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현금살포 망령[뉴스와 시각]

임대환 기자 2024. 4. 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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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22대 총선에서 인천 서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국민의힘 박상수 후보(변호사)는 자신의 패인에 대해 "왜 이번 선거에는 재난지원금이 없느냐. 윤석열 정부 들어 지역 화폐 환급이 깎였다는 유권자들의 불평불만을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전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 준다는 초유의 일이었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 여부 등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소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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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환 경제부 부장

이번 제22대 총선에서 인천 서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국민의힘 박상수 후보(변호사)는 자신의 패인에 대해 “왜 이번 선거에는 재난지원금이 없느냐. 윤석열 정부 들어 지역 화폐 환급이 깎였다는 유권자들의 불평불만을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장 와 닿는 현금성 복지에 대한 효용감이 선거 전체를 강하게 지배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같은 당 낙선자인 강철호 전 HD현대로보틱스 대표(경기 용인정 출마)도 “왜 국민의힘은 현금 지원 공약이 없냐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던 2020년, 온 나라가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이던 때가 있었다.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전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 준다는 초유의 일이었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 여부 등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소란스러웠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제21대 총선을 며칠 앞두고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나눠 주자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 하위 70%, 4인 가족 최대 100만 원을 나눠 주는 ‘선별 지원’을 주장했으나, 여당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총선 결과는 ‘180석 획득’이라는 압승이었다. ‘현금 살포’의 위력을 실감한 것이다.

코로나19도 사실상 막을 내린 지금, 느닷없이 또다시 현금 지원 논란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번에는 ‘민생지원금’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이번 논쟁의 중심에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때도 전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이미 21대 총선에서 ‘현금’의 파괴력을 맛봤던 민주당도 이 대표를 거들고 있다.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유가 어디 이것뿐이었겠는가마는, 막판 이 대표가 들고나온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은 여당 후보들이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이제 이 대표는 전 국민 현금 지급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13조 원 예산’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받아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하지만, 과연 지금 우리 상황이 13조 원의 현금을 살포해야 할 처지인지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서 올해 한국의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6.6%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오는 2029년에는 60.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됐다. 혹자는 우리나라 정부 부채 비율이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낮다면서 아직 돈을 쓸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정부 부채 비율(2023년 기준, 55.2%)이 일본(252.4%)이나 미국(122.1%), 영국(101.1%)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달러와 유로화·엔화 등 기축통화국에 속한 이들 선진국과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약한 통화를 보유한 우리나라는 내부 재정이 튼튼하지 못하면 작은 외풍에도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투입 대비 현금 지급의 경제적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것도 이미 증명된 판이다. 이제 선거철만 되면 여야 할 것 없이 ‘전가의 보도(寶刀)’처럼 현금 살포 공약이 등장하지 않을지 걱정된다.

임대환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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