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젊은 연구자 지원 늘린다더니…‘우수신진연구 759개’ 약속 안 지켰다

이종현 기자 2024. 4. 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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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예산 삭감 달래기용 신진연구자 파격 지원한다더니
우수 신진연구 신규 과제 644개만 선정
“약속 안 지키는 과기정통부” 과학자들 분통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작년 10월 1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우수 신진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고 말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젊은 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약속하고도 스스로 제시한 목표를 훨씬 밑도는 과제를 지원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의 방어 논리로 젊은 연구자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언했는데 반년도 되지 않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불만의 소리가 연구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2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24일 개인기초연구 중 우수신진연구 신규과제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우수신진연구는 젊은 연구자의 창의적인 연구를 지원하고 연구역량을 키우기 위해 정부 R&D 예산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박사학위 취득 후 7년 이내이거나 만 39세 이하의 젊은 연구자가 지원 대상이다.

정부가 비효율적인 R&D와 과학기술 카르텔을 타파하겠다며 올해 R&D 예산을 대폭 삭감된 와중에도 우수신진연구 예산은 지난해 2164억원에서 올해 2702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여러 차례 보도자료와 설명자료를 내고 젊은 과학자에 대한 지원은 대폭 늘렸다며 홍보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월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우수 신진연구자에 대한 파격적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리더급 연구자로의 육성을 앞당길 계획”이라며 ”연구 과제수도 2023년 450개에서 759개 규모로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4일 발표된 우수신진연구 선정 결과를 보면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목표의 84%에 불과한 644개 과제만 신규로 선정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구자들이 제출한 연구 과제의 우수성만 보고 평가가 이뤄졌고, 선정 과제 가운데 필요한 예산이 많은 경우가 많아서 전체 과제가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가 올해 우수신진연구 사업 예산 2702억원 가운데 신규 과제에 배정한 예산은 1236억5000만원이다. 이 예산으로 선정된 과제들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하는데, 올해는 과제당 연구비가 기존 최대 1억5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처음 목표로 했던 신규 과제 수를 맞추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계는 과기정통부의 설명을 받아들이더라도 애초에 홍보했던 759개에서 644개로 과제 수가 줄어든 건 너무 차이가 크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대학 신진연구자는 “R&D 예산 삭감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신진연구자 지원은 크게 늘릴 거라고 홍보하더니 최초 공고를 낼 때보다 선정 과제 수는 100개가 넘게 줄었다”며 “정부의 홍보만 믿고 신진연구자 지원에 기대를 걸었던 젊은 연구자들만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우수신진연구 사업에는 지원자가 4559명이 몰렸다. 작년에 1951명이 지원한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R&D 예산이 전반적으로 삭감되면서 연구비 가뭄에 시달리던 젊은 연구자들이 과기정통부의 약속을 믿고 우수신진연구 사업에 몰린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렇다 할 공지나 설명도 없이 당초 약속보다 우수신진연구 과제 선정 과제를 크게 줄이면서 젊은 연구자들의 기대도 저버렸다.

우수신진연구 사업은 성격상 이제 막 대학이나 연구소에 자리를 잡은 신진 과학자들이 연구 경력이 끊이지 않도록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다. 연구자들은 액수 규모보다는 연구실이 아직 완비되지 않아 연구비를 구하기 어려운 신진 과학자들이 가급적 많이 혜택을 보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초반에는 홍보 효과를 노리고 지원 과제가 많아졌다고 했다가 뒤늦게 한정된 예산이라 어쩔 수 없이 지원 과제수를 줄였다고 변명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월 25일 공개한 보도자료. 우수신진연구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며 신규과제 수를 지난해 450개에서 올해 759개로 늘린다고 적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644개만 선정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런 가운데 과제 선정 결과를 발표하는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에도 문제가 있어서 연구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원자들은 제출한 과제 제안서에 대한 평가 의견을 확인할 수 있는데, 자신이 제출한 과제와 상관 없는 평가 의견이 제안서에 달린 경우가 많았다. 과기정통부는 연구재단 담당자의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IRIS는 지난 2월 개인기초연구 신규과제 접수 때도 오류를 일으킨 바 있다.

지방 국립대학의 한 교수는 “나는 다행히 우수신진연구 과제에 선정됐지만 평가 의견에 제출한 제안서와 전혀 다른 암 치료 방법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당황스러웠다”며 “우수신진연구 과제 수를 공지도 없이 줄인 것부터 시작해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에 대한 연구자들의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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