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10조나 줄었는데…전세사기 피해 지원 적절성 '논란'
22대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식의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의 건전성과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부작용이 더 크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피해자 구제 비용을 최대 5850억원으로 추산했지만, 정부는 ‘조 단위’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사기와 형평성 문제”
28일 부동산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 의결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돼 있다. 야당은 다음달 2일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우선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해준 뒤, 경·공매 등을 통해 추후 회수하도록 하는 ‘직접 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기존에 경·공매 유예, 우선매수권 부여, 저금리 대출 제공 등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치 않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정부는 사인 간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국가가 구제를 해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보이스피싱이나 다단계 등 다른 사기 피해자도 정부한테 구제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2010년대 ‘저축은행 사태’ 때도 5000만원 초과 예금자의 피해액을 세금으로 물어주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결국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서 불발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의 제도가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는 만큼 전세사기를 단순히 개인 간 사기로 치부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특별법에서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 재원으로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도록 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청약저축 납입액, 국민주택채권 등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은 다시 국민에게 돌려줘야 하는 부채성 기금”이라며 “기금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공공주택 공급이나 저금리 정책대출 등 주거복지 정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청약통장 해지 등으로 ‘곳간’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규모(잔액 기준)는 2022년 28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8조원으로 10조7000억원가량 급감했다.
○최대 5850억 vs 조 단위
피해 구제금액 규모에 대한 시각차가 크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 비용을 4875억원으로 추산했다. 피해 임차인 수 2만5000명, 소액 임차인이 아닌 후순위 피해자 비율 50%, 피해보증금 1억3000만원, 최우선변제금 비율 30% 등을 가정한 액수다. 피해자가 3만명으로 늘어날 경우 최대 5850억원이 필요하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후순위 피해자 비율 등은 한국도시연구소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설정했다.
정부의 셈법은 다르다. 박병석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장은 “시민단체는 최우선변제금액 이하로 회수 가능한 피해자를 대상으로만 예산을 추정한것”이라며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피해자에 대해 채권을 매입해야 되는 만큼, 초기 매입 비용으로 3조~4조원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평균 보증금 1억4000만원, 총 피해자 수 3만6000명을 바탕으로 계산한 값이다.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회수하는 금액도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HUG가 전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내주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회수하는 ‘대위변제 회수율’은 10%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에 수정·보완이 필요한 조항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개정안엔 채권매입가격(피해자 지원금액)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 이상’으로 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엔 이 비율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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