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이주빈-오승아, 악해서 살아난 여배우 3인[스경X피플]

하경헌 기자 2024. 4. 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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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극 ‘7인의 부활’에 금라희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황정음 연기장면. 사진 SBS



‘빌런(Villain)’ 흔히 악역으로 불리는 역할은 그 뚜렷한 극성 때문에 늘 관심의 대상이 된다. 드라마도 영화도 당연히 극적인 상황을 표현하는 극(劇)의 일종이기에 긴장감이 필요하다. 이 긴장감을 위해서는 극을 긴장시키는 인물이 필요하다.

한국의 드라마사를 돌아봐도 늘 걸출한 악역의 존재는 있었다. 그리고 그 악역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도 생긴다. 이는 특히 여성 캐릭터에 있어서 인상이 진한데, 악역을 거쳐 모두의 주목을 받는 배우로 거듭나는 이들이 많다.

배우 송윤아가 1998년 SBS 드라마 ‘미스터큐’를 통해 악역을 했고, 모두가 ‘미인의 기준’으로 꼽았던 김태희 역시 2003년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통해 악역연기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으로 꼽으면 수애, 김소연, 이세영 등의 배우들도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SBS 금토극 ‘7인의 부활’에 금라희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황정음. 사진 스포츠경향DB



2024년 4월 현재 이런 기준으로 악할수록 각광받는 이를 꼽으면 누가 있을까. 세 명의 얼굴이 얼른 떠오른다. SBS ‘7인의 부활’ 황정음과 tvN ‘눈물의 여왕’ 이주빈 그리고 MBC ‘세 번째 결혼’ 오승아다.

황정음은 ‘7인의 탈출’ ‘7인의 부활’ 등 이른바 ‘7인’ 시리즈를 통해 악역 연기의 참맛을 익히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7인의 탈출’ 금라희 역으로 살기 시작한 황정음은 연기 데뷔 19년 정도 만에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다.

그가 연기한 금라희는 강렬했다. ‘7인의 탈출’ 초반부터 딸인 방다미(정라엘)에게 패륜에 가까운 행위를 연발했고, 첫 시즌 내내 메인 빌런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두 번째 시즌인 ‘7인의 부활’에서는 ‘메두사’라는 코드에 정체를 숨기고 7인을 벌하려는 선두에 선다.

tvN 주말극 ‘눈물의 여왕’에 천다혜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이주빈 연기장면. 사진 tvN



그는 ‘7인의 부활’ 8회에 사망한 것으로 묘사됐지만, 워낙 사망과 부활이 잦은 김순옥 작가의 세계관 특성상 이를 완벽하게 믿는 시청자는 많이 없다. 게다가 작품 자체의 제목이 ‘7인의 부활’이기도 하다.

황정음은 공교롭게도 이 시리즈 방송 전 불거진 이혼소송 등 개인사의 기구함이 캐릭터의 처연함을 더욱 실재감 있게 다가오게 한다. 작품이나 그의 개인사에는 여러 가지 평가가 있겠지만, 그의 연기력 특히 악에 받친 모습을 토해내는 모습에 있어서는 호평 외에 반응은 없다.

이주빈 역시 ‘빌런’ 캐릭터로 재발견이 되는 경우다. 그는 현재 마지막회를 기다리고 있는 tvN 주말극 ‘눈물의 여왕’에서 천다혜 역을 연기하고 있다. 드라마는 모슬희(이미숙)와 윤은성(박성훈) 등 악역들이 펼쳐내는 긴장감이 어우러지면서 진작 20%의 시청률을 넘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tvN 주말극 ‘눈물의 여왕’에 천다혜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이주빈. 사진 앤드마크



한 인터뷰에서 “정말 빌런 캐릭터인지 몰랐다”는 말을 할 정도로, 천다혜의 캐릭터는 묘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봤을 때 홍수철(곽동연)의 어수룩함을 노리고 그의 아이도 아닌 아기를 데리고 퀸즈가에 들어왔다가, 거액의 돈을 빼돌리고 사라지는 다혜의 행적은 빌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중반 이후부터 수철의 진실한 모습에 마음이 움직이면서도 조금씩 용두리에 있는 퀸즈가에 섞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형적인 악역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이기적인, 그래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캐릭터로 해석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2017년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이주빈은 천다혜 캐릭터로 오히려 상종가를 쳤다. 이미 찍어놔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 4’의 흥행과 쌍끌이로 주가를 높였다. 벌써 차기작으로 드라마 ‘보호자들’을 확정했고, 광고-화보-행사 등의 러브콜이 이어진다.

MBC 일일극 ‘세 번째 결혼’에 정다정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오승아. 사진 스포츠경향DB



MBC 일일극 ‘세 번째 결혼’의 촬영을 마친 배우 오승아 역시 이러한 케이스다. 2009년 걸그룹 레인보우의 멤버로 데뷔한 그는 2014년 ‘왔다 장보리’부터 연기를 시작해 이제 10년을 넘겼다.

2018년 MBC ‘비밀과 거짓말’을 통해 시작한 악역 연기는 배우 오승아로서의 정립을 도왔다. ‘나쁜사랑’ ‘두 번째 남편’ ‘태풍의 신부’를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방송된 MBC 일일극 ‘세 번째 결혼’으로 6년 만에 선역을 맡았다.

그의 선역은 평면적인 선역과 달라 복수를 결심한 이후의 독기는 웬만한 악역의 기운에 뒤지지 않았다. 그 역시 긴 악역의 시간을 지나 한 작품을 책임지는 주연으로서 스스로를 세우면서 이후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MBC 일일극 ‘세 번째 결혼’에 정다정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오승아 현장 이미지. 사진 스타메이커스이엔티



독해야 산다. 악해야 산다. 어떤 배우들에게 ‘악(惡)’은 도전이지만 기회이자 도약대다. 그 느낌을 제대로 맛본 세 여배우의 내일에 기대가 모인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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