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2000년 전에도 알았던 회계와 공시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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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秦)나라 말기 장수 중에 장한이라는 인물이 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국계 미국인 소설가 켄 리우는 초한지를 재해석한 작품에서 장한이 회계에 정통했기 때문에 말기 진나라를 그나마 일으켜 세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금융당국과 재계가 공시 도입을 두고 부딪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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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秦)나라 말기 장수 중에 장한이라는 인물이 있다. 시황제 사후 각지에서 일어난 반란군을 하나하나 분쇄한 명장이다. 항우와 유방이 한편을 먹고 맞서지 않았다면, 진 제국은 더 길게 이어졌을지 모른다.
장한은 ‘초한지’를 다루는 많은 소설에서 우락부락한 명장으로 묘사되지만, 실제 그는 재정부서 소부(少府)의 관리였다. 정확히는 황실 재산의 회계 담당자였다. 그런 그가 어떻게 제국 군대를 이끄는 원수 지위에 올랐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국계 미국인 소설가 켄 리우는 초한지를 재해석한 작품에서 장한이 회계에 정통했기 때문에 말기 진나라를 그나마 일으켜 세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과대 포장됐을 것이 분명한 군사와 병장기, 군마 수를 현실적으로 추정하고, 군대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비용을 꼼꼼히 계산해 집행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켄 리우의 소설 속 장한은 “부채를 자산으로 바꾸자”면서 원래 진나라 백성이었던 죄수와 부역 노동자, 노예를 군대에 집어넣었다. 시황제가 철권통치를 했기 때문에 억울하게 갇혀 있는 백성들로 감옥이 미어터질 지경이었다고 한다. 장한은 죄수, 노예들에게 공을 세우면 복권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죄수가 국고만 축내는 부채라면, 군인은 국가에 도움을 주는 자본인 셈이다. 또 군대 운용과 관련한 비용, 수입 등을 장부에 꼼꼼히 적었다.
어느 영역이든 회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다. 자본시장이나 기업은 더더욱 그렇다. 회사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이를 최고위 의사결정권자에게도 낱낱이 알려야 한다. 그래야 거짓 없이 투명한 정보를 바탕으로 앞으로 다가올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과 재계가 공시 도입을 두고 부딪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다.
지난 22일 열린 ‘ESG 금융추진단 제4차 회의’에서 정부는 우선 기후 영역만 ESG 공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언제 도입할지는 논의도 못했다고 한다. 일부 참석자가 공시 기준 자체를 문제삼으면서 장시간 이에 대해서만 왈가왈부했기 때문이다.
기업 측이 ESG 공시를 두려워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기후 부문만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를 식별·평가·관리하는 과정에 대해 속속들이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대응 노력을 평가할 수 있는 정보도 공시해야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밝혀야 할지 부담스러울 만하다.
하지만 기후 공시는 세계적 트렌드다.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점점 기관투자자는 ESG 점수를 기반으로 투자할 것이다. ESG 공시를 외면하다가는 어느 순간 주식시장에도, 회사채 시장에도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날이 올 수 있다.
기업이 너무 부담스러워한다면, 일단은 자율 공시부터 시작하자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현재 상황을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시작하고, 상황에 맞춰 의무화 시기를 정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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