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 회의론…‘플랜B’ 꺼낸 광주시장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4. 4. 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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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전남도 광주민간·군공항 통합이전 합의 물 건너가나
광주시장 “무안군수·군민이 싫다면 군공항 이전 안겠다”
군 공항 이전 갈등 확산 조짐…강기정·김영록 정치력 ‘주목’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광주 민간·군공항 통합 이전론으로 기대를 모았던 광주 군공항의 무안공항 이전에 대한 '회의론'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여전히 유력 이전지로 꼽히는 무안지역 반발이 거세면서다.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 무안은 결사적으로 광주민간·군공항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무안군수는 광주시장과의 만남 자체를 거절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남도는 여전히 단일대오로 지난해 12월 발표한 '민간·군공항 통합이전' 합의를 지키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광주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 광주 군공항이전 특별법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건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관련 사업이 날개를 다는 듯 했던 군 공항 이전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다. 일부에서 더 이상 군 공항 이전문제를 질질 끌며 논란만 일으키고 허송세월할 수 없다며 '과연 무안공항에 이전만이 정답인가'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적 인사가 강기정 광주시장이다. 더 이상 군공항 이전을 미룰 수 없는 입장인 강 시장은 "무안군민이 싫어한다면 군 공항을 이전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24일 오후 전남 무안군 초당대학교에서 열린 '광주 민간·군공항 이전시 소음대책 마련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광주시

무안만이 정답?…배수진 친 강기정 시장

강 시장은 24일 광주 민간·군공항 무안 이전에 대해 반대를 지속할 경우 '별도의 계획(플랜B)'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이날 오후 전남 무안군 초당대학교에서 열린 '광주 민간·군공항 이전시 소음대책 마련 토론회' 축사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무안공항으로 이전을 합의 했음에도 논란만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강 시장은 "마치 광주만을 위해서 군·민간공항을 처분, 떨이하는 모습으로 무안군수와 군민들이 바라본다면 (광주민간·군공항 이전)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사실상 이전 예정지인 무안군민들이 수용할 의사가 없다면 이전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 시장은 "진지하게 살펴보고 토론하면서 (토론회를) 기점으로 길지 않은 시간에 가·부를 결정해주길 바란다"며 "광주시는 그 결정에 따라 가겠다"고 강조했다. 데드라인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강 시장은 올 연말까지 이른바 '의미 있는 진전'이 없으면 플랜B를 가동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광주시 관계자는 플랜B의 내용에 대해서는 "강기정 시장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며 말을 아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강 시장이 배수진을 친 배경이 뭘까. 그동안 군공항 이전은 광주·전남 지자체 간 입장차로 예비이전 후보지 선정 단계에서 멈춰 있었다. 이런 와중에 특별법 통과로 전기를 맞았다. 1964년 광주 군공항이 광산구 송정리 현재 위치에 자리한 뒤 59년 만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광주시는 도심에 위치한 350만평 규모의 종전 부지를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됐다.

특별법의 주된 내용은 광주 군공항 이전과 지원 사업 추진 과정 중 '기부 대 양여' 초과비용의 국가 부담이다. 여기에 이전지역 지원 근거도 담겼고 설치되는 시설과 토지까지 이전 지자체에 양여할 수 있도록 했다. 밥상이 차려진 셈이다. 수저(개발)만 놓으면 된다. 그런데 현실이 녹록치 않다. 특히 특별법 통과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대구시와 대조적이다. 

강 시장은 이날 "홍준표 대구시장은 달빛철도를 통해 호남의 500만명을 '대구통합공항'으로 안내하겠다고 얘기한다"며 "부럽고 내년 착공 소리까지 들려 샘도 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현행 '기부 대 양여' 방식의 사업비 부족분 국가 지원을 골자로 한 특별법이 시행됐음에도 답보상태에 빠진 사업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표현으로 읽힌다.

강 시장을 향한 광주시의회의 결단 압력도 커지고 있다. 강수훈 시의원은 지난해 11월 광주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 지연과 관련, 시·도지사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광주·전남 발전이 볼모로 잡혀 한 발짝도 미래를 향해 내딛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부담이다. 강 의원은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 지연 책임을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의 수장들에게 돌렸다. "정치가 실종된 상황"이라며 갈등 조정 부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추궁한 것이다.

24일 오후 전남 무안군 초당대학교에서 열린 '광주 민간·군공항 이전시 소음대책 마련 토론회' ⓒ광주시

광주시-전남도, 무안 이전에 '동상이몽' 

일각에선 적어도 김영록·김산 두 사람이 지금처럼 전남도지사와 무안군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30년 난제(難題)' 광주 군공항의 무안공항 이전은 요원할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도 나온다. 광주시는 수차례 김산 무안군수에게 강 시장과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만나주지 않고 있다. 한발 나아가 '물 건너갔다'는 극단적 시각도 있다. 이는 향후 전개될 정치 일정과도 무관치 않다.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올해 4월 초까지 정치권은 침묵했다. 그렇게 올해가 또 가고 내후년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자치단체장들은 군공항 이전을 선거용으로 남겨두거나 되레 외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의혹의 눈초리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비록 지금은 민간·군공항의 무안 통합이전에 한배를 탄 모양새지만 이별을 향한 변수가 잠복한 상태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는다. 비록 광주시가 김영록 지사와 다수의 무안 군민들이 통합공항이 맞는다고 해 지난해 12월 이전을 합의했지만 여전히 한발은 전남 무안·함평 동시 고려에 담그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지역 여론주도층 한 인사는 "전남도로선 무안 이전이 상수지만 광주는 상수가 아닐 수 있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광주시가 일정한 시기(연말)까지 의미 있는 진전이 없으면 분리 이전 쪽으로 스스로 방향을 틀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광주시는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내심 무안·함평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는 반면 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해 무안으로 '올인'하려는 전남도 간에 기본적인 입장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해 11월15일, 광주 군공항 이전 지역으로 전남 무안, 함평을 모두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는 민간공항과 군공항의 무안국제항 통합 이전을 추진 중인 전남도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광주시가 군 공항과 민간 공항 이전 지역을 달리할 수 있다는 발언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었다. 민간 공항과 군 공항의 무안 통합 이전, 이전 후보 지역에서 함평 배제라는 전남도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당시 전남도는 장헌범 전남도 기획조정실장의 입을 통해 '광주 민간·군공항 통합 이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광주시는 향후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함평군에 대한 언급을 중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함평군을 염두에 둔 광주시의 군공항 이전 관련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4월 24일 오후 전남 무안군 초당대학교 정문 앞에서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 이전 범군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민간·군 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사자 '무안군' 토론회 불참…반대 입장 고수

무엇보다 이전 후보 지역인 무안의 반대 여론이 여전해 향후 전개 방향을 섣불리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무안군의 반대가 계속될 경우 통합공항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무안군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날도 토론회가 열린 무안읍 초당대학교에 모인 광주전투비행장 무안이전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 등 주민 200여명은 군공항 이전 반대 항의시위를 벌였다. 대책위는 전투비행장을 옮기려는 광주시가 다른 방안을 통해 무안군이 아닌 타 지역에 이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이 함께 마련한 토론회에 핵심 당사자인 무안군은 정작 불참했고, '공항을 받을 생각도 계획도 없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면 총선이 끝나면서 재점화된 광주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광주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새로운 카드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광주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의 무안 통합 이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수십년째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는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 군 공항 이전을 놓고 시·도간 갈등이 또다시 확산될 조짐이어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의 정치력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각각 정치판과 관가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강 시장과 김 지사가 어떤 정치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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