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비호감 딱 두 명 있대, 대선후보![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선거 선진국이라구?
사실 말 많고 시끄러운 미국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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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ose the Lesser Of Two Evils.” (차악의 선택) |
올해 대선을 바라보는 미국 사회 분위기를 말해주는 유행어입니다. 두 명의 비호감 인물 중 덜 괴로운 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the lesser of two evils’을 줄여서 ‘LOTE’라고 합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격언이고 원칙입니다. 삶에서 대부분의 선택은 사실 한쪽이 엄청 좋아서라기보다 덜 나쁜 쪽인 경우가 많습니다. ‘lesser’(레써)는 ‘little’(작은)의 비교급입니다. ‘little’의 비교급은 ‘less’와 ‘lesser’ 두 개가 있습니다. ‘less’는 양, 액수의 적음을 말합니다. ‘less money’ ‘less sleep’ ‘less sugar’ 등이 있습니다. 반면 ‘lesser’는 숫자로 세기 힘든 질, 중요도의 낮음을 가리킵니다. ‘lesser punishment’(덜 무거운 처벌) ‘lesser-known’(덜 알려진) 등입니다. ‘evil’(악)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lesser’가 옵니다.
미국은 선거 선진국입니다. 매년 많은 외국인이 선거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미국을 찾습니다. 올해 대선이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이전에도 미국은 논란이 될만한 선거를 많이 거치면서 고쳐왔습니다. 미국 선거사에 길이 남는 사건·사고들을 알아봤습니다.
On three occasions in my life, I have gone into hospitals as a result of nervous exhaustion and fatigue, and undergone electroshock treatment.” (신경쇠약과 피로감 때문에 세 차례 병원을 방문했으며 전기충격요법 치료를 받았다) |
더 큰 문제는 닉슨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민주당의 조지 맥거번 진영에 있었습니다. 당시 맥거번 후보는 러닝메이트 선정에 어려움 겪고 있었습니다. 20여 명의 후보군을 접촉했지만 아무도 부통령 후보 자리를 원치 않았습니다. 후보 물색에 지친 맥거번 후보는 미주리주 출신의 토머스 이글턴 상원의원과 단 2분간의 통화 끝에 그를 부통령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맥거번 진영으로 익명의 전화가 여러 건 걸려왔습니다. “이글턴의 과거 의료기록을 조사해보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과거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단순 상담 정도가 아니라 장기 입원 치료를 세 차례나 받았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세 번의 치료 중 두 번은 전기쇼크요법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세뇌 공포가 극에 달했던 냉전 시대였습니다. 대통령 유고 시 전권을 쥐게 되는 부통령이 머리에 전류가 흐르는 선을 매달고 쇼크를 받는 장면은 상상만으로 오싹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글턴 의원은 12일 후 기자회견에서 치료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당시 회견 내용입니다. ‘undergo’는 밑으로(under) 가다(go)입니다. ‘겪다’ ‘거치다’라는 뜻입니다. 암 화학요법 치료를 받는 것을 ‘undergo chemotherapy’라고 합니다. 사실을 밝힐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도 하지 않은 것에 비난이 집중됐습니다. 이글턴 의원은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Doing so is not an experience that one would enjoy.”(정신과 치료를 공개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맥거번 후보는 이글턴 의원을 지지했지만, 여론과 민주당 지도부는 싸늘했습니다. 치료 사실을 공개한 지 6일 만에 부통령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습니다. 맥거번 후보는 사전검증도 하지 않고 중대 인사 결정을 내린 것 때문에 비난을 받았습니다. 매사추세츠주를 제외한 49개 주에서 패했습니다.
Three Blind Mice!” (세 마리의 눈먼 쥐) |
플로리다 개표 결과 조지 W 부시 후보가 1784표(0.01%) 차이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를 이겼습니다. 표차가 0.5% 이하면 자동으로 재검표를 해야 하는 규정을 들어 고어 후보는 민주당 텃밭인 4개 카운티의 수작업 재검표를 요구했습니다. 재검표가 이뤄지면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부시 법률팀이 풀가동됐습니다. 부시 법률팀은 현재 연방대법원 대법관 3명이 포함돼 있을 정도로 화려한 면모를 자랑했습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성폭력 의혹을 받았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당시 부시 법률팀에서 활동했습니다.
