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제안? 찻잔 속 태풍?…울산대병원 이전 제안 '촉각'

허광무 2024. 4. 2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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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겸 시장 던진 화두에 동구에선 "지역 균형발전 역행" 반발 이어져
"도심으로 옮겨 나쁠 것 없다" 찬성론도…복합의료단지 구축도 기대
울산대학교병원 전경 [울산대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김두겸 울산시장이 꺼내든 '울산대학교병원 도심 이전' 이슈에 지역사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울산대병원이 있는 동구지역을 중심으로는 '지역소멸을 부추기는 망상'이라는 비판에 거세게 터져 나왔다.

반면에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실현됐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순기능을 따져보자'며 기대감을 내비치는 여론도 적지 않다.

한편에서는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싸울 것도 없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제안'이라며 아이디어 수준 이상의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시민 편의, 타지역 수요 흡수" 27년 만에 울산시장이 공론화

울산지역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병원의 전신은 1975년 현대조선 부속병원으로 개원한 해성병원이다.

1997년 해성병원이 울산대병원으로 전환됐는데, 이때 병원 측이 남구와 울주군 등지에 새 병원 부지를 물색한 적이 있다.

당시 무거동 시유지가 거론될 정도로 병원 설립 논의가 제법 구체화했으나, 민간 병원에 특혜성 지원이 될 수 있다는 반대 등으로 무산됐다.

이에 1999년 기존 해성병원 건물을 증축하는 방법으로 병원 규모를 키웠고, 이전 검토는 없던 일이 됐다.

다만 병원이 상대적으로 울산 외곽에 위치한 탓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있었다.

그동안 병원 이전 필요성이 간간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구체적 논의로 발전되지는 않았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지닌 이슈를, 김두겸 시장이 이번에 전격 공론화했다.

병원 이전이 처음 검토됐던 때로부터 27년 만이다.

김 시장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전제하면서 "정부안대로 울산대 의대 정원이 현재 40명에서 120명으로 증원된다면, 이번이 울산대병원을 도심으로 이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접근성이 좋은 도심으로 옮기면 시민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고, KTX와 연계해 인근 포항과 경주, 부산 일부 수요까지도 흡수할 수 있다"면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는 병원 이전할 명분이 없을 수 있으므로, 의료계와 심도 있게 협의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원 이전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은 시가 일부 예산을 지원하거나, 현재 병원 시설을 시가 사들이는 방안 등으로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김 시장이 적잖은 파장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대학병원 이전 카드를 구상 단계에서 전격 꺼내든 배경에는, 시민 여론을 환기하는 동시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도록 해 예상되는 반대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두겸 울산시장 [울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책임한 발상" 동구지역 반발…"기대 효과 따져봐야" 신중론도

동구지역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주민 대의기관인 동구의회는 물론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발 목소리가 이어졌다.

4·10 총선에서 맞붙은 현직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당선인도 이번만큼은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동구 주민들에게 실망을 안기고,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고려 없는 무책임한 발상"이라면서 "동구는 지방소멸 위기 지역으로 인구 유출에 대해 심각하고 고민하는 상황인데, 울산대병원 이전이 현실화하면 추가 인구 유출과 경기 침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고려할 때 병원 이전은 현실성이 없다"면서 "도로 인프라 확충에 집중해 병원으로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도 했다.

특히 김 당선인은 "김 시장 논리대로라면 모든 공공기관이나 주요 인프라는 남구나 중구에 있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현재 남구 도심과 가까운 곳에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건립 중이기 때문에, 더욱 남구 중심주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동구만의 문제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관점에서 순기능을 따져보자는 목소리도 있다.

시민 접근성 향상, 타지역 의료 수요 유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은 충분히 기대할 만한 효과라는 것이다.

특히 건립 중인 산재전문 공공병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설립을 추진하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등과 연계하면 전국적으로 자랑할 만한 복합의료단지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중구에 사는 40대 시민은 28일 "이용객 편의 확대, 대학병원의 운영 효율 개선 등이 다른 어떤 요인보다 우선 고려돼야 할 것"이라면서 "울산대병원이 도심으로 옮기면 나쁠 것은 없다고 보이며, 옮겨간 병원 자리를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동구도 병원 이전 공백을 메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워낙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실현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는다.

김 시장의 발표로 당분간 찬반 논의가 이어지겠지만, 잠깐 떠들썩하다가 결국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냉소적 전망이다.

이전 지역이나 시기가 정해지지 않아 구체적 집계가 어렵지만, 병원 이전에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이 넘는 돈이 들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김 시장이 비용 보전책을 함께 제시한 것도 이런 지적에 대한 대응 근거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김 시장이 던진 화두에 뜨거운 논란이 이어지는 셈인데, 이 사안의 주체인 울산대병원은 말을 아끼고 있다.

김 시장은 발언의 파장을 예상해 "개인적인 생각을 제시한 것으로, 병원 측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전제했고, 갑작스럽게 이슈의 중심에 선 병원 측도 다소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이며 "시에서 구체적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는 반응만 보였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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