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K-팝 그룹에 ‘그래미’는 먼 존재일까?[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안진용 기자 2024. 4. 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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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 바닐리라는 전설적인 듀오가 있습니다.

그러나 K-팝 걸그룹 르세라핌은 이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글로벌 음악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K-팝 그룹들은 MTV 시대의 비디오형 가수들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K-팝 그룹들과 MTV 시대를 풍미한 팝가수들과 비교하면, 허기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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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 바닐리라는 전설적인 듀오가 있습니다. 그들이 ‘전설’인 이유는 꽤 부정적이죠.

1988년 흑인 래퍼 두 명으로 결성된 밀리 바닐리는 빼어난 외모와 세련된 무대 매너를 앞세워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음악성도 뛰어난 그들은 데뷔 2년 만인 1990년 권위있는 미국 시상식인 그래미에서 신인상을 받았죠.

하지만 얼마 못 가 수상은 취소됐는데요. 둘은 직접 노래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리 녹음했던 찰스 쇼라는 남성의 폭로로 전모가 드러났고, 밀리 바닐리는 추락했죠. 그래미는 ‘모든 공연은 라이브로 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는데, 밀리 바닐리의 립싱크 쇼크가 발단이 됐습니다.

가수(歌手)의 본령은 ‘노래하는 것’이죠. 이를 직업으로 삼을 정도면 ‘남들보다 썩 잘한다’는 것이 상식인데요. 그러나 K-팝 걸그룹 르세라핌은 이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지난 13일 열린 한 미국 음악 축제에서 아쉬운 가창력에 음이탈까지 저지르며 질타를 받았죠. 한 주 후 같은 무대에 다시 오른 르세라핌이 설욕전을 펼칠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번에는 라이브로 부른 노래를 미리 녹음한 ‘AR(All recorded)’ 음원을 사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했죠. ‘야외 페스티벌=라이브’라 여기는 팬들도 그리 흡족하진 않았을 겁니다.

1981년 뮤직비디오 전문채널인 MTV가 개국하면서 팝 시장은 일대 변혁을 맞게 됩니다. 영국 밴드 버글스가 발표한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1979)의 가사처럼 뮤직비디오에 특화된 ‘비주얼 가수’들의 시대가 열렸는데요. 수려한 외모·볼거리와 탄탄한 음악성으로 무장한 마이클 잭슨, 마돈나, 듀란듀란의 시대가 열린 거죠.

현재 글로벌 음악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K-팝 그룹들은 MTV 시대의 비디오형 가수들과 유사합니다. MTV와 함께 성장한 스타들이 X세대들의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면 유튜브와 틱톡 등을 기반으로 전파된 K-팝은 MZ세대들의 사랑을 자양분 삼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지금의 K-팝 그룹들과 MTV 시대를 풍미한 팝가수들과 비교하면, 허기가 느껴집니다. ‘칼군무’를 위시한 퍼포먼스는 더 강해졌을지언정 ‘가수’로서 개개인의 역량은 하향 평준화됐다는 느낌이 강하죠. 르세라핌 논란에 즈음해, 다시 묻고 싶습니다. K-팝 그룹은 ‘싱어’(singer)일까요? ‘퍼포머’(performer)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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