부시 법률팀은 전국의 공화당 소속 변호사들에게 플로리다 집결 명령을 내렸습니다. 재검표를 감시하라는 임무였습니다. 플로리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재검표 작업을 공개된 장소에서 작은 구석 방으로 옮기자 현장에 있던 수백 명의 공화당 변호사들이 개표 결과를 조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재검표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위협했습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폭동 참가자들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50-year-old white lawyers with cell phones and Hermes ties”(휴대전화를 들고 에르메스 넥타이를 맨 50대의 백인 변호사들). 세련된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폭력이 난무했습니다. 개표 요원들은 간신히 대피했습니다.
폭동 참가자들이 외친 구호입니다. ‘세 마리의 눈먼 쥐’는 유명한 전래동요입니다. 쥐 세 마리가 곡식을 망가뜨려 놓자 농부의 아내가 쥐들을 어두운 숲으로 유인해 꼬리를 자른다는 내용입니다. 동요에 얽힌 뒷얘기가 더 유명합니다. 영국 왕 헨리 8세의 딸 메리 1세는 아버지가 이룬 종교개혁을 뒤엎고 신교도를 탄압해 ‘블러디 메리’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메리 1세가 개신교 주교 3명을 어두운 곳으로 끌고 가 화형에 처한 것을 빗댄 것이기도 합니다. 농부의 아내가 쥐들을 속인 것처럼 재검표 작업이 사기라는 구호입니다.
당시 플로리다주는 부시 후보의 동생 젭 부시가 주지사로 있었습니다. 주 정부는 폭동 가담자에 대한 처벌 없이 마감일까지 재검표 작업이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로 부시 후보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고어 후보가 주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연방대법원이 재검표 작업을 중단하라는 최종 결정을 내리면서 부시 후보는 최종 승자가 됐습니다. 의사당 폭동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과 달리 브룩스 브러더스 폭동은 부시 대통령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Hamilton’s on your side. And you won in a landslide.” (해밀턴이 당신 편이면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이다) |
다른 건국의 주역들은 명문가 출신이었지만 해밀턴은 사생아인 데다가 변두리 출신이었습니다. 독립전쟁에서 공을 세워 워싱턴 장군의 눈에 들어 초대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이 됐습니다. 하지만 신분의 한계 때문에 대통령은 될 수 없었습니다. 대신 킹메이커 역할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의 역할이 빛을 발한 것은 건국 24년 뒤 치러진 제3대 대통령 선거입니다. 1800년 대선은 재선에 도전하는 존 애덤스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부통령, 에런 버 상원의원의 3파전이었습니다. 가장 적은 표를 얻은 애덤스 대통령은 1차전에서 탈락했습니다. 제퍼슨과 버는 선거인단을 73명씩 확보해 동률이었습니다.
결선 투표는 의회의 몫이었습니다. 해밀턴은 국회의원이 아니었지만, 의회 내 영향력이 컸습니다. 친영파인 연방주의자와 친프랑스 계열의 민주공화당이 대립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연방주의자인 해밀턴은 민주공화당의 제퍼슨이나 버와는 세계관이 달랐습니다. 제퍼슨과 버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둘 중에 제퍼슨이 낫다며 지지를 선언하고 다른 의원들을 설득했습니다.
