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줄테니 인재 모십니다” 이젠 옛말됐다…연봉 상승 한풀 꺾인 ‘이 업계’
고금리 영향,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급감’
비개발자 연봉 상승률, 3년 내 최저 2.9%
개발자 연봉 7868만원, 가장 낮은 7.3%
매일경제신문이 인적자원(HR) 기업 원티드랩(대표 이복기)에 요청해, 2021년 1분기~2024년 1분기 IT·플랫폼·스타트업 업계 종사자 약 3만900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2024년 1분기 새 직장에 합격한 마케팅·판매·HR 등 비개발자 직군 연봉은 5654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5495만원 대비 2.9% 상승에 그쳤다. 비개발자의 이직 시 연봉 상승률은 2022년 4.8%에서 2023년 1분기 5.8%로 높아진 뒤 올해 들어 3년 내 가장 낮았다. 개발직군 역시 비슷했다. 개발자 직군 연봉은 7868만원으로 1년 전 7335만원 대비 7.3% 높았다. 상승폭이 2022년 1분기 10.7%에서 지난해 7.6%로 낮아진 뒤 올해 들어 더 하락한 대목이다.
일부 스타트업은 체질 개선을 위해 인원을 축소 중이다. 에듀테크 기업 클래스101은 임직원 수를 약 360명에서 120명으로 줄였다. 또 다른 한 스타트업은 자금난에 대표 홀로 남은 상태에서 남아 있는 빚을 투자자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0’원 매각했다.
여전히 개발 인재는 부족하나, 구조조정을 한 스타트업에서 인력들이 나오면서 공급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폐업한 기업에 몸담았던 유능한 개발자들을 동일한 연봉을 주고 데리고 왔다”면서 “여전히 우수 개발자는 부족하지만, 몸값 올리기 경쟁이 코로나 때처럼 극심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부 스타트업은 외국에 개발 본부를 둔 경우도 있다. 빅데이터·AI 기반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티디아이(TDI)는 AI를 도입해 인력은 조정하면서도 매출·영업이익을 극대화했다. TDI는 전체 직원 숫자를 150명에서 30명으로 줄였다. 대신 신시장 개척 차원에서 베트남에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 개발인력 40명을 새롭게 채용했다. 매출액은 2022년 121억원으로, 전년 83억원 대비 46% 증가했다. 올 들어 상승폭이 줄긴 했지만, 3년 전과 비교해서는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3년 전 대비 개발자는 27.8%, 비개발자는 14.1% 각각 올랐다.
원티드랩은 “특히 7년차 미만에서 AI 관련 역량을 보유한 개발자의 평균 연봉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생성형 AI 관련 서비스 개발이 본격화된 2023년부터 AI 역량을 요구받지 않는 일반 개발자의 연봉 상승폭을 뚜렷하게 초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영상인식 AI기업 개발 총괄은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점차 특정 영역에 전문화된 개발 인재를 더 선호하는 추세로 기울어지고 있다”면서 “가령 로봇에서 컴퓨터 비전 전문 엔지니어를 찾는다면, 아주 세세하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프로그래밍 스킬과 함께 추가적으로 관련 분야 경험까지 함께 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력 풀이 한정될 수 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백엔드만 보더라도 머신러닝 개발을 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보편적인 역량과 달리 차별화를 갖춘 고급 인재들은 인맥과 보상을 통해 모셔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랩스나 카카오브레인처럼 AI를 연구·개발하고 관련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게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는 전문 회사들이 관련 인력을 모집하는 데 있어 ‘상시 채용’으로 문턱을 넓힌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한 IT 헤드헌터는 “AI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뿐만 아니라 전통 제조 기업 등 AI와 관련 없는 곳 조차도 관련 인력을 채용하는 분위기가 최근 수년간 이어지면서, 수요가 공급을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해 IT 업종도 이직이 예년만큼 쉽지 않다고는 하지만 AI는 다른 차원의 얘기들이 오고 간다”고 귀띔했다.
국내 IT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한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AI 관련 분야 뿐 아니라 전 분야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검증된 개발자’를 뽑고 싶어 하는 경향이 보편적으로 자리잡았다”면서 “신입의 경우는 채용 후 정착과 훈련까지 기간이 걸리는데, 이 기간을 ‘투자’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신입 채용을 줄이고, ‘검증된’ 몇 년의 경력을 가진 경력 개발자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S급 인재 영입은 여전히 ‘하늘에 별 따기’다. 원티드랩에 따르면, 지난해 이직시 최고 연봉액은 AI개발자 직군에선 1억8000만원, 일반 개발자 직군에선 1억90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 그룹사의 AI 전문 자회사 대표는 “구글 등 해외사 만큼 챙겨줄 수 없다보니 채용 마지막 단계에서 번번히 고사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좀 더 권한을 많이 부여하고 자율적인 업무 개진이 가능 할 수 있게 원하는 조건을 최대한 들여주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한 개발자는 “주변의 개발자들은 ‘성장’에 대한 욕심이 매우 강하다”면서 “단순히 돈을 많이 주는 곳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내가 잘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찾기 때문에 개발자 문화가 중요하고 그러한 점에서 유명 AI회사들이 인재 영입에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개발 인재 육성을 위해 대학의 중요성을 꼽았다.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이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술보다 뒤쳐져 있기 때문에, 실무형 인재를 일찌감치 대학에서 길러야한다는 메시지다. 한 IT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채용을 진행해보면 지원자 대부분이 대학 이외의 인턴십이나 공모전, 스타트업 경험 등의 스펙을 갖추고 있고, 더러 사교육으로 코딩 스킬을 쌓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면서도 “공통적으로 물어보면 대학 수업만으로 기업의 코딩테스트나 역량 면접 등을 절대 통과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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