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하다'가 한자어? 게임에서 유래된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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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재가 조카와 친해지기 위해 유행가 제목을 들먹이며 '샷건의 집현전'이라고 했다죠.
실제 노래 제목은 '사건의 지평선'이었습니다.
처음 이 단어가 쓰이기 시작된 곳은 블리자드의 게임 WOW(와우,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유저 커뮤니티였습니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인 WOW에는 다양한 직업군(클래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성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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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 아재가 조카와 친해지기 위해 유행가 제목을 들먹이며 '샷건의 집현전'이라고 했다죠. 실제 노래 제목은 '사건의 지평선'이었습니다. 아재들이 괜히 아는 채 하다 망신당하는 일 없도록, MZ세대가 흔히 쓰는 용어들을 풀어드립니다.
처음 이 단어가 쓰이기 시작된 곳은 블리자드의 게임 WOW(와우,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유저 커뮤니티였습니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인 WOW에는 다양한 직업군(클래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성기사입니다. 성기사는 여러 특성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 중 신성(holy) 특성을 선택한 캐릭터들을 '신성 성기사', 줄여서 '신기'라고 불렀습니다.
신성 성기사의 특징은 강인한 생존력,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템 사용에 제한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신성 성기사를 싫어하는 다른 클래스 유저들은 성기사를 바퀴벌레에 빗대 '성바퀴' 내지 '성박휘'라고도 칭했습니다. 일종의 '멸칭'인 셈입니다.
이때부터 성기사에 들어가는 '기'를 '박'으로 바꿔 부르는, 유저들 사이에서 일종의 유희가 시작됐습니다. WOW 유저들은 '신기하다'는 표현 대신 '신박하다'는 말을 썼습니다. 심지어 '죽음의 기사'를 줄여 부를 때도 '죽박'이라고 부르는 식이었죠. 다른 단어 역시 마찬가지로, 기절초풍은 '박절초풍'으로 부르는 식입니다. 마치 축구선수 호날두의 노쇼 사건 이후로, '호'가 들어가는 단어를 메시의 '메'로 치환해 부르던 놀이와 유사합니다.
그 후로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서 WOW 유저들만 쓰던 '신박'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번지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어원을 잊은 채 일상적인 단어처럼 사용합니다. 어쩌면 언젠가 국어사전에 표준어로 등재되는 날이 올 수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 실제로 이뤄질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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