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출산지원금 경쟁… 인구 뺏는 제로섬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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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군은 2012∼2018년 전국 기초자치단체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하며 '해남의 기적'이란 말이 나왔다.
지난해 5월 한국지방세연구원이 2009∼2021년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의 출산 지원 예산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출산장려금 100만 원 지급 시 합계출산율은 0.03명 증가했지만, 아동 1인당 인프라 예산을 100만 원 늘리면 합계출산율은 0.098명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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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받고 대도시 이주 일쑤
“인프라 확충해 정주여건 개선을”
문제는 정주 여건이었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2015년 해남에서 출산장려금을 받은 여성의 28.3%가 출산 6개월 전부터 해남에 전입했다. 장려금 수령 후 6개월 내 전출한 비율도 21.7%에 달했다. 출산 부부들이 지원금만 받은 뒤 병원 학교 등이 잘 갖춰진 인근 대도시로 다시 이주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및 지자체의 현금성 지원이 출산 전후 집중되는 ‘반짝 일시금’ 형태를 벗어나야 지역 소멸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현금성 지원의 단기적 효과를 부정할 순 없지만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인프라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출산율을 더 높이고 향후 정착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한국지방세연구원이 2009∼2021년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의 출산 지원 예산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출산장려금 100만 원 지급 시 합계출산율은 0.03명 증가했지만, 아동 1인당 인프라 예산을 100만 원 늘리면 합계출산율은 0.098명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금액을 쓰더라도 지원금으로 주는 것보다 인프라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육아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는 곳이 늘고 있다.
강원 화천군의 경우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올 2월 화천커뮤니티센터를 열고 영어, 독서, 음악, 체육 등 저렴하고 질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학부모는 한 달에 4만 원가량의 간식비만 부담하면 된다. 중고생 가운데 선발된 60명에 대해선 서울 유명 학원 출신 강사들이 진행하는 방과 후 수업을 제공한다. 식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이 무료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자체마다 현금성 지원 대책이 우후죽순 쏟아지면 인근 지역끼리 서로 인구를 빼앗아 가는 ‘제로섬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공공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집중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화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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