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니 되레 박지은 작가의 복덩이가 된 김지원('눈물의 여왕')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4. 4. 2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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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에서 김지원은 추앙받는 삶을 꿈꾼 지방도시에 사는 불행의 빚을 짊어진 무표정한 염미정을 연기했다.

김지원은 tvN <눈물의 여왕> 에서는 모두에게 추앙받는 도도한 여왕 홍해인을 연기한다.

<눈물의 여왕> 의 주인공 홍해인은 박지은 작가의 드라마 중에서 가장 무겁고 차갑지만 내면은 가장 여린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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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앙받는 무채색의 여왕 김지원(‘눈물의 여왕’)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전작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김지원은 추앙받는 삶을 꿈꾼 지방도시에 사는 불행의 빚을 짊어진 무표정한 염미정을 연기했다. 김지원은 tvN <눈물의 여왕>에서는 모두에게 추앙받는 도도한 여왕 홍해인을 연기한다. 극과 극의 캐릭터, 그리고 배우 김지원의 연기와 분위기 역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느껴진다. 이 배우의 컬러는 무채색의 도화지 같아서 어떤 빛깔을 칠하든 그 색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김지원은 특별한 버릇이나 배우의 아우라가 캐릭터를 화려하게 휘감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중들이 정상급의 스타 여배우 하면 떠오르는 발랄하고 화려한 아우라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언제나 본인이 연기한 캐릭터 안에 강하게 응축된 힘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이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시청자를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지만 <눈물의 여왕>은 스타 작가 박지은의 드라마다. 박지은의 드라마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건 화려하고 날아다닐 것 같은 주인공들이다. MBC <내조의 여왕>부터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까지 김남주가 연기한 밝고 씩씩한 커리어우먼 캐릭터가 그 시작이었다. SBS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천송이 역시 화려하고 거만한 매력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여기에 전지현 특유의 스타성까지 더해지면서 폭탄 같은 시너지를 발휘했다. tvN <사랑의 불시착> 또한 멜로와 로맨스를 넘나드는 손예진의 사랑스러운 연기와 푼수 연기가 여주인공 윤세리 역과 찰떡궁합이었다.

이처럼 박지은 작가의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배우라면 한번쯤 탐내고 싶은 매력적인 인물이다. 화려함을 기반으로 코미디, 로맨스, 그러면서도 진지한 내면의 서사까지 모두 담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렇기에 배우 김지원이 박지은 작가의 이토록 화려한 여주인공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눈물의 여왕>에서 김지원은 인생캐릭터들을 만난 느낌이다. <눈물의 여왕>의 주인공 홍해인은 박지은 작가의 드라마 중에서 가장 무겁고 차갑지만 내면은 가장 여린 캐릭터다. 겉은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처럼 무자비해 보여도 실상 그 마음은 드라마의 제목처럼 '눈물의 여왕'에 가깝다. 재벌가의 냉정한 얼음 여왕 이야기가 시한부 인생을 사는 비련의 여주인공의 눈물 서사로 녹아드는 전개다. 물론 박지은 작가의 드라마답게 코미디가 기본이다. 자칫 우습게만 연기하면 무거운 분위기의 여주인공이 드러나지 않고, 무겁게만 연기하면 박지은 드라마의 코믹 룰이 무너질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김지원은 홍해인의 냉정한 카리스마는 물론 그 사이로 드러나는 주인공의 여리고 외로운 내면까지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남편 백현우(김수현)와의 로맨스와 코미디, '사랑과 전쟁'까지 넘나드는 복잡한 관계성의 재미를 제대로 그려낼 줄 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홍해인을 연기하는 김지원을 팔색조, 혹은 화려한 연기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오히려 그보다는 그녀의 대표색인 무채색,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위엄 있는 블랙의 매력을 홍해인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인상이다.

이쯤 되면 오히려 <눈물의 여왕>을 통해 덕을 보는 건 배우 김지원이 아닌 박지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 사실 <눈물의 여왕>의 홍해인, 백현우 서사를 제외한 퀸스그룹 서사는 이제 좀 식상한 코미디라는 인상도 주기 때문이다. <눈물의 여왕>이 가벼운 재벌가를 배경으로 한 흔한 코미디가 아닌, 존재감 있는 여주인공의 드라마라는 인상이 기억되는 건 김지원이 홍해인을 통해 보여준 카리스마 덕이 크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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