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평 가게서 '3조 부자' 만들어준 음료…서울에 오픈했더니 [현장+]

김영리 2024. 4. 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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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대기 인파 절반 이상 중국인
오픈 직전 50명, 이후 70명대 대기 인원 지속
대부분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 보고 방문
왕환 차백도 코리아 CEO
"한국인 소비자 취향 파악에 주력"
"현재 한티점 한국인 고객 비중 85%"
차백도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김영리 기자


"세븐틴 팬인데 멤버 준이 이곳 음료 마신다고 해서 오픈하자마자 와봤어요."

중국 버블티 브랜드 '차백도(茶百道·차바이다오)' 홍대점 대기 줄에서 만난 20대 한국인 직장인 장모 씨는 "마침 오후 출근을 하는 날이라 와봤다"며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가 이 브랜드 음료를 좋아한다길래 궁금했다. 평소 커피보다 차 음료를 더 좋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좌측부터) 대기 줄에서 만난 소비자가 매장에 온 이유를 보여주는 모습과 실제로 구매한 음료들. /사진=김영리 기자


중국의 '국민 음료'로 유명한 차백도의 한국 세 번째 매장이 오픈한 지난 26일 오전 10시. 직원의 환영 인사와 함께 문이 열린 홍대입구역 부근 매장 앞에는 약 50명의 대기 인파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이후에도 대기자는 더 늘어 10시 40분께 매장 밖에 약 70명이 음료를 맛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인원의 절반 이상은 중국인 유학생이었다. 줄의 가장 앞에 서 있던 20대 유학생 류헌쉰 씨는 "9시 10분부터 기다렸다"며 "한국에 온 지 2년 됐고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그램)'에서 오픈 소식을 듣고 방문했다. 음료 1+1 행사를 하는 데다 현지 매장의 맛과 비슷한지 궁금해서 와봤다"고 전했다.

이화여대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8년 차 중국인 유학생 양서소(27) 씨 역시 "샤오홍슈를 보고 왔다"면서 "중국에서 유명한 브랜드라 한국 매장은 어떨까 궁금했고, 기념품도 받을 수 있어 와봤다"고 말했다.

경희대 유학생 전송(25) 씨도 "중국에서 즐겨 마시던 음료가 이 매장에는 아직 없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도 "중국에선 정말 자주 먹던 음료 가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모님과 함께 줄을 기다리고 있던 20대 한국인 양모 씨는 "집이 근처라 거리를 오가며 가게 오픈 소식을 알게 됐다"면서 "새로운 브랜드 음료의 맛이 궁금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인 30대 김모 씨도 "압구정의 헤이티(시차·또다른 중국 버블티 브랜드)를 좋아해서 맛 비교차 왔다"며 "대기 줄에 중국인이 많아 놀랐다"고 전했다.

매장 안쪽에서 음료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김영리 기자


매장에선 직원들이 분주히 음료를 준비하고 있었고, 음료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붐볐다. 직원들의 유창한 중국어도 들렸다. 안쪽에서 만난 4년 차 유학생 20대 양란 씨는 "가격은 현지보다 1.5배 정도 비싼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현지의 1월 기준 메뉴판을 확인해보니 음료들은 12~22위안(약 2270~4160원)의 가격대로 팔리고 있었다. 메뉴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 매장에선 4900~6900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차백도는 중국 내 8400개 넘는 지점을 갖고 있으며 인지도 측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는 버블티 브랜드다. 올해 한국에 공식 진출해 빠르게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중국 밖 지역으로는 강남 대치동이 처음으로 낙점됐다. 지난 19일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에 2호점을 입점시켰고, 일주일 만에 홍대점도 열었다.   

앞서 차백도의 운영사 '쓰촨 바이차 바이다오(사천 백차백도실업)'는 지난 23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서 주목했다. 이 회사는 이번 공모를 통해 총 29억9000만 홍콩달러(약 4600억원)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차백도 매장 안쪽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 소식을 알리는 전광판과 음료. /사진=김영리 기자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분 73%를 보유한 창업주인 왕샤오쿤-류웨이훙 부부는 이번 상장으로 27억달러(약 3조7000억원)의 순자산을 거머쥘 것으로 추산됐다. 외신에 따르면 이 부부는 2008년 청두의 한 중학교 근처 20㎡(약 7평) 크기의 작은 점포로 창업해 억만장자에 등극한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당시 이들은 보통 5달러가량 하는 0.5L짜리 버블티를 2달러에 파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 회사의 매출의 경우 2022년 42억위안(약 7993억원)에서 지난해 57억위안(약 1조847억원)으로 1년만에 35% 증가했다. 차백도 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내 차백도는 한티점 기준으로 오픈 이후 150%의 매출 성장률을 달성했다.

왕환 차백도 코리아 대표는 "한국의 젊은 층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매장을 열고 있다"며 "아직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알아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픈 초기에는 아무래도 중국인 고객들이 많은데 1월에 오픈한 한국 1호 매장 한티점의 경우 이달 기준으로 고객의 85%가 한국인"이라며 "제주산 망고와 한국산 유제품 등을 활용해 메뉴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백도 코리아는 7월까지 10~20개가량의 매장을 추가로 열고, 연내 국내에서 50호점까지 여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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