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까워서 더 상처받아요”…우리 가족 어쩌죠?

박준하 기자 2024. 4. 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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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교육·상담 지원 ‘서울가족학교’
서울시, 가족 관계 회복 프로그램 진행
변화하는 가족 형태만큼 고민도 세분화
부부·청소년기 부모·아버지 교실 등 다양
지난해 2만7000명 수강…“효능감 향상”
최근 서울 강북구 강북문화정보도서관에서 열린 ‘그럭저럭 괜찮은 부모’ 특별 강연을 들으러 온 부모들이 강연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듣고 있다. 이종수 기자

가족은 자신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아군이자, 어떨 때는 너무 가까워 남들보다 더 상처를 주기도 한다. 최근 이러한 가족문제를 풀어내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가 가족 교육·상담을 지원하는 ‘서울가족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고 홍우정 서울시가족센터장(교육학 박사)에게서 가족 관계 회복을 위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연 중인 권경인 광운대학교 상담복지정책대학원 교수. 이종수 기자

가족 소통 프로그램 관심 ‘업(up)’…강연장 ‘북적’=“아이에게 적당한 공감을 해야 합니다. 지나친 공감은 결핍만큼이나 좋지 않습니다.”

권경인 광운대학교 상담복지정책대학원 교수가 자녀와 건강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내놓은 비법이다. 최근 서울 강북구 강북문화정보도서관 강의실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부모’라는 주제로 열린 부모 교육 프로그램에서다. 해당 프로그램은 강북구 가족센터에서 자녀 관계에 고민이 있는 부모를 위해 준비한 전문가 특별 강연이다. 강연에 참석한 부모는 50명이 훌쩍 넘었다. 이들의 자녀 나이는 5세 미만 어린아이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했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강연에 열중하는 참석자들의 표정에서 ‘괜찮은 부모’가 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한시간반 동안 이어진 강연에선 ‘첫째를 키우는 게 둘째보다 어려운 이유’ ‘엄마를 미워하면서 동시에 사랑하는 문제’ 등 현실적인 고민들을 다뤘다. 첫째를 키우는 게 어려운 이유는 부모가 자신을 맏이에게 투영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고, 자식이 엄마에게 애증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엄마를 ‘좋은 엄마’ ‘나쁜 엄마’로 나누지 않고 통합적인 대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강연에 참석한 부모는 자녀와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동시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고민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춘기 자녀를 둔 김수민씨(40·강북구)는 “중학생 아들과 갈등이 있어 답답한 마음에 참석했다”며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을 뿐 아니라 심적으로도 위안을 받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홍우정 서울시가족센터장.

달라진 가족 형태…생활양식 변화 고려를=다양한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은 점점 늘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센터에서 예비부부교실, 신혼부부교실, 아동기 부모교실, 청소년기 부모교실, 아버지교실 등의 서울가족학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해 기준 가족 교육·문화 프로그램에 참석한 사람은 2만7000명이 넘는다.

홍 센터장에 따르면 가족 형태는 부모와 자녀 2인으로 구성된 4인 가족에서 1인 가족, 부모와 1인 자녀로 구성된 3인 가족, 한부모 가족, 노인만 사는 가족, 가족 형태로 사는 공동체 등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부모 자식 사이의 세대 갈등 고민이 대다수였지만 고민의 폭도 넓어지는 추세다. 부모교실에서도 ‘자녀의 디지털 기기 과의존 해결법’ ‘부모 자신의 성 인지 감수성 점검’ ‘학교 폭력 가해자, 피해자 예방법’ 등 요즘 시대와 관련 있는 주제로 강의를 한다.

홍 센터장은 “예전엔 같은 집에서 사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장모와 사위 갈등문제가 컸지만 요즘은 따로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아 지금은 어떻게 돌봄을 할 것인지 묻는 사례가 늘었다”며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1인 가구, 다문화가정 등 시대적 흐름에 맞는 가족 형태를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가사 노동도 주된 갈등 요인 가운데 하나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엔 남성이 주로 경제활동을 했지만 일하는 여성이 늘면서 가사 노동이 공동 업무가 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변화에 발맞춰 아버지와 자녀 관계를 증진하는 아버지교실이나 가족이 다 같이 요리를 만드는 ‘패밀리셰프’ 같은 프로그램도 생겼다. 또 서울시가족센터에선 중위소득 150% 이하 임산부·맞벌이·다자녀 가족에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형 가사서비스’를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실제로 가족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센터장은 “2023년도 부모 교육 참석자의 경우 양육 스트레스가 2.8점에서 2.6점으로 감소했고, 양육 효능감은 3.3점에서 3.6점으로 향상했다”며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의견차를 인정하고 건강한 소통방법을 배우는 데서 큰 만족감을 얻는다”고 밝혔다.

수강은 ‘패밀리서울’ 누리집에서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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