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서울 아파트값 얼마라고?… 부동산원은 상승, KB는 하락

정영희 기자 2024. 4. 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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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하 기관, 민간업체 분석 달라 실수요자 혼란 가중
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부동산원과 민간 플랫폼인 KB부동산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수치가 서로 정반대를 나타내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스1
서울 아파트값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국가와 민간 통계가 서로 반대 방향의 결괏값을 드러내며 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 매매를 결정할 때 이러한 수치나 지표가 중요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정확한 정보 제공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이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8로 전주(89.3) 대비 0.5포인트 올랐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해 수요와 공급 비중(0~200)을 지수화한 것이다. 기준선 100보다 낮을수록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기준선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서울은 지난 2월 첫째주(2월5일 기준) 82.9를 저점으로 둘째주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이번 주까지 11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거래가격도 오르고 있다. 4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0.03%)보다 0.03%포인트 뛰었다. 3월 넷째 주(0.01%) 이후 5주째 상승 곡선을 그리는 모습이다.

이 지표대로라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회복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KB부동산은 정반대의 지표를 담은 자료를 발표했다.

같은 기간 '주간KB주택시장동향' 분석 결과 서울 아파트값은 0.01% 하락했다. 지난주(-0.05%)보다 낙폭은 축소됐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지난주(33.0)보다 소폭 오른 34.0로 집계됐다.

매수우위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음을, 100 미만일 수록 매도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0~200 범위 이내에서 집계된다. 여전히 매도자가 많은 상태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파트 매매가가 오른다는 통계와는 반대로 경매시장으로 넘어오는 아파트 물건은 늘어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총 5336건으로, 2013년 1월(5407건) 이후 최대치에 달했다.

임의경매란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가 담보의 목적물을 경매로 매각한 다음 그 매각대금에서 채권을 회수하는 절차다.

부동산 호황기 무리하게 집을 샀던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갭투자자가 불어난 대출이자를 견디지 못하고 포기한 주택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같은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을 둘러싼 국가 통계와 민간 통계의 결과 차이의 배경에는 조사 방식이 지목된다. 부동산원은 전문 조사원이 호가와 실거래가 등을 조사한 뒤 시장 거래가 가능한 적정 가격을 정하는 방식으로 통계를 내지만 KB부동산은 중개사무소 관계자가 입력한 실거래가격을 기반으로 한다.

양측 표본 수도 다르다. 주간 시세 동향 기준 부동산원은 아파트 3만2000가구, KB부동산은 6만2000가구를 기준으로 가격 상승과 하락을 가늠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관별 통계 차이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은 통계 조작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해 감사 결과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최소 94회 이상 부동산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작했음이 드러났다.

주간 통계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의문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실거래가 없을 경우 인근 단지나 호가를 반영하는데 지금처럼 거래량이 많지 않을 때에도 값을 높여 팔려는 매도자의 주관적 의사가 포함된 호가를 통계에 포함해 시장 과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부정확한 정보의 빈번한 발표는 통계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줘 시장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왜곡된 정보로 만든 정책의 약발이 제대로 먹힐 리 없다"며 "어떤 외압이 있어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정확한 통계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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