅니다. 일반 시민에 대한 사찰로 이어질 수도 있고 또 별건 수사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우리가 조지 오웰에서 얘기하는 1984 전체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삶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통제하는 이런 사회가 실현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죠."
◀ 이휘준 ▶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가 열리면 '디넷'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군요.
그런데 수사기관에서 내 스마트폰을 보려고 작정하면 어디까지 볼 수 있습니까?
◀ 최경재 ▶
제 스마트폰을 포렌식 연구소에 맡겨 분석해 봤는데, 한마디로 탈탈 털렸습니다.
저도 잊고 있었던 제 정보가 줄줄 나왔습니다.
◀ 이휘준 ▶
이런 휴대폰 정보가 검찰 ‘디넷’에는 얼마나 많이 저장돼 있는 겁니까?
◀ 최경재 ▶
국회를 통해 자료를 구했는데요.
해마다 수천 건씩, 압수한 휴대폰 정보를 통째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걔 중에는 12년 전에 압수해 놓은 것도 있었습니다.
◀ VCR ▶
고려대 디지털포렌식연구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기자의 스마트폰을 컴퓨터와 연결하자 전자정보를 수집하는 프로그램이 작동합니다.
[이상진/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여기서부터 출근길이군요. 강변북로를 안 가고 올림픽대로로."
기자의 거주지, 직장, 주로 가는 장소, 최근 입력한 일정도 모두 나타납니다.
"6월 2일날 날짜가 미리 잡아놓으신 것 같아서." <저 다음 방송 일정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뭘 검색했는지, 맞춤법 검사 내역까지 확인됩니다.
[이상진/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법무법인도 많이 가고 그렇죠? 검찰 예규도, 뭔가 이렇게 이 법률적인 취재를 좀 많이 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 좀 드네요. 그렇죠? <저것도 사실 '틈틈히'인지 '틈틈이'인지 헷갈려서 검색했던 건데.>
가계부 앱에 기록한 월급은 물론 하루 지출 내역도 알 수 있습니다.
[이상진/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가계부는 무슨 용도로 쓰세요?" <제가 돈 관리를 합니다.> "커피, 진료 검사. 연금저축 드셨네요. 그렇죠?"
번번히 입력하기 귀찮아 '자동 로그인' 기능을 사용했던 앱과 웹페이지의 아이디 비밀번호가 그대로 떴고, 기자의 위치 정보를 수집해 온 구글에서는 한 달 치 타임라인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문자로 온 카드 결제 내역을 결합하니 이날 뭘 먹고 얼마를 썼는지까지 나왔습니다.
요즘 수사기관이 압수하는 전자장비의 대부분은 휴대폰입니다.
경찰 압수품의 80% 이상이 휴대폰입니다.
해마다 크게 늘어 지난 2020년부터 압수량이 5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이상진/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나의 일상이 CCTV를 보듯이 이렇게 추적할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내 기억보다 더 많은 정보를 나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됩니다."
검찰은 이런 휴대폰 정보들을 디넷에 얼마나 많이 올렸을까요?
의원실을 통해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2012년 4월 디넷 구축 이후 해마다 수천 건씩, 많게는 9천여 건의 휴대폰 정보를 통째로 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금은 얼마나 보관 중일까요?
2012년 올린 정보 1건이 아직도 디넷에 남아 있습니다.
12년 묵은 자료가 있는 겁니다.
2013년 7건, 2014년 112건, 2015년 자료 150건이 여전히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검찰 예규에는 형이 확정된 때로부터 10년간 자료를 디넷에 보존할 수 있다고 명시해놨습니다.
내란이나 외환죄는 영구 또는 준영구로 보존합니다.
그럼 디넷에 저장한 정보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요?
검찰은 통째로 복제해 올린 정보는 다운로드 자체가 불가능하고, 설사 다운로드하더라도 해독할 수 있는 포렌식 장비가 없으면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이트가 만난 현직 검찰 간부는 부분적으로 추출한 디지털 증거물은 접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디넷 접근 권한은 대검 과학수사부에 요청하는데 거절당한 적이 없다"
"해당 파일을 내려받은 뒤 수사팀 내부에서 메신저나 USB 등을 통해 공유하며 수사에도 활용한다"고 했습니다.
[오선희/변호사 (검사 출신)] "수사기관이 개인의 정보를 인질로 들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 인질로 잡힌 나의 정보들 때문에 그 개개인들이, 국민들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어요. 그냥 정보를 인질로 잡혀 있는데 뭘 할 수 있겠어요? 내가 뭣 때문에 수사기관에 나의 어떤 정보가 털려서 앞으로 수사를 받을 수도 있어, 그 개연성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은 굉장히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됩니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0년.
방역당국은 개인 정보들을 샅샅이 뒤져 확진자와 접촉자를 찾아냈습니다.
CCTV로 확진자 손님과 접촉한 종업원을 고위험 접촉자로 분류했고,
[역학조사관] "주문받는 분이 마스크를 안 쓰셨습니다."
휴대폰 위치 정보나 신용카드 결제정보로 사람들을 찾아냈습니다.
[역학조사관] "이분으로 보이는데, 메밀국수 7천 원짜리 드신 것 같은데 확인은 안 됩니다."
국민 90%는 확진자 동선 공개에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공의 안전과 개인의 기본권은 충돌했습니다.
국가의 개인 정보 수집,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요?
