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이자벨 위페르 세번째 협업작 개봉

김은형 기자 2024. 4. 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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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홍상수 감독과 세번째로 호흡을 맞추며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여행자의 필요'가 24일 개봉했다.

홍상수 감독이 작품 외 국내 활동을 일절 하지 않으며 화제성이 약해져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위페르와의 세번째 협업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여행자의 필요'는 위페르가 주목받아온 차갑고 지적이며 강렬한 연기를 벗어나 대배우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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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여행자의 필요’
영화 ‘여행자의 필요’. 전원사 제공

대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홍상수 감독과 세번째로 호흡을 맞추며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여행자의 필요’가 24일 개봉했다.

홍상수 감독이 작품 외 국내 활동을 일절 하지 않으며 화제성이 약해져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위페르와의 세번째 협업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주무대가 할리우드가 아닌 유럽이라 대중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위페르는 현존하는 여성 배우 중 가장 높은 성과를 쌓은 인물로 꼽힌다. 칸과 베네치아(베니스)영화제에서 각각 두번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할리우드에서 폴 버호벤과 찍은 ‘엘르’로 2017년 미국아카데미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가 탈락하자 평단에서는 일제히 아카데미 쪽의 불공정한 시상을 비판할 정도였다. 그가 세번 이상 함께한 연출자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클로드 샤브롤과 칸 황금종려상을 두번 받은 미하엘 하네케, 그리고 홍상수 감독이다.

‘여행자의 필요’는 위페르가 주목받아온 차갑고 지적이며 강렬한 연기를 벗어나 대배우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난 베를린영화제 수상에서 위페르의 실없고 편안하면서도 쓸쓸한 연기가 한몫했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집안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는 여성(김승윤)과 이리스(이자벨 위페르)를 비추며 시작된다. 교사는 교재 대신 학생의 기분과 감정을 캐물으며 답변을 메모지에 프랑스어로 써서 건넨다. 수업을 끝낸 뒤 이리스는 새로 소개받은 수업을 하러 간다. 여기서 학생으로 만난 영화제작자 원주(이혜영)와 변호사 해순(권해효)은 이리스가 그다지 미덥지 않다. 수업을 마치고 함께 사는 젊은 남성 인국(하성국)의 집에 돌아갔는데 인국의 엄마(조윤희)가 갑자기 집에 들이닥친다.

‘여행자의 필요’는 이리스가 어떻게 한국에 온 건지,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인지, 인국과는 어떤 연유로 동거를 하게 됐는지 정보 없이 그의 하루를 따라간다. 이리스는 수업 같지 않은 수업을 하고, 혼자 막걸리에 비빔밥을 먹고, 작은 개울에 더위로 지친 발을 식히고, 인국의 엄마 때문에 집을 나와 다시 막걸리가 든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산책하러 간다. 이사이 홍상수 감독의 특유의 작법인 반복과 변주가 등장하지만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여행자, 즉 이방인으로 지루하게 흘러가는 일상과 인물들의 대화에 끼어들면서 작은 균열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위페르의 아름다운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자의 필요’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위페르는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살아 있다는 건 무엇인가, 혼자 있을 때 어떤 사람이길 원하고 함께할 땐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가라는 게 영화의 주제”라고 말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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