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탕·온탕 날씨… 5월엔 무더위 찾아온다

박상현 기자 2024. 4. 26.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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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봄 같지 않은 봄
25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파라솔 아래 앉아 바닷바람을 쐬고 있다. /뉴시스

올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기온’이 이어지고 있다. 매서운 꽃샘추위가 3월 수은주를 영하권으로 떨어뜨리더니, 4월 들어선 30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더위가 나타나고 있다. 온난화 여파로 남풍(南風)이 더 뜨거워지는 탓에 5월에는 이른 한여름 더위가 찾아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 전국 한낮 기온이 최고 30도 내외로 치솟겠다고 25일 밝혔다. 서울 최고기온은 23일 24.2도에서 24일 16.5도로 하루 새 8도 가까이 떨어졌다. 주말인 27일엔 최고 30도가 예상된다. 환절기인 봄철에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경우는 흔하지만, 사흘 만에 최고기온이 13도 넘게 오르는 것은 이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계절적 의미의 봄은 3월부터 5월까지다. 3월까진 한랭 건조한 중국 쪽 시베리아 고기압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때라 이따금 찬 바람이 불어온다. ‘꽃샘추위’다. 반면 5월부턴 고온 다습한 일본 쪽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하기 시작해 뜨거운 바람이 들어온다. 남풍(南風)이다. 이에 3월은 겨울과 봄, 5월은 봄과 여름의 계절적 특성이 뒤섞여 나타난다.

그래픽=송윤혜

그러나 ‘봄의 한복판’인 4월은 한반도를 장악하는 기압계가 없다. 대체로 맑아 포근한 날이 많고, 비구름대를 포함한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종종 봄비가 내린다. 그런데 올 4월은 맑긴 한데 여름을 당긴 듯 기온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 14일 최고기온이 29.4도까지 올랐다. 4월 최고기온이 29도를 넘긴 것은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서울의 역대 4월 최고기온은 2005년 29.8도인데 이번 주말 이 기록이 경신될 것으로 보인다.

4월이 초여름처럼 뜨거워지는 것은 뜨거운 바다를 통과하며 데워진 남풍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온난화 여파로 25일 현재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3도가량 높은 상황이다. 서해가 1도, 동해가 2~3도, 남해가 1~3도 정도 예년보다 뜨겁다. 원래 따뜻한 성질을 가진 남풍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뜨거운 바다를 통과하며 더 뜨거워지는 것이다. 바다의 온도가 이미 초여름에 가깝기 때문에 4월 날씨도 여름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온난화로 4월부터 일찍이 기온이 크게 오르는 영향은 ‘꽃가루 농도 위험 지수’에서도 발견된다. 기상청이 최근 3년간 서울 지역의 꽃가루 농도를 분석한 결과, 봄철 유행하는 참나무 꽃가루 농도가 ‘높음’ 이상인 날은 2021년 2일에서 2022년 4일, 지난해 7일로 증가했다. 꽃가루는 기온 20~30도, 풍속 초속 2~3m일 때 확산이 가장 빠르다. 서울의 4월 평년 최고기온은 17.9도다. 과거에는 기온이 20도를 넘기 시작하는 5월에 꽃가루 날림이 가장 심했는데 최근에는 4월부터 20도를 넘는 날이 많아지면서 꽃가루 위험도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극단적인 날씨 조짐은 올 3월부터 이미 나타났다. 올 3월 서울 평균기온은 7도를 기록해 2017년 6.3도 이후 가장 낮았다. 꽃샘추위가 매섭던 탓에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도 많았다. 이는 찬 바람의 시작점인 중국 북동쪽 기온이 평년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탓에 북극의 고위도 바람이 남쪽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느슨해졌고, 북극 한파가 중국 부근까지 내려오면서 이 지역이 예년보다 추웠다. 이 여파로 한반도로 들어오는 꽃샘추위의 강도도 매서워졌다. 꽃샘추위가 찾아왔던 이달 1일 서울은 최저 5.5도를 기록해 평년(8도)보다 기온이 크게 낮았다. 완연한 봄을 상징했던 4월이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과 제트기류 붕괴 등으로 극단적인 추위와 더위에 신음하는 계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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