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日, 네이버 압박에… 손놓은 韓정부

전혜인 2024. 4. 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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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라인 지분 매각 요구에
韓, 민간 기업 이슈로 치부
"사실 확인부터 할 것" 반응
"반도체 수출규제급 대응해야"
네이버 자회사 라인의 일본 사옥. EPA 연합뉴스

"한국의 반도체 몰락을 노린 일본의 2019년 반도체 기습 수출규제와 다를 바 없다. 당시 정부와 정치권까지 합심해 만든 수준의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 "네이버에 라인을 팔라고 압박하는 일본 정부처럼 한국 정부가 비슷한 조치를 취하면 다른 나라들은 소송으로 응수할 것이다. 2021년 일본에서 42만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일본 정부는 메타 경영권을 문제 삼지 않았다."

네이버가 일본 정부로부터 13년동안 키워온 '일본 국민 메신저' 기업 라인야후의 경영권 포기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나서 개인정보 문제를 경영권 이슈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민간 기업 이슈'로 치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외교통상부 등 관련부처 합동 대응조직을 출범시키지 않고 외교부 차원의 간단한 발표만 내놓은 데서도 드러난다. 미·중 갈등 속 일본이 외교로 몸값을 높이며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까지 집중 수혜를 받는 가운데 현재 우리 기업들의 일본 내 현지 사업마저 포기하도록 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지분 64.5%를 보유한 지주회사 A홀딩스의 주식 매각을 요청했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지분을 가진 회사로, 네이버가 개발한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과 최대 포털 야후를 서비스한다. 소프트뱅크의 움직임 뒤에는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가 있다. 지난해 11월 51만건의 라인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안을 지배구조 이슈로 연결한 것이다.

네이버는 2011년 6월 일본에서 라인 서비스를 시작해 9600만명이 쓰는 '국민 메신저'로 성장시켰다. 이후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지난 2021년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포털 야후재팬을 통합해 A홀딩스를 출범했다. 라인야후 경영권을 잃으면 글로벌에서 2억명이 쓰는 서비스가 일본 기업 손에 들어가가게 된다.

일본 정부는 2021년 42만명 가량의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기업 지배구조를 문제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라인야후의 지배구조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구글, 메타 같은 미국 빅테크는 건드리지 못하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얕잡아 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행사한 '무력'(미국내 사업권 매각 명령)을 일본이 동맹관계인 한국에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긴밀하게 모니터링 중"이라는 반응뿐이다. 외교부는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게 확고한 입장"이라면서도 "이번 건과 관련해 네이버 측 입장을 확인하겠다. 필요 시 일본 측과도 소통하겠다"며 사실 확인부터 하겠다는 반응이다. 과기정통부도 "관계당국과 함께 상황을 긴밀하게 논의하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확인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했다. 정부 내에서는 민간 기업의 이슈에 대해 전면에 나서는 게 조심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뒷짐 지고 있을 게 아니라 2019년 반도체 사태 당시처럼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안보이슈 등과 연계해 정부가 직접 대응해야 한다. 이럴 때 정부 역할이 없으면 한·미·일 동맹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김용희 경희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네이버의 지분까지 관여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며 "정부가 외교적인 수사를 통해서라도 우려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일본 정부와 함께 네이버 뒤통수를 친 만큼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 개입하지 않는 이상 네이버가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국은 패싱하고 일본에 수혜가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실력 발휘를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게 행정지도로 지분매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과도한 조치"라며 "한일 양국이 여러 채널을 통해 원만한 마무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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