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원하청 상생협약에…“위하는 척하지 마” 분노 왜

김해정 기자 2024. 4. 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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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노동자 위하는 척하는데 화나더라고요. 저는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2차 하청이라는 이유로 그들보다 훨씬 적게 법니다. 현대자동차 최대 실적에도 성과급을 받은 적도 없고요. 원하청 상생협약? 하청업체 중간착취나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바로잡을 생각을 해야지."

울산의 현대차 2차 하청업체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정아무개(33)씨는 25일 '현대자동차·기아 원·하청 상생협약식'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7시부터 협약식이 열리는 서울 강남구 '기아365' 건물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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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조 “중간착취·불법파견 해소 먼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기아360 앞에서 `현대·기아차 원·하청 상생협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하청 노동자 위하는 척하는데 화나더라고요. 저는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2차 하청이라는 이유로 그들보다 훨씬 적게 법니다. 현대자동차 최대 실적에도 성과급을 받은 적도 없고요. 원하청 상생협약? 하청업체 중간착취나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바로잡을 생각을 해야지….”

울산의 현대차 2차 하청업체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정아무개(33)씨는 25일 ‘현대자동차·기아 원·하청 상생협약식’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7시부터 협약식이 열리는 서울 강남구 ‘기아365’ 건물을 찾았다. 정씨와 함께 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기아 비정규직지회 소속 하청노동자 10여명은 협약 논의과정에 참여하지도, 협약식에 초대받지도 못했다. 정씨는 “현대차가 울산에 개별 부품 조립이 필요 없는 하이퍼캐스팅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에 하청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봐 뒤숭숭하다”며 “임금·복지차별에 이어 고용불안까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기아360 앞에서 `현대·기아차 원·하청 상생협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불청객’이 되어버린 하청노동자들이 경찰들에 막혀 들어가지 못한 사이, 건물 안에서는 고용노동부와 현대차·기아 원청, 협력사들이 ‘원하청 상생협약’을 맺었다. 현대차·기아에 부품 등을 공급하는 2·3차 협력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협력사 공동어린이집 신설 △장기근속 노동자 지원금 지급 △산업전환 교육·컨설팅 확대 △노후 위험 공정 개선비용 지원 등의 사업에 12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1차 협력사 협의회는 재원을 출연하기로 했고, 현대차와 기아는 1차 협력사의 상생 노력을 평가해 계약 체결과정에서 인센티브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인 현대차·기아, 노동부를 향해 “중간착취와 불법파견부터 철폐하라”고 비판했다. 원하청 노동자 격차의 근본적 원인은 원청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서 기인하는데 정작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 법원이 꾸준히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있는 사내하청 문제도 20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못하며, 임금 차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하청노동자들의 분노를 키운다. 금속노조는 건물 밖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대차·기아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하청업체 충성 경쟁 줄 세우기로 하청노동자들에게 갑질을 일삼고 있고, 사내하청 불법파견을 20년 동안 계속하고 있다”며 “노동부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강제하고 하청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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