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만든 AI 커버곡… 권리침해에 언짢은 연예인들 [AI쾌락소비 ①]

IT조선 변인호 기자 2024. 4.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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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지만 그 이면에 누군가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문제가 숨어있다. AI 기업뿐 아니라 일반 이용자가 재미 삼아 만든 콘텐츠라도 권리침해가 발생한다. IT조선은 재미를 위한 AI 산출물 영향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장기하가 작사·작곡·편곡한 비비의 ‘밤양갱’은 최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AI 커버곡으로 많이 등장한다. AI가 장기하부터 아이유, 박명수, 오혁, 잔나비, 고 김광석, 양희은 등 가수뿐 아니라 배우 황정민, 영화 ‘다운폴’의 아돌프 히틀러(브루노 간츠) 등 다양한 얼굴과 목소리로 ‘밤양갱’을 부른다.

문제는 이런 AI 커버곡으로 인한 권리침해다. AI 커버곡은 AI에 부를 사람의 목소리를 학습시켜 만든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실존인물(원작자)의 음성권을 침해한다. 또 AI 커버곡은 작사·작곡·편곡자(창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한다. 법적으로는 저작권자가 허락해야 새로운 가수가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썸네일(미리보기 이미지)로 연예인 사진을 사용하는 것도 초상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

SNS 플랫폼 틱톡에서 AI 커버송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화면. / 틱톡 갈무리

이용자는 페르소나 AI 챗봇처럼 특정 인물의 평소 말투와 습관을 학습시켜 AI 챗봇을 만들기도 한다. 이 역시 AI 커버곡과 비슷하게 음성권, 초상권을 침해한다. 저작물을 사용하는 대가도 지급하지 않는다.

이런 AI 챗봇은 주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제로베이스원, 라이즈, 아이브, 에스파, 뉴진스 등 다양한 아이돌이 대상이다. 복수의 소속사에 문의해 봤지만 AI 챗봇 등 AI 산출물을 만드는 기업과 아티스트 IP 이용허락 관련 계약을 체결한 곳은 찾지 못했다. 이용자(팬덤)가 직접 AI 생성 도구를 이용해 제작한 셈이다.

이용자가 올린 생성형 AI 산출물은 보통 ‘해당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함께 기재한다. 그렇다고 AI 산출물이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건 아니다. 권리자가 대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여러 연예인은 다양한 미디어에서 AI 산출물에 불편을 표하고 있다. 방송인 박명수는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그 노래(밤양갱)을 부른 적 없다”며 “그렇게 똑같을 줄 몰랐는데 연예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말했다. 가수 장윤정은 자신의 유튜브 ‘도장TV’에서 “이러면 AI 돌려서 음원 팔면 되지 가수가 레코딩(녹음)을 왜 하겠냐”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 음성을 학습시켜 만든 AI 커버곡은 미국 내 해당 래퍼 팬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는 1997년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이다. 영국 로펌 위긴의 알렉산더 로스 파트너 변호사는 외신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모든 종류의 침해 소송을 제기할 근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일반 이용자가 만든 AI 산출물은 기업(소속사)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하나하나 찾아서 개별 대응하기에는 수가 많은데다 괜히 팬덤이 노는 걸 탄압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서다. 권리가 침해된 상태로 놔둬야만 하는 셈이다.

페르소나 AI 챗봇 플랫폼 제타에 올라온 아이돌 AI 챗봇. / 제타 갈무리

이용자가 만든 AI 산출물 관련 플랫폼은 자체 약관이나 이용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 같은 행위를 하면 안된다고 알리고 있다. 이는 국내 플랫폼에 한정된다. 이마저도 AI 산출물 생성 속도를 내부 모니터링 인력이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AI 산출물로 인한 권리침해에 관한 인식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외산 플랫폼은 별다른 제한이나 안내도 없다. 구글이나 메타는 선거광고에 AI 산출물이라는 표기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다른 콘텐츠는 방치 상태다.

실제 인스타그램·페이스북에서 유명인을 사칭하는 광고가 늘면서 실제 금전피해를 입는 이가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가 되자 메타가 뒤늦게 단속하겠다고 나서는 정도에 그친다. 메타는 이런 단속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AI 산출물 관련 안내가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은 셈이다.

페르소나 AI 챗봇 플랫폼 ‘제타’를 운영하는 스캐터랩은 “제작 페이지에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캐릭터를 제작하는 행위는 금지된다고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며 “약관 등에도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캐릭터를 만들지 않도록 주의를 요청하고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이용자가 발견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스캐터랩은 이어 “내부적으로 권리침해 소지가 있는 캐릭터 삭제 등의 조치를 진행하고 있지만 굉장히 많은 숫자의 캐릭터가 제작돼 조치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며 “관련 안내를 강화하고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더욱 철저히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IT조선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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