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농막은 다차가 아니다

관리자 2024. 4.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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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쪽 끝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는 철의 실크로드 여행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많은 한국인이 동경하던 길이었다.

그냥 감성적인 다차 같은 농막이 아니라, 농막을 다차처럼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는 농사를 짓기 위한 보조공간으로서의 농막이다.

많은 언론에서 다차를 언급하며 농막의 양성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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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쪽 끝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는 철의 실크로드 여행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많은 한국인이 동경하던 길이었다. 여행 좋아하는 다큐멘터리사진가로서 1만㎞의 그 길을 세번이나 오갔다.

기차에서 시베리아 풍경을 보면 가장 인상적으로 ‘다차’라는 통나무집이 눈에 들어온다. 러시아의 전원주택 또는 별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차는 19세기 표트르 대제 때 귀족들의 휴양지로 처음 선을 보인 후 소비에트연방 시절 국영화됐고, 이후 대중화돼 1950∼1960년대는 거의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세컨드하우스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 이후 소비에트연방의 경제난이 심각해지자 다차는 가족의 식량을 책임지는 기지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러시아인 65% 이상이 다차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러시아를 드나들던 2000년대 중반, 공직에서 은퇴한 아버지는 경기 하남에 땅을 구해 농사를 지었다. 소일거리로 시작한 것이 나중에는 진심이 돼 종일 밭에서 살다시피 했다. 농기구를 넣어두고 잠깐이라도 쉴 만한 농막이 필요했다. 주변에서 하우스 농사 폐자재를 모아서 작은 농막을 지었다. 오전에 구슬땀을 흘리고 일하다가 아버지와 함께 농막에 앉아 어머니가 담아준 따듯한 커피를 한잔 마시며 부슬비 내리는 텃밭을 보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허름해도 이때만큼은 농막이 다차였다. 그런데 요즘 그 농막이 논쟁 대상이 됐다. 이유는 우리가 알던 농막이 지금의 농막이 아닌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농막 논쟁에 다차가 끼어든다. 그냥 감성적인 다차 같은 농막이 아니라, 농막을 다차처럼 만들자는 것이다.

국내에 있는 정확한 농막수는 알 수 없지만, 경영면적 대비 약 87만개 농막이 있다고 보인다. 물론 대다수는 농사를 짓기 위한 보조공간으로서의 농막이다. 면적은 19㎡(6평) 이하고 숙박은 불법이며 신고만으로 설치 가능한 건축물이다.

최근엔 농막을 설치한 뒤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투자 목적으로 매매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농지의 본래 용도를 훼손하고 농촌 공동체의 질서를 위협하는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많다. 경지 축소, 지가 상승, 원주민과 갈등 등이다. 하지만 농촌의 인구감소와 노동력 부족을 생각해보면 마냥 규제할 일도 아니다. 농막 사용이 유연해지면 노동력 공급이 원활해질 수도 있고 도시민과의 소통이 원활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총선 후 양당의 농막 정책은 유연화될 가능성이 커진 듯하다. 많은 언론에서 다차를 언급하며 농막의 양성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린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다차는 도시민의 주택 부족 해결과 대중 복지의 일환으로 발전한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에 인구가 적은 나라다. 즉 남아도는 것이 땅이라 오히려 다차를 염가에 보급함으로써 농업생산력을 증대시킨 것이다. 농막은 농민들이 사용하기에도 불편하기 짝이 없는 건축물이 됐다. 이것을 농업생산자 중심으로 개정해야지, ‘5도2촌’이라는 트렌드에 편승해 농막이 도시인의 별장처럼 투기 대상이 되는 것은 본말전도다. 농촌의 풍경과 인심을 망칠 악법이 되지 않길 기대한다.

이상엽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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