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에 주목하는 청년들···공동체조직 탄탄·월 5만원 주거 해결[주말N]
“답답한 도시보다 사람 냄새나는 시골살이를 하고 싶어 7년 전 서울에서 완주로 옮겨 왔어요. 잘 왔다 싶습니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서 6년째 책방 운영을 하고 있는 홍미진씨(37)는 “청년 자립 모델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출판사를 다녔던 홍씨는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고산면에 둥지를 튼 건 아니다. 대안적 문화·사회를 표방하는 곳에서 생활하면서 청년들과 함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해보자는 막연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고 과거 책 만드는 일을 해 이곳에서도 책방을 운영하게 됐다. 또한 그는 완주로 갓 이주한 다른 청년들의 조력자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일도 중요하지만 여럿이 어울려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의지하고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북 전주시에서 차로 30여분 걸리는 완주군은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사회적기업이 300여개에 달하는 등 사회적 경제 조직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 중 고산면은 공동육아나 대안교육 등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돼 있어 대안적인 삶에 관심 있는 청년들의 유입이 많다.
여기에 완주군이 2016년부터 추진하는 여러 청년정책들이 주목받으면서 청년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청년 거점 공간인 ‘청촌방앗간’이다.
청촌방앗간은 청년들로 꾸려진 ‘와니니 협동조합’이 2022년 완주군으로부터 민간 위탁을 받아 운영 중이다. 지역의 모든 이야기가 이곳에 모인다.
청년들은 식사를 함께 하며 완주살이에 이야기를 나누고, 라탄공예·자전거 수리·기타수업 등 여러 활동을 함께 하며 정을 쌓는다. 이승희 매니저는 “여기에 오는 청년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일자리나 주거지 등을 서로 소개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청년 거주정책 중의 하나인 셰어하우스도 정착에 한몫하고 있다. 완주군은 청년층 유입을 위해 최대 14박까지 숙박비 80%를 지원하는 단기 주거 시설부터 최대 3년 동안 월 임차료 5만원에 이용이 가능한 셰어하우스, 정착을 위한 임대주택인 행복주택 등을 갖추고 있다.
부산에서 이사 와 셰어하우스에 사는 안현준씨(34)는 “보증금이 전혀 없고 월세 5만원에 공과금, 관리비 다 포함해도 한 달에 10여만원이면 주거비를 해결할 수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완주군은 그밖에 취업, 창업, 복지 등 청년 맞춤 사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는 청년층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청년층 순전입 인구는 2022년 727명에 이어 2023년 1868명을 기록했다.
완주군은 2022년부터 전북 14개 시·군 가운데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인구 증가 배경에는 대기업 생산공장이 있는 산업단지 성장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 신규 입주 등의 영향이 크다.
이근석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은 “지역에 정착하러 온 청년들 상당수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보다 실험적인 일에 도전하러 온 만큼 청년들이 맘 놓고 도전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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