[김주호/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 "방역 조치를 어긴 개인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 털이라든지 또 마녀사냥이라든지 또 거기에 대한 정부의 여러 가지 개인 정보들을 통한 추적 역학조사 이런 것들이 좀 과하지 않았나 이런 걸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인 것 같고. 공공이 그런 개인정보라든지 또는 여러 가지 신용카드 정보 이런 것들의 취합해서 과연 그거를 다른 목적에 또 쓰지 않는다는 또 그런 확신 이런 것들도 사실 없고.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정부의 여러 가지 조치라든가 이후에 입법적인 조치들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방역 조치만큼이나 큰 관심이나 이런 것들을 기울이지는 못하지는 않았나 이렇게 한번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휘준 ▶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 만에 내가 어디서 누구와 밥을 먹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시대.
'감시사회'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AI 시대에는 개인정보 보호 중요성이 더 커지잖아요.
◀ 최경재 ▶
AI가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려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해 학습해야겠죠.
그런데 정보를 마구잡이로 수집하다 보니까 AI를 통해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문제도 생기고 있습니다.
◀ 이휘준 ▶
앞으로 AI 개발이나 활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텐데, 관련 규제나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최경재 ▶
네, 편리한 기술을 발전시키면서도 개인의 정보와 인권을 보호하는 것,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VCR ▶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탈의실에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사측이 직원 탈의실 앞에 안면인식기를 설치하려고 해서입니다.
사측은 출입 확인용이라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감시 수단이라고 맞섭니다.
[이병락/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 "만약에 이게 안착화가 되면 출퇴근 목적뿐만 아니라 탈의실에 쉬러 들어갈 수도 있는 거지 않습니까? 일을 하다가 거기가 휴게 공간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럼 누가 몇 시에 탈의실에 쉬러 왔는지 누가 몇 시에 탈의실에 나간건지 이런 것까지 다 통제와 관리를 하겠다 라는 걸로 보이거든요, 저희는."
LIG넥스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사측이 도입하려고 한 새 근무 모니터링 시스템.
컴퓨터 화면에서 20분 넘게 마우스가 움직이지 않으면 이 시간을 수치화해 정기적으로 팀장에게 알려줍니다.
'화장실만 가도 근무 시간이 쌓이지 않는다', '노예 족쇄같다'는 반발이 나왔고 사측은 도입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감시는 더 고도화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CCTV를 보유한 중국.
5억 대가 넘는 CCTV가 AI 안면 인식 기능과 연결됩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나, 지하철을 탈 때도, 모니터를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감시 영역도 넓어집니다.
거리에 촘촘하게 깔려있는 감시 카메라는 교통 신호를 위반한 사람들을 찾아내 얼굴, 이름, 주민번호를 경찰에 알립니다.
[경찰-신호 위반 시민] "신호등 어기셨으니 벌금 내야 합니다." <어떻게 제 핸드폰 번호를 알았나요?> "안면 인식이요."
엄청나게 많은 정보와 지식을 수집하는 AI.
거르지 않고 정보를 학습하다 보니 민감한 개인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기도 합니다.
3년 전 공개된 인공지능 대화친구 이루다는 학습데이터에 포함된 사람들 이름과 주소를 그대로 노출시켜 문제가 됐습니다.
저작권 문제도 터졌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오픈AI가 기능 향상을 위해 유튜브 콘텐츠를 100만 시간 이상 무단으로 학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무료 오픈소스 플랫폼의 데이터가 바닥나자 허락받지 않은 콘텐츠까지 학습시켰다는 겁니다.
AI의 마구잡이 데이터 수집.
세계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EU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AI 규제 법안을 만들어 AI 개발 기업은 EU 저작권법을 반드시 지키고 AI가 학습 과정에 사용한 콘텐츠를 명시하도록 했습니다.
실시간 원격 생체 인식 식별 시스템은 테러범 추적 등을 제외하고는 금지됩니다.
한국에서는 국회에서 1년 넘게 AI 기본법이 계류 중입니다.
국민의 생명, 안전, 권익에 위해되는 경우가 아니면 AI 기술 개발을 제한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가 인권단체들이 크게 반발해 해당 내용을 삭제했습니다.
[최항섭/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EU 같은 경우에는 개인의 사생활 자유, 이런 것들이 국가의 안전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로 이렇게 이어져 왔어요. 근데 한국 같은 경우에는 그 상승 곡선에 있긴 하지만 아직도 역시 국가의 안전, 공동체의 안전이 훨씬 더 중요하고 개인정보가 국가의 안전 또는 소비자의 이익보다 이게 우선시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이게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고. 하지만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뒤늦게 이걸 하면 굉장히 늦다. 이런 것들은 사전적으로 대응을 해야 될 필요가 반드시 있다."
개인 정보를 집어삼키는 AI 시대,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요?
[이광석/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기술이 예전에는 공장이나 이런 데서 기계로 돌리는 그런 공장 기술이었다면 지금은 우리의 삶 옆으로 그냥 깊숙이 들어와 있고 24시간 스마트폰과 함께 우리가 깼다가 잠드는 그런 현실인데 이제 이런 현실 속에서 기술에 대한 규제나 적절한 통제 장치가 없다면 시민들의 인권이나 이런 부분에서 완전히 빈 상태가 되는, 어디에도 자기만의 권리를 찾지 못하는, 데이터 권리의 영역이 사라지는 그런 상황이 될 텐데 이 두 밸런스, 데이터 보호와 시장 성장이라는 두 양자를 적절하게 밸런스를 잡아가는 작업이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봅니다."
◀ 이휘준 ▶
디지털 정보가 돈과 힘이 되는 시대.
정보 인권을 지키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최경재 기자(economy@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593331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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