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여행하다 보기 어려운 ‘볼일’…“벽과 턱 낮출 배려를”
[KBS 제주] [앵커]
제주에선 이번 주말까지 전국에선 처음으로 '무장애 여행 주간'을 마련해, 장애인 등 이동 약자도 쉽고 편리하게 제주를 여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장애인들에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화장실부터가 문제입니다.
민소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해 50만 명이 찾는 제주 유명 관광지, 산방산입니다.
이곳에서 안내된 장애인 공중화장실을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높은 계단들을 맞닥뜨립니다.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데도, 정작 휠체어로는 갈 수가 없습니다.
장애인 화장실을 표시하는 휠체어 픽토그램도 표지판에선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교통약자 전문 여행사 운영자에게도 당혹스러운 상황입니다.
여행객이 생리현상을 즉각 해결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전성환/교통약자 전문 여행사 대표 : "(교통약자 대상 여행 상품을 만들 때) 제일 먼저 아름다운 곳, 맛있는 곳을 찾지 않아요. 화장실이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찾고요. 화장실이 없으면 아무리 좋고 아름답고 이런 곳이라도 섣불리 먼저 연결하기가 어렵습니다."]
휠체어로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상황이 좀 더 나을까.
도민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수월봉 전망대입니다.
장애인 화장실은 이용할 수 있지만, 방문 최종 목적지인 전망대는 휠체어로 갈 수 없는 계단으로 이어졌습니다.
에메랄드 바다 빛으로 유명한 협재해수욕장.
통행로는 쌓아둔 모래주머니에 막혀, 휠체어로 턱을 넘어서야 화장실에 갈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해변과 통하는 경사로가 있지만 바로 앞에 주차선이 그려져 있어서, 차가 주차될 경우에는 휠체어가 다닐 수 없는 길이 됩니다.
그래도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것만이라도 다행입니다.
도내 공중화장실 7백여 곳 가운데 장애인 화장실을 갖춘 곳은 44%, 절반도 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단체에서 장애인 화장실이 마련된 공중화장실 위치를 안내해 주는 자체 앱을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송창헌/㈔제주장애인인권포럼 국장 : "다만 좀 아쉬운 게 네이버라든지 카카오라든지 이런 포털에 그런 내용들이 다 포함되어 있진 않아요. 저희도 고민하는 게 이렇게 조사하고 시스템 현황만 파악하는 게 아니고, 실제 갈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는지 정보 제공도 매우 중요하거든요."]
장애인등편의법은 장애인 등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민소영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
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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