미국에서 히트 친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1800년 선거’(the Election of 1800)라는 곡입니다. 해밀턴의 킹메이커 역할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landslide’는 땅(land)이 밀리다(slide), 즉 ‘산사태’를 말합니다. 산사태가 나면 압사 위험에 처합니다. ‘in a landslide’는 ‘압도적인’이라는 뜻입니다.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용어로 ‘win in a landslide’ ‘landslide victory’가 있습니다. ‘압승’을 말합니다. 제퍼슨과 버 중에서 해밀턴의 지지를 얻는 쪽이 압승을 거두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제퍼슨은 대통령이 됐고, 버는 부통령이 됐습니다. 버는 해밀턴 때문에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를 갈았습니다. 3년 뒤 해밀턴에게 결투를 신청했습니다. 한 방의 결투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명예인 시대였습니다. 둘은 아침 7시 뉴저지 결투장에서 만났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결투입니다. 등을 마주 보고 몇 발자국 걸어간 뒤 빨리 뒤를 돌아보며 총을 쏘는 쪽이 이깁니다. 해밀턴이 빨랐습니다, 하지만 빗나갔습니다. 상대를 죽일 생각이 없어 일부러 하늘을 향해 쐈다는 설도 있습니다. 버는 해밀턴의 가슴을 맞췄습니다. 해밀턴은 다음날 숨을 거뒀습니다. 결투를 ‘duel’(듀얼)이라고 합니다. ‘Prelude to the Duel’(결투의 전주곡). 해밀턴 사망에 원인을 제공한 1800년 선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명언의 품격
트루먼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전국 횡단 기차 유세를 벌였습니다. 기차역마다 내려 유권자들과 악수하고 사인을 해주고 농담을 나눴습니다. 구수한 말솜씨의 트루먼 대통령에게는 안성맞춤의 유세 방식이었습니다. ‘whistle stop tour’(휘슬 스탑 투어)라는 용어가 트루먼 대통령 때부터 탄생했습니다. ‘whistle stop’은 간이역을 말합니다. 작은 기차역에서는 기계음이 아니라 역무원이 휘파람을 불어 기자 도착을 알린 것으로 유래했습니다.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트루먼 대통령은 5% 포인트 차이까지 따라붙었습니다.
대선일 자정쯤 트루먼 대통령은 100만 표 뒤진다는 소식을 듣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 4시경 경호원이 그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자는 동안 역전극이 벌어져 200만 표 차로 승리한 것입니다. 2년 전 내줬던 상하원 다수당 지위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며칠 뒤 세인트루이스 기차역에서 기자들이 그에게 신문 한 장을 건넸습니다. 시카고 트리뷴의 선거 당일 1면 헤드라인입니다.
Dewey defeats Truman.” (듀이가 트루먼을 이겼다) |
‘듀이가 트루먼을 이겼다’는 미국 역사상 최대 오보 사건입니다. 시카고 트리뷴은 원래 친(親) 공화당 신문으로 트루먼 대통령을 반대했습니다. 개표 때부터 제목을 ‘듀이 승리’로 정해놓고 있었습니다. 트루먼 쪽으로 승세가 기울어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노조 파업과 활자체 변경 작업으로 인해 인쇄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거 담당 기자의 예측을 과신한 탓이기도 합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오보 신문을 들어 보이며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That ain’t the way I heard it!”(내가 들은 바로는 그게 아닌데)
실전 보케 360
백악관 만찬에 참석하는 여성이 지켜야 하는 드레스코드는 ‘무릎을 덮는 이브닝 가운’입니다. 외교 행사라서 노출을 최소화하고 보수적으로 입는 것이 관례입니다. 만찬 참석을 앞두고 산체스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에 수많은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대부분 부정적입니다. 할리우드 파티에 어울릴지 몰라도 백악관 만찬에는 적절치 못하다는 것입니다.
Seriously, Lauren Sanchez should read the room.” (심각하게 하는 말인데, 로렌 산체스는 분위기를 파악해야 한다) |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0월 26일 소개된 미국 대선일 풍경입니다. 선거를 마친 뒤 결과를 기다리는 저녁 시간이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어떻게 선거일 저녁을 보내는지 알아봤습니다.
▶2020년 10월 26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1026/103622275/1
The rush to be first could result in getting it wrong.” (가장 먼저 보도하려는 서두름이 틀린 결과를 낳기도 한다) |
There’s a good chance we won’t have a clear winner in the wee hours of the morning.” (다음 날 새벽까지 확실한 승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Keep your phone out of the bedroom to resist the temptation of social media.” (소셜미디어의 유혹을 벗어나려면 휴대전화를 침실 밖에 둬라) |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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