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휘 “배우로서 혼란스러운 시기…챌린지 과정이라 생각”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2024. 4. 2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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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4》에서 빌런으로 ‘열일’한 이동휘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현재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 출연 중인 이동휘가 이번엔 영화 《범죄도시4》의 빌런으로 출연하며 '열일' 중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한국 영화 시리즈 사상 최초 누적 관객 수 3000만 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대한민국 대표 범죄액션 영화다. 《범죄도시4》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 분)와 IT 업계 CEO 장동철(이동휘 분)에 맞서 광수대와 사이버팀이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작전을 그린다. 극 중 이동휘는 천재 CEO의 탈을 쓴 온라인 불법도박 조직 '황제 카지노'의 오너 장동철 역을 맡았다.

이동휘는 영화 《극한직업》, 디즈니+ 《카지노》 시리즈 등 다양한 장르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로 매 작품 신선함을 더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공개하며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이동휘를 만나 《범죄도시4》 촬영의 비하인드와 연기관에 대해 들었다.

ⓒ아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도시》라는 인기 시리즈 영화에 출연하게 된 소감은.

"신기한 경험이다. 큰 사랑을 받는 시리즈물에 잠깐이라도 얼굴을 비칠 수 있다는 건 배우로서 복받은 것이다. 마동석 선배의 제안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동석 선배는 배우로서 제가 고민하고 있던 부분을 이해해 주시고 같이 고민해 주는 선배다. 부담감도 있었지만 감사한 마음이 크다."

방금 언급한 배우로서의 고민이 뭔가.

"아무래도 큰 사랑을 받았던 《응답하라 1988》(2015)의 도룡이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비슷한 캐릭터 역할만 들어온다. 곁에 두고 싶은 친구, 재미있고 쾌활한 친구 역할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영화계 시스템이 그렇다. 안주하고 타협하기 싫어 이후 《극한직업》에 출연하기 전까지 1년 반 정도 쉬었다. 쉬는 동안 글을 쓰거나 좋은 독립영화 대본을 수소문하고 감독님들을 많이 만났다. 그렇게 고민하던 시기에 많은 영화계 관계자나 선배님들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마)동석이형도 그랬고, 현재 출연 중인 《수사반장 1958》의 김성훈 감독님도 그중 한 분이다. 그 인연으로 지금 이렇게 작품을 함께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전매특허인 코믹 연기에 대한 욕심은 없나.

"너무 욕심이 난다. 관객들이 제 연기를 보고 박장대소할 때 희열을 느낀다. 인생에 있어서 감동, 슬픔, 눈물 못지않게 웃음이 중요하다. 또 어떤 장르보다 코믹이 어렵다. 과거 제가 했던 캐릭터와 유사한 캐릭터는 웬만하면 다른 배우가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제가 하지 못했던 색다른 식의 코미디에는 당연히 도전하고 싶다."

요즘 유튜브 채널 '핑계고' 게스트로 맹활약 중이다.

"대본이 아예 없더라. TV 예능도 많이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유튜브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내추럴한 이야기가 오가더라. 신기했다. 유튜브 채널이 시대의 흐름이 되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생기고 있다. 그 흐름에 맞게 가는 것도 신선하고 재미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아, 그렇다고 개인 채널을 개설할 생각은 없다.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번 《범죄도시4》에서 비주얼이 독특하다.

"여러 시도를 해봤다. 이 캐릭터는 악인이지만 자유분방하고 순수한 모습이 있다. 뭘 하나 가지면 세트로 모든 것을 소유하려고 하는 아이 같은 모습이 있다. 어린 시절에 이것저것 다 가지고 싶어 하면 부모님이 교육을 통해 다 가질 수 없다는 걸 가르쳐주는데, 이 남자는 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삐뚤어진 상태로 어른이 됐다. 그걸 표현하고 싶었다. 얼굴에 잡티가 보여도 상관없는 사람, 스타일링에 있어서도 주변을 전혀 신경 안 쓸 것 같았다. '소유'에 있어서 광기를 가진 사람처럼 양말부터 넥타이, 하물며 넥타이핀까지도 한 브랜드로 맞췄다. 대본상 시기를 고증해볼 때 T명품 브랜드가 한창 부흥을 이루던 시기다. 그래서 그 브랜드로 맞췄다. 그 광기를 옷으로도 확실히 표현하고 싶었다."

극 중에 실제 본인이 그린 그림도 등장한다.

"이 캐릭터는 좋아하는 것을 다 소유해야 하는 강박이 있는 사람이다. 애초에 피규어를 잔뜩 쌓아두고 만족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저작권 문제로 그림으로 대처해야 했다. 한데 그림도 저작권 문제가 있어 결국 제가 그린 그림으로 대체하게 됐다. 물론 잘 그린 그림은 아니다. 제가 당시에 느낀 감정들을 그림에 담았기에 "뭘 그린 거야?" 하실 수도 있다. 작품이라고 말하기 부끄럽다. 하지만 그래서 이 캐릭터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빌런으로 나오는 김무열과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존재감이 대단했다. 저랑 마주하는 첫 장면부터 신뢰가 가서 온전히 믿고 따라갈 수 있었다. 흔히들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고 한다. 어릴 때는 그 말을 흘렸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그 말은 분명히 맞는 말이더라. 좋은 사람이 돼야 상대방을 배려하고 현장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무열 선배를 존경한다. 인정한다. 후배 배우를 격 없이 편하게 대해 주었고 현장에서의 애티튜드도 훌륭하다. 덕분에 믿고 따라갈 수 있었다.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볼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이 이야기가 마음속에 얼마나 남을까'라는 부분이다. 점점 커지는 생각이다. '나는 과연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주는, 거울이 되는 대본에 끌린다. 땅에 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스토리가 좋다. 시스템적으로 상업적인 영화는 그런 색을 내기가 어려워 꾸준히 독립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누군가를 봤는데, 그 표정 안에 그 사람의 인생이 잠깐 보이기도 한다. 그걸 돋보기로 확대시켜서 해석하는 영화에 끌린다. 스쳐 지나가는 부분을 극대화한 작품 말이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도 슬픔이 있고, 슬픔 속에 사는 사람 같지만 그 안에 작은 행복이 있다.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그린 대본이 좋다."

다양한 작품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성공한 배우 아닌가.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되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많았다. '넌 잘될 거야'라는 말을 거의 못 들었다. 그 실력으로, 그 얼굴로 무슨 영화를 하겠냐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 그래서 배우가 되기 위해 제가 해왔던 노력들을 챌린지라고 생각했다. 안 된다고 하는 세상에 대한 챌린지 말이다. 점점 많아지는 주변의 동료와 격려의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용기가 생긴다. 어떻게 보면 지금 저는 혼란스러운 시기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인물로 인사를 드렸고 큰 사랑을 받았지만 빌드업을 해서 양정팔이라는 캐릭터로 도전할 수 있었다. 여전히 챌린지 과정에 있다. 결과는 미지수이긴 하지만 도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스스로 배우로서 과도기라고 하는데,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명쾌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집에 가서 고양이 두 마리를 보는 순간, 눈 녹듯이 사라진다. 제가 30대 중반에 뒤늦게 고양이를 만났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사랑할수록 내 마음을 알아줄까, 감동을 느낀 적이 많다. 깨닫는 것도 많다. 저를 깨물면 더 많은 안정감을 주고 싶다. 그러면 또 아이들이 점점 변해 간다. 제 인생은 고양이와 함께 살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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