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쿠팡・OTT・배민 ‘나비효과’…체감물가는 ‘고고’ [역아마존 효과, 커지는 공포]

2024. 4.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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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키운 뒤 가격 올리는 ‘역아마존 효과’
넷플릭스·티빙 등 국내외 OTT 가격 줄인상
기대 인플레이션 높아져…도미노 물가 인상
아마존. [AP]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비롯해 배달,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 온라인 플랫폼이 인플레이션의 중심에 섰다. 저가 정책을 앞세워 소비자를 끌어모아 충성고객으로 만든 뒤 가격을 점진적으로 올리는, 이른바 ‘역(逆)아마존 효과’가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역아마존 효과’란 온라인 플랫폼들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온라인 플랫폼이 물가 인상을 억제한다는 의미의 ‘아마존 효과’에서 파생된 정반대 개념이다. 아마존 효과와 아마존 역효과는 다국적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아마존의 역사와 맞물려 있다.

아마존은 사업 초기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모았고, 온라인에서 저렴한 제품에 대한 거래가 증가하면서 물가 상승 억제로 이어졌다. 이후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의 점유율이 40%에 육박하며 영향력이 커지자, 구독료를 올리는 등 가격 인상 기조로 바꿨다. 물가 인상을 막았던 아마존이 이제는 물가 인상을 부추기는 것이다.

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아마존의 전철을 밟고 있다. 현재 온라인 플랫폼 중 역아마존 효과가 가장 활발히 나타나고 있는 분야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다. 일명 ‘스트리밍플레이션’이다,

넷플릭스는 2016년 6월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스탠다드 요금제와 프리미엄 요금제를 1500원, 2500원씩 올렸다. 지난해 말 계정을 공유하려면 5000원을 추가로 지불하도록 정책을 바꾸고, 베이직 요금제를 없애며 사실상 가격을 인상했다.

디즈니플러스도 최근 9900원이던 월 구독료를 1만3900원으로 인상했고, 유튜브 프리미엄도 월 구독료를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3% 올렸다.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 인상은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의 제휴 상품 이용료 인상으로도 이어졌다.

국내 OTT 중에서도 티빙이 내달 1일부터 연간 구독권 가격을 기존 대비 약 20% 올린다. 쿠팡플레이도 쿠팡 통합 유료 멤버십 가격이 58% 오르며 사실상 구독료가 인상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가구가 매달 지출하는 콘텐츠 구매 비용은 2019년 1만8812원에서 지난해 2만3304원으로 4년 새 23.9%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증가폭(12.2%)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넷플릭스. [로이터]

배달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는 최소 주문 금액과 배달료를 올리며 가격을 꾸준히 올렸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외식배달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3%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2%)보다 1%포인트(P) 높다. 최근 쿠팡이츠를 시작으로 배달비 무료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일시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커머스도 수수료나 멤버십 인상으로 소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쿠팡이 최근 와우 멤버십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다른 이커머스들은 경쟁적으로 구독료를 내리고 있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는 2월부터 판매자들로부터 서버 이용 수수료를 받고, 리셀(재판매) 플랫폼인 크림도 2월 판매수수료를 5.5%에서 6%로 올렸다. 무신사의 리셀플랫폼 솔드아웃도 1월 판매수수료를 기존 3%에서 4%로 올렸다. 한 오픈마켓 판매자는 “일반적으로 수수료에 일정 퍼센트를 더해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오르면 가격 인상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온라인 플랫폼들의 가격 인상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여 연쇄적으로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OTT 같은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 모든 물가가 오른다거나 자기가 소비하는 물가가 오른다고 생각을 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진다”며 “예를 들어 사과값이 오르면 소비자는 물가가 오르니 라면값도 오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 유튜브 캡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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