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슬픔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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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옮김.
"글은 내 친구였다. 글은 나무가 우거진 오솔길을 달리는 내 작은 기차였다. 글은 타올랐다. 글은 힘이었다. 글은 창을 열었다. 글은 내 옷을 벗겨 냈다. 글은 일을 꾸몄다. 비명을 질렀다. 글은 저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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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지 옮김.
"글은 내 친구였다. 글은 나무가 우거진 오솔길을 달리는 내 작은 기차였다. 글은 타올랐다. 글은 힘이었다. 글은 창을 열었다. 글은 내 옷을 벗겨 냈다. 글은 일을 꾸몄다. 비명을 질렀다. 글은 저항이었다."
'버자이너 모놀로그'와 '아버지의 사과 편지' 등을 쓴 극작가 이브 엔슬러의 글이다. 엔슬러가 지난 45년에 걸쳐 써 온 시, 산문, 편지, 에세이 등을 엮어 책을 펴냈다.
그는 자신과 타인의 슬픔을 통해 성장했다. 성폭력과 가정폭력으로 얼룩진 그의 어린 시절을 지나 난민, 노숙자, 여성, 에이즈 환자 등 사회가 외면한 사람들의 슬픔까지 기꺼이 자신의 슬픔으로 껴안으며 그는 글을 썼다. 글쓰기만이 혼돈과 폭력 속에 담긴 숨은 의미를 찾아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글을 쓰는 데는 실패하고 만다. 진실로 쓰고자 했던 문장에서 늘 한 발짝, 한 단어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할 뿐. 그러다 보면 언젠가 진정한 글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희망한다.
"그래, 이번에는 쓸 수 있을 거야. 단어가 비로소 의미를 만나면, 나의 갈망과 닿으면, 진실과 아주 조금이라도 닮게 되면, 내 어린 시절의 구타와 강간이 남긴 기억 상실 그리고 파편화된 지성이라는 균열을 넘어서면, 나 자신과 나의 글을 비로소 온전히 쓸 수 있게 되면, 나의 언어가 어둠 속에서 고유한 빛을 발하며 신성한 품위와 명료함을 지니게 되면, 그래, 이번에는 정말 그런 글을 쓸 수 있을지도 몰라."
푸른숲. 410쪽.
▲ 여자가 왜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가 = 디디 마이어스 지음. 민지현 옮김.
저자는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 백악관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최연소(당시 31세), 첫 여성 대변인이었다.
그러나 당시 백악관의 '유리천장'은 생각보다 견고했다. 저자는 "백악관의 여성 보좌진들은 직무에 걸맞은 책임은 져야 하나 그 직무에 필요한 권한은 보장받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다른 부서의 남자 직원보다 연봉도 덜 받았고, 중요한 정보도 공유받지 못해 번번이 곤혹스러운 일을 겪기도 했다. 옷차림에 대한 지적까지 받았다고 한다.
여러 일을 겪은 후 그는 대변인을 사임한다. 이후 평론가, 작가, 강연가로 일하며 미국 정치를 분석했다. 아울러 수많은 여성 지도자를 인터뷰하고, 광범위한 문헌을 조사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여성이 세상을 지배해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저자는 유리천장의 최전선에서 싸운 여성 지도자들의 증언, 오랜 세월 누적된 연구 결과 등을 조명하면서 여성이 주도권을 확보했을 때 나타날 긍정적인 세계를 상세히 그린다.
페이퍼로드. 396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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