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현의 재난백서] 자전거 사고, 5초만 멈추면 막습니다
도로 바뀌는 지점에서 5초만 멈추면 사고 예방할 수 있어
봄이 되자 자전거에 먼지를 털고 거리로 나오는 분이 많습니다. 포근한 날씨에 바람을 느끼며 자전거를 타면 스트레스마저 사라지는 기분이 듭니다. 주말인 오늘도 자전거를 타러 나가는 분이 많을 텐데요.
자전거 통행량이 늘면 사고도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자전거를 타다 사망한 운전자는 959명에 달합니다. 매년 200명 가까운 사람이 숨지는 거죠. 요즘 같은 4월부터 사고가 급격하게 늘어나는데, 1월에는 2,632명이 다치고 51명이 숨졌는데, 4월에는 5,209명이 다치고 80명이 숨졌습니다.
특히 자전거 사고는 단독으로 난 사고보다 차와 부딪혔을 때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전국에서 일어난 자전거와 자동차가 부딪친 사망사고를 모두 분석해 봤습니다. 자전거를 탈 때 조심해야 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서울 양천구의 도로에서도 2021년 8월 70대 자전거 운전자가 화물차와 측면으로 충돌해 숨졌습니다. 주변에 따릉이 정거장도 있고, 많이 분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니는 곳이었습니다.
위 두 곳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전거도로에서 곧바로 횡단보도로 나갈 수 있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자전거도로에서 횡단보도로 ‘도로의 종류가 달라지는 곳’이죠.
제가 직접 사고 현장을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니 왜 위험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안산의 도로는 자전거가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바로 횡단보도로 나갈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이 없어 멈추지 않고 통과할 수 있었는데, 만약 차가 달려오고 있었다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습니다. 차가 꽤 빨리 달리는 곳이라 브레이크를 밟더라도 충돌을 피하긴 어려워 보였습니다.
사망사고가 난 양천구의 횡단보도는 차가 빨리 달리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옹벽과 건물이 시야를 가려 자동차와 자전거 운전자가 횡단보도에서 마주치기 전까지 서로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려웠습니다. 사각지대에서 갑자기 자전거나 차가 튀어나오고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히는 거죠.
서울 종로에 자전거도로가 생겼을 때 이런 지적이 많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종로 자전거도로는 차도 바로 옆에 있어서 자전거를 타면 차와 부딪힐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곳에서는 자전거와 자동차가 충돌해 인명피해로 이어진 사고가 없었습니다.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도로 위로 달리는 자전거를 볼 수 있어 돌발상황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가 시야에 들어오면 차 운전자는 자전거가 갑자기 쓰러지거나 방향을 트는 상황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죠. 자전거 운전자 역시 차량을 볼 수 있어 방향을 꺾거나 횡단보도로로 진입을 할 때 조심하게 됩니다.
정리하면 자전거 사고는 자전거도로로 쭉 달릴 때보다 '자전거도로나 인도'에서 '차도나 횡단보도' 로 나오는 지점에서 자주 발생하고, 이곳을 지날 때 주의해야 합니다.
자전거 교통이 잘 정비된 나라에 가면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도로를 보면서 운전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로 중에는 이렇게 정비가 안 된 곳도 많습니다. 아예 자전거도로가 없어 인도를 따라 달리기도 하는데, 이 경우 가로수나 배전반이 시야를 가려 차 운전자가 자전거를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당장 도로를 바꾸긴 어려운 만큼 운전자가 주의를 기울여 사고를 막아야 합니다. 횡단보도를 만나면 조금 귀찮아도 내려서 걸어가면 사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 횡단보도가 아니더라도 차도와 자전거도로가 맞닿은 곳이 나오면 자전거를 멈추고 주변을 살핀 뒤 출발하면 좋습니다.
딱 5초만 여유를 가지면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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