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한반도톡] 북, 남진 접고 중러 매개로 북진·서진 외교에 속도

장용훈 2024. 4.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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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이란·라오스 등 친중·친러 국가와 외교 확장 주목
산책 중 대화하는 시진핑-김정은 부부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21일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산책 도중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2019.6.22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국제사회 제재로 외교적 고립에 처한 북한의 북쪽으로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는 모양새다.

북쪽에 위치한 전통적 우방 중국과 러시아를 매개로,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들로 외교를 확장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남한을 거쳐 미국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기 위해 베팅했지만 2019년 2차 북미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시작했다.

당시 한반도는 남쪽으로 향하는 북한의 발걸음으로 뜨거웠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지를 밝혔고 이어진 남한의 특사단 방북 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문재인 정부는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포기 의사를 정상회담 합의에 담으며 북미간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북한과 미국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하고, 이듬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등을 돌려 뜨거웠던 한반도는 차갑게 식고 말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한 정부의 중재 노력을 '오지랖'으로 평가하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고 남쪽으로 향하는 문을 걸어 잠갔다. 미국과 대화의 문도 자연스레 닫혔다.

대신 북한은 다시 북쪽으로 향하는 길에 집중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2019년 1월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 직후인 그해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했다.

6월에는 홍콩 시위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골치를 앓던 시진핑 국가주석을 평양으로 초청해 극진하게 대우했다.

미국과 대화가 결렬되고 시선을 북쪽으로 돌리면서 중국과 러시아라는 전통적 형님 국가들과 외교에 집중한 셈이다.

이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의료체계가 부실한 북한이 외교의 문을 걸어 잠그면서 이런 전략이 일단 멈춰 섰지만, 작년부터 빠르게 복원됐다.

북한 김정은, 푸틴 대통령과 회담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2023.9.14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작년 7월 전승절 70주년을 맞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북이 계기가 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9월 4년 반 만에 다시 러시아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군사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외교, 군사, 경제, 문화, 교육, 보건 등 전방위적으로 양국간 협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때만 해도 북한의 외교 방향추는 러시아에 기울어진 듯했지만, 중국 공식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지난 11일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하면서 북중관계도 정상궤도 진입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김정은 위원장이 5년여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북한 외교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중국과 러시아를 넘어 이들이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로까지 영역을 확장해 간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매개로 러시아를 응원하는 국가들과 외교가 주목된다. 예브게니 셰스타코프 벨라루스 외교차관이 방북해 임천일 외무성 부상과 회담하고 고위급 접촉과 왕래, 경제 및 문화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벨라루스, 러시아, 북한 세 국가가 협력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며 3국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앞으로 대표적인 친러국가인 벨라루스와 북한의 협력이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런 경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북한은 2022년 7월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공식 인정했다.

전쟁이 마무리되면 재건사업 등에 참여하면서 북한의 외교반경은 러시아를 거쳐 서진하며 공간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벨라루스 외무성 차관 평양 도착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예브게니 쉐스타코프 벨라루스 외무성 부상(차관)과 일행이 지난 16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2024.4.17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중국을 거쳐 서진하는 흐름도 속속 나타난다. 북한 노동당의 외교를 이끄는 김성남 국제부장은 지난 3월 중국을 거쳐 베트남과 라오스를 방문하며 사회주의 전통을 가진 국가들과 관계를 관리하고 나섰다.

또 윤정호 대외경제상은 지난 23일 이란 방문길에 올라 양국간 경제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일대일로 회원국으로 서방의 제재 속에 중국과 경제, 과학,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키우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시아 전쟁을 기회로 러시아뿐 아니라 러시아의 위성국가들과 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회피하려는 것 같다"며 "앞으로 미국과 대립 중인 중국과 러시아를 매개로 동유럽과 중동,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나아갈 길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국제질서의 변환기에 북한의 이러한 시도가 성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탈냉전기 경제적으로 발전의 길을 걷던 한국과 달리 현재 북한은 다른 나라에 제공할 매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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