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안 되는 샴푸, 로션 펌프···원가 비싸져도 대안 찾은 이유

유주희 기자 2024. 4. 2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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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클린뷰티 브랜드 타가, 메탈프리펌프 전면 도입
온가족 함께 쓰는 영유아용 제품···지구 환경까지 고민
獨 더마테스트 최고등급 원료·탄소 상쇄 프로젝트도
이하 사진제공=타가
[서울경제]

에디터들은 각자 집에서 '펌프'를 거의 없애버렸습니다. 샴푸통 펌프, 로션 펌프...예전에 쓰던 제품들 빼고는 이제 영원히 펌프를 안 들이려고 합니다. 플라스틱 펌프 안쪽에 들어있는 철제 스프링 때문에 재활용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펌프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들려온 희소식은 바로 '메탈 프리(metal free) 펌프'의 존재였습니다. 이름 그대로 철제 스프링 대신 폴리에틸렌(PE) 스프링을 써서 그대로 재활용 가능합니다. 물론 재활용 선별장(사람이 일일이 골라냅니다)에서 구분하기 어려워 실제로 재활용될 가능성이 낮을 수는 있지만 메탈 프리 펌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난다면 '펌프=재활용 가능'이란 공식이 굳어질 겁니다.

메탈 프리 펌프를 전면 도입한 화장품 브랜드가 있어 만나고 왔습니다. 바로 온가족이 쓸 수 있는 영유아용 스킨케어 제품을 만드는 비건&클린뷰티 브랜드, '타가(taga)'입니다.

원가 1.5배 비싸지만...그래도 자원순환

메탈 프리 펌프를 알게 된 계기는 얼마 전 타가의 홍승령(사진) 브랜드총괄책임자(CBO)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타가는 모든 펌프 용기에 메탈 프리 펌프를 적용했습니다. “일반 펌프 대비 원가가 1.5배가량 비싸지만 펌프를 그대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홍 CBO님 설명입니다. 참고로, 2019년 기준 국내에서 생산된 펌프 용기는 샴푸·트리트먼류만 무려 1억 3000여 개입니다. 펌프 용기가 제대로 재활용된다면 탄소 배출량 2톤을 줄이고 4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펌프를 포함한 타가의 용기는 모두 재활용 쉬운 단일 소재이며, 재활용 플라스틱(PCR)으로 만들었습니다. 포장재도 국제산림협회(FSC) 인증을 받은 종이입니다. 하나하나가 원가 증가의 요인이지만, 모든 제품이 임무를 마치고 나면 100%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한다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플라스틱 사용을 80% 줄인 종이 튜브 제품도 선보였습니다. 여행용 50ml 올인원 워시랑 로션인데, 종이 사용량마저 줄이려고 상자를 없애고 종이튜브 본체에 날개를 달아서 성분 등등 법적 기재사항을 표기했다고 합니다. 다 쓴 다음에는 플라스틱 뚜껑을 쉽게 분리배출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말로만 친환경이라는 화장품 브랜드에 그동안 많이 데어본 에디터마저도 ‘여기는 진심이다’ 싶었습니다.

아기 피부는 소중하니까

에디터들은 화장품에 관심이 없는 편이고, 아무거나 써도 피부에 잘 맞는 편이라 비건인지 재활용 쉬운 용기인지만 보고 사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피부가 잘 뒤집어지는 용사님들께는 용기보다 성분이 더 중요할 겁니다. 특히 아기들 피부는 정말 연약하니까 아무거나 쓸 수 없기도 합니다. (에디터들은 이번에 처음으로 아기들 침독 크림, 엉덩이 클렌저라는 카테고리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여기가 바로 타가에서 정말 자신 있어 하는 부분입니다. 투쿨포스쿨, 바닐라코, 닥터자르트, CJ헬스케어 등을 거친 홍 CBO님은 업계를 잘 아는 만큼, 그리고 스스로도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신경써본 만큼 좋은 성분만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계면활성제나 파라벤이나 페녹시 에탄올처럼 잠재적 위험 요소가 있는 성분은 다 빼고 독일 더마테스트 최고 등급, 미국 EWG 그린 등급 원료만 썼다고 합니다.

성분이 좋다는 걸 자신한 만큼, 타가는 2020년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전성분 함유량을 공개했습니다. 비록 동종업계 종사자들로부터 협박 전화도 받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또 주목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타가는 작년 8월부터 강원도 인제군의 숲 보존을 후원하는 탄소상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타가 제품 1개가 판매될 때마다 8.7kg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고, 2024년 2월 기준 200톤 이상의 탄소 감축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두번째로 타가는 수수료가 비싼(제품값 절반 수준) 드럭스토어에 입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자체 홈페이지 등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채널을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이번에도 거듭 강조하지만 지구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안 쓰고 덜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킨케어 제품 없이 살기가 쉬운 건 아니니까요. 꼭 쓸 물건만 아껴서 사면 됩니다. 더 고민하고 실제로 움직이는 기업들이 더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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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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