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신규 약 조제 21% 하락... 제약업계 "구조조정 검토"

이재명 2024. 4. 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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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전공의 파업으로 시작된 '의료공백'이 의약품 처방 급감으로 이어지며 제약업체들의 매출 하락이 가시화하고 있다.

의약품 유형별로는 제네릭(화학의약품 복제약, -2.6%)보다 오리지널(-4.3%)이 더 큰 폭으로 조제 금액이 줄었다.

문제는 의료 공백 장기화에 따라 장기처방 대응 효력이 떨어지면서 제약사들이 체감하는 매출 하락이 더 커질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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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원외의약품 처방 작년 동월 대비
조제건수 6.4%, 조제금액 3.9% 감소
"의약품 도매상 현금흐름 막혀 비상"
제약사 영업 재배치, 조직 축소 예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2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휠체어에 앉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말 전공의 파업으로 시작된 '의료공백'이 의약품 처방 급감으로 이어지며 제약업체들의 매출 하락이 가시화하고 있다. 업계 한편에선 구조조정까지 임박했다는 관측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25일 헬스케어 서비스기업 한국아이큐비아는 국내 약국조제내역 조사 자료를 토대로 원외의약품(의사에게 처방받아 약국에서 구입한 의약품) 시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 3월 원외의약품 조제 건수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6.4%, 조제 금액이 3.9%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공의 파업 영향이 큰 상급종합병원은 조제 건수가 13.3%나 내려앉았고, 조제 금액은 3.7% 줄었다.

조제 건수에 비해 조제 금액 감소 폭이 작은 이유는 장기 처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진료 기회가 줄어든 탓에 한 번 병원에 왔을 때 약을 한꺼번에 다량 처방받는 환자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는 기간을 뜻하는 평균처방일수가 전체적으로 3.5% 늘어났는데,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선 지난해 70일에서 올해 77.3일로 10.6% 급증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신규 환자에 대한 의약품 조제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상급종합병원 기준으로 약물반복조제 건수는 9.2% 줄었는데, 약물신규조제 건수는 21.4%나 떨어졌다. 지속적으로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약을 적게 처방받았고, 새로 약을 처방받아야 할 신규 환자는 그 수가 의료공백 전보다 훨씬 감소했다는 의미다.

3월 상급종합병원 원외의약품 종류별 조제금액의 전년 동월 대비 변동 현황. 한국아이큐비아 제공

의약품 종류별 조제 금액(상급종합병원 기준)은 주요 만성질환 약으로 분류되는 동맥경화 치료제(-0.9%), ARB고혈압 치료제(-4.4%), 당뇨병 치료제(-3.5%)는 영향이 적었다. 반면, 수술이나 급성 질환에 쓰이는 항생제(-20.6%), 항바이러스제(-16.1%), 항류마티즘제(-15.6%) 등은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컸다. 의약품 유형별로는 제네릭(화학의약품 복제약, -2.6%)보다 오리지널(-4.3%)이 더 큰 폭으로 조제 금액이 줄었다.

이에 따라 3월 원외의약품 조제 금액(상급종합병원 기준)은 평균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더 많이 보유한 외국계 제약사(-4.6%)가 국내 제약사(-2.6%)보다 더 큰 영향을 받았다.

3월 의약품, 제약사 유형별 상급종합병원 원외의약품 조제 금액의 전년 동월 대비 변동 현황. 한국아이큐비아 제공

문제는 의료 공백 장기화에 따라 장기처방 대응 효력이 떨어지면서 제약사들이 체감하는 매출 하락이 더 커질 것이란 점이다. 아이큐비아 관계자는 "의약품 도매상 상당수가 주문량 감소와 일부 의료기관의 경영난에 따른 대금 지급 지연 등으로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현 사태가 지속돼 2분기 전체에 영향을 줄 경우 (조제 건수와 금액) 감소율은 두 자릿수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선 이달 이후 2분기에 매출 감소가 더 커질 거란 예상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총선 이후에도 의료 공백이 계속되면서 상급종합병원 담당 영업 인력을 병·의원과 클리닉으로 조정 배치하고 있다"며 "영업대행사(CSO)와 계약을 중단하거나 영업 조직을 축소하는 등 2분기 손실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이 검토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또 한 해외 제약사 관계자는 "전공의부터 교수진까지 공백이 확대된 탓에 학술대회, 심포지엄 등 의약품을 알릴 기회가 전부 사라졌다"며 "항암제 같은 상급병원 대상 약보다 백신 같은 (개원가 대상) 제품에 영업력을 집중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대책"이라며 답답해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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