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LED 산업 '구원투수' 나설 것

김시균 기자(sigyun38@mk.co.kr)이호준(lee.hojoon@mk.co.kr) 2024. 4. 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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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
정부 주도로 디스플레이 산업 키워야
소재·부품·장비 선구매, 정부 건의할 것
공공기관 국산제품 설치 의무화도 필요
수직으로 소자 쌓는 기술 세계 첫 개발
디스플레이협회 무기발광 위원장 선임

"국내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이 발전하려면 정부가 나서서 초기 수요를 창출해야 합니다. 정부가 민간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서울반도체가 적극 나서겠습니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71·사진)는 1만8000개가 넘는 신기술 특허 파워를 보유한 국내 1위 광반도체 기업의 수장이다. 1987년 LED 개발·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울반도체를 직접 인수해 1992년부터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서울반도체는 가시광 분야에서 2년 연속 글로벌 3위, 자외선 발광다이오드(UV LED) 분야에서는 5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업계 최고 광반도체 기술력과 '오가닉 성장(Organic growth)'으로 이뤄낸 성과다. 오가닉 성장이란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 등 외부 동력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기술 개발·경쟁력 확대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서울반도체는 국내 마이크로 LED 산업 발전의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발족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 산하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분과위원회'의 첫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신임 위원장 역할은 △연구개발(R&D) 세제 지원 등 정부 정책 수혜 확대를 위한 의견 결집 △전문인력 육성을 통한 산업 기반 강화 △시장 조기 확대를 위한 규제 개선 활동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정부가 공공기관 등에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시장 수요를 키우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주도로 정부기관, 공기업·공공기관, 군부대 등에 국산 마이크로 LED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의견이다.

그는 "정부가 국내 기업이 생산한 마이크로 LED 소재·부품·기구·장비 1000대 선(先)구매를 의무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이런 대안들은 수백억 원에 이르는 R&D 자금을 개별 기업에 할당해 나눠주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선구매 의무화로 정부 예산이 부족해질 가능성에 대비하는 대책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구매할 때 예산이 부족하면 서울반도체가 총대를 멜 수 있다"면서 "대금을 일종의 외상으로 처리해 2~3년 뒤에 지급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 LED는 크기가 100㎛ 이하인 R(적색)·G(녹색)·B(검정) LED 칩을 패키징하고 모듈화하는 디스플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LCD와 OLED를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가 넘는다. 하지만 국내 시장 흐름은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예컨대 국내 빛 축제나 지역별 행사에서 사용하는 LED는 99% 이상이 수입품이어서 국민 세금인 국가 예산을 소모하고 있다"며 "이것은 국내 LED 산업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경쟁자만 키우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빠르게 산업을 육성하려면 기업이 많은 주문을 받고 양산력 확대를 도모함과 동시에 인력 채용과 훈련도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야만 규모의 경제 효과에 힘입어 비용을 낮추고 글로벌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와이캅 픽셀'로 디스플레이 분야 혁신상을 받은 바 있다. 디스플레이의 최첨단 기술인 마이크로 LED에도 사용되는 와이캅 픽셀은 와이어와 패키지, 렌즈 없이 와이캅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적녹청 3개 LED 소자를 수직으로 쌓아 하나의 칩으로 완성한 세계적 기술이다. 칩 제작 과정 등을 3분의 1로 줄여주고, 발광 면적도 3분의 1로 감축해 90% 이상 투명도를 구현한다.

현재 와이캅 기술은 TV, 모니터, 정보기술(IT) 기기, 자동차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조명에 채택되면서 서울반도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2019년 매출 1조129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2020년 1조1531억원, 2022년 1조1094억원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1조337억원을 달성했다.

글로벌 기업에서 M&A 제의도 꾸준히 받았다. 하지만 M&A로 몸집을 불려 매출 규모를 키우는 것은 단기 전략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 번번이 거절해왔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자체 특허기술과 독자 판매망을 확보했기 때문에 신기술 시너지 창출과 새로운 판매망 확대에는 M&A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내 마이크로 LED 산업이 부흥하려면 서울반도체처럼 우수 특허를 다수 보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탄탄한 특허를 중심으로 중소·중견·대기업이 함께 협력해 시너지를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소재부터 부품까지 다양한 분야 기업들이 우수 특허를 보유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들이 시너지를 일으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생태계를 강건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노력이 가상현실(VR) 기술 등 수백조 원대 신시장으로 확대된다면 엄청난 고용을 창출하고, 연관 산업 부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볼 때 마이크로 LED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그는 "연평균 20% 이상 고성장해 10년 내에 연간 3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훈 대표 △1953년 경기 광명 출생 △1975년 고려대 물리학과 학사 △1977년 육군 중위 전역 △1977~1982년 제일정밀 △1979년 고려대 경영대 석사 △1984~1991년 삼신전기 부사장 △1992년 서울반도체 인수 △1992년~현재 서울반도체 대표

[김시균 기자 /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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