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사’ 돼볼까···자격증 발급 4년새 800% 폭증

이승령 기자 2024. 4. 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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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 등 인기에 수목관리 직업 각광
'나무의사' 자격증 5년동안 800% 증가
'인생2막' 준비 50·60대 응시 가장 많아
반려식물 아프면 '반려식물클리닉' 찿아
지난해 서울시 클리닉 4곳 8000건 진료
[서울경제]

반려식물을 기르는 이른바 ‘식(植)집사’ 열풍이 불면서 식물 관련 이색 직업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적으로 수목을 진료·치료하는 ‘나무의사’가 중장년층 사이에서 은퇴 후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는가 하면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식물클리닉도 사랑을 받고 있다.

26일 한국임업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1회를 시작으로 2023년 9회까지 치러진 나무의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2023년 말 기준 총 1만 2324명이다. 시험에 통과해 나무의사 자격증을 발급받은 인원은 2019년 52명에서 2023년 470명으로 4년간 803%나 폭증해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시자의 연령대는 10~80대 이상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르지만 특히 50·60대의 응시 비율이 눈에 띄었을 뿐만 아니라 증가세도 가장 뚜렷했다. 2019년 1회차 시험에서 461명이 지원했던 50·60대의 수가 2023년 9회 시험에서는 1276명으로 176% 증가했다.

나무의사 자격시험 응시자는 고등교육법 제 2조에 따른 수목진료 관련 학과의 석사 또는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 또는 수목치료기술자 중 경력자, 산림·조경 분야 자격 소지자여야 한다. 더불어 나무의사 양성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해야만 한다. 높은 자격 요건과 함께 두 차례에 걸친 고난도 시험 때문에 1차 시험 합격률 평균이 16.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고령화 시대에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이 늘어나며 나무의사가 새로운 노후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는 모양새다. 두 차례 나무의사 자격증 시험에 도전한 끝에 합격한 곽 모(51) 씨는 “시험이 어렵지만 근무 강도에 비해 상당한 급여 수준이 마음에 들어 준비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다는 점, 능력에 따라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올해 산림청이 정한 나무의사 노임 단가는 1일 기준 31만 2459원이며 나무병원 취업 또는 개업 시 지급받는 기본자격수당 100만 원 등을 합치면 연봉은 실적에 따라 4000만 원~1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종로구 반려식물클리닉센터. 이승령 기자

가정에서 기르는 반려식물을 위한 치료 기관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울시 종로구·은평구·동대문구·양천구 등 4개 자치구는 반려식물클리닉센터를 열고 병든 반려식물에 대한 진료 및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개소 첫해만 8000건이 넘는 진료 및 치료를 수행했으며 인기에 힘입어 올해는 서울 전역에 5개의 반려식물클리닉을 추가로 개원할 예정이다.

이달 9일 서울 종로구 반려식물클리닉센터에서 유정혜 반려식물전문가가 방문객이 들고 온 배풍등 화분 분갈이를 하고 있다. 이승령 기자

이달 9일 지인의 소개로 종로구 반려식물클리닉센터를 세 번째 방문했다는 종로구민 서 모 씨는 “키우는 배풍등 화분 갈이를 위해 클리닉을 방문했다”며 “아픈 식물뿐만 아니라 식물 관련 상담도 받을 수 있는 곳이 가까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이 2022년 반려식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반려식물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답한 비율이 2021년 17.6%에서 2022년 12.1%로 감소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가 2023년 발표한 ‘2022년도 화훼 재배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반려식물, 실내인테리어 소품 등의 소비 확대로 분화류의 판매량이 2020년 대비 7.0%, 2021년 대비 3.3% 늘어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을 만큼 반려식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종로구 반려식물클리닉에서 일하고 있는 유정혜 반려식물전문가는 “반려동물을 기르다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면 상실감이 큰데 식물은 상대적으로 덜하기도 하고 기르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희귀 반려식물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관련 산업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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