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핑'도 그림의 떡?…치솟는 먹거리 물가에 캠핑족 '한숨'
알뜰 소비 풍조에 수입산 육류·밀키트 등 수요 증가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봄·가을이면 가족과 함께 캠핑을 즐기는 직장인 오모(42) 씨는 올해 들어 캠핑 예산을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먹거리를 포함한 생활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 캠핑도 큰마음 먹고 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오씨는 "지난해 봄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캠핑하러 갔는데 올해는 비용 부담이 커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둔 40대 캠핑족 변모씨는 "시즌별로 캠핑을 준비하다 보면 물가 부담이 피부로 느껴진다"면서 "요즘 캠핑장에서 잘 먹고 잘 마시는 '먹핑'이 유행이라는데 지금과 같은 물가 상황에선 엄두를 내기 어렵다"고 했다.
기다리던 캠핑 시즌이 찾아왔음에도 캠핑족들의 얼굴은 밝지 않다. 캠핑을 준비할 때조차 계산기를 두드리며 주머니 사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이들에겐 낯설기만 하다. 실제 식품 물가를 보면 이는 엄살이 아니다.
28일 한국소비자원이 대형마트·슈퍼마켓·백화점·편의점 등 4개 유통 채널 500여개 점포 판매가를 집계한 생필품 가격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가공·신선식품을 포함한 먹거리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우선 필수 조미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캠핑족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키웠다.
백설 자일로스 설탕(1㎏)은 지난해보다 29.7% 비싸졌다. 큐원 하얀설탕(1㎏·26.4%↑), 백설 하얀설탕(1㎏·14.3%↑)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청정원 미원 맛소금(500g), 해표 꽃소금(1㎏), 백설 구운소금(500g) 등 소금류도 19∼25%의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해표 순창궁 양념쌈장(500g·17.2%↑), 해찬들 재래식 된장(1㎏·16.2%↑)과 같은 장류를 살 때도 부담이 커졌다.
농산물 물가 상승은 더 도드라진다. 쌈 채소 가운데 하나인 깻잎(100g) 가격은 53.8% 급등했고 풋고추(100g)도 13.1% 올랐다.
적·청상추(상품)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가 집계한 소매가 기준으로 평년에 비해 16∼18% 높다.
캠핑족들이 즐겨 찾는 가공식품의 경우 주부9단 슬라이스햄(100g·18.2%↑), 동원 싱싱맛살 실속(500g·16.5%↑), 더 건강한 그릴후랑크(600g·6.2%↑), 농심 신라면 큰사발면(114g·5.1%↑),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더드(150g·7.1%↑) 등이 오름세를 보였다. 캠핑 필수 식품인 육류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전방위로 오르는 생활 물가에 그 어느 때보다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캠핑 먹거리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육류는 조금이나마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수요가 급등했고 합리적인 가격에 알찬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밀키트도 잘 팔리는 추세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25일 기준 호주산 양고기(숄더랙·프렌치랙)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3% 급증했고 미국·호주산 돼지고기 삼겹살·목심은 81% 늘었다.
1만원대 간편식 피코크 어메이징 부대찌개 매출도 11% 증가했다. 알루미늄 직화 용기에 모든 재료가 담겨 용기째 불에 올려 끓이기만 하면 되는 밀키트로 푸짐한 한 끼 식사를 찾는 캠핑족들의 선호도가 높다.
홈플러스에서도 같은 기간 캐나다산 '보리 먹고 자란 돼지'(보먹돼) 등갈비 매출이 140% 증가하는 등 수입산 육류와 대용량 직화 밀키트(73%↑)의 인기가 눈에 띈다.
이처럼 알뜰 캠핑 수요가 강해지는 추세에 맞춰 대형마트들도 경쟁적으로 기획 행사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마트는 다음 달 2일까지 호주산 양고기를 50% 할인하고 대표적인 쌈 채소인 상추도 할인가에 선보인다. 버드와이저·스텔라·써머스비 등 인기 맥주도 묶음 특가에 내놨다.
홈플러스는 오는 30일까지 '메가 캠크닉 푸드대전'을 열어 보먹돼 등갈비와 숯불 삼겹살·목심 등을 40∼50% 할인한다. 농심컵라면, 오뚜기·CJ 햇반은 묶음 판매로 가격을 낮췄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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