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나무심기 사회공헌 40년 “고맙숲니다”

문일요 객원기자 2024. 4. 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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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1285만 그루, 몽골 1278만 그루 등 국내외 5700만 그루 심어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
국민 10명 중 7명이 알아, 브랜드 선호도 27% 상승

국ㆍ공유지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건 원래 국가가 하던 사업이었다. 민간 기업인 유한킴벌리는 1981년부터 2년간 크리넥스 매출액의 1%를 모은 뒤 ‘100만 그루 나무를 전국에 심는 사업을 하게 해달라’며 정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협조가 이뤄진 1984년 4월, 캠페인 문구가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초이자 최장수 숲 환경 공익 캠페인이 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의 시작이다. 이듬해 4월 충북 제천 백운면의 민둥산에 잣나무 1만2000 그루가 심어졌다. 유한킴벌리가 만든 첫 번째 숲이다.

국내 최장수 숲 환경 공익 캠페인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이 캠페인은 숲 조성을 민간 기업에서 주도한 국내 최초의 사례이면서, 공공과 민간의 협력으로 성과를 이뤄낸 대표적인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모델로도 꼽힌다. 지난 40년간 유한킴벌리는 국내외에 57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가꿨다. 국내에 3100만 그루를 비롯해 북한 1285만 그루, 몽골 1278만 그루, 중국 42만 그루 등이다. 숲의 규모로 따지면 1만6500ha로 여의도의 약 56배 크기다. 지금까지 숲 가꾸기에 참여한 시민은 40만5102명, 캠페인으로 조성된 숲길은 66.82km에 이른다.

유한킴벌리가 첫 번째 숲을 만든 충북 제천 백운면 화당리. 1985년 당시 민둥산이던 곳이40년 만에 나무빼곡한 숲이 됐다.

◇국내서 시작한 숲 만들기, 몽골에도 뿌리 내려

캠페인 초기에는 나무심기에 주력했다. 1980년대에 국내에도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 많았다. 유한킴벌리는 1985년부터 신혼부부 나무심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간 참여한 신혼부부는 2만명이 넘었고, 초창기 참여자들의 자녀들이 다시 나무 심기에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1988년에는 청소년들이 숲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그린캠프’를 운영했다. 1999년에는 학교 담장을 허물고 나무로 꾸미는 ‘학교 숲’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조성한 학교 숲은 738곳에 이른다.

2000년대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도시에 숲을 만들기로 했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는 스트로브잣나무를 심은 ‘우리 동네 숲1호’가 있다. 2007년부터 동네 자투리 땅을 활용하는 ‘마을 숲’ 캠페인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도시 숲 조성으로 가꾼 숲은 115ha 규모로 지금까지 15만 그루를 심고, 32만 그루를 가꿨다.

단순히 숲을 심고 가꾸는 일만 이뤄진 건 아니다. 1997년 IMF 당시 숲 가꾸기를 통해 실직자를 구제하고자 했던 생명의 숲 국민운동에는 시민사회와 전문가 등이 대거 참여했고, 정부에 숲 가꾸기 공공근로사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유한킴벌리는 NGO와 전문가 그룹, 산림청 등과 협업을 통해 약 17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최근 캠페인 40주년 성과 정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캠페인의 장수 요인으로 명확한 목적성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을 꼽았다.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가장 큰 핵심 가치는 결국 진정성이며, 진정성을 확인하는 두 가지 요소는 투입된 시간과 일관성”이라고 설명했다. 차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는 “사회적 정당성을 얻어낸 기업은 웬만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사람들의 긍정적 평가를 얻게 된다”며 “일관되고 지속적인 캠페인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되면서 기업 명성을 견고하게 했고 브랜드 가치도 상승시켰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 시민사회, 전문가 등 다 영역 간 협업에 기반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공동의 목표를 실천해 온 점은 캠페인을 지속 추진할 수 있었던 동력이다.

국공유림 나무 심기로 시작된 캠페인은 기후변화, 사막화, 미세 먼지와 같은 글로벌 환경 문제와 결합해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특히 캠페인 30년 되던 해 유한킴벌리는 몽골 토진나르스에 소나무 숲을 복원하기로 한다. 몽골 북부의 토진나르스 소나무 숲은 토양, 수자원을 보전하고 주변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했지만, 산불과 과도한 벌목 사업으로 사막화가 진행된 곳이었다. 기능을 잃은 숲을 복원하는 일에는 시간이 더디 갔다. 2003년부터 매년 100ha 규모로 나무를 심고 가꿨다. 지금까지 3250ha에 약 1000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고 울창한 숲이 됐다.

몽골토진나르스에 사막화 방지를 위해 복원한 소나무 숲. 면적 3250ha에 약 1000만 그루를 심었다. /유한킴벌리

◇국민 10명 중 7명이 아는 캠페인이 되기까지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이 아는 공익 캠페인이다. 지난해 유한킴벌리가 외부 기관에 의뢰한 설문에 따르면, 국민의 약 77%가 캠페인을 인지하고 있고 제품을 구입할 때 유한킴벌리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개별 제품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평균 27%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기업이 40년간 하나의 캠페인을 이어가는 일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캠페인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하고 이끈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6개월마다 캠페인을 접자고 하는 선배들을 설득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사업 초기 10년간은 유한킴벌리에서 나무 심기 기부금을 산림청에 전달할 때마다 세금을 내야 했다. 정부에 기금을 내면서 공익 사업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면세 처리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지속한 캠페인은 유한킴벌리의 기업 문화와 비즈니스에도 깊이 뿌리 내리며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이사가 바뀌어도 기업 비전과 경영 목표 등에는 항상 ‘사회적 책임’ ‘지속 가능 경영’ ‘ESG 경영’과 같은 공유 가치가 강조된다. 특히 유한킴벌리는 오는 2030년까지 지속 가능한 제품에서 매출의 95%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연계 캠페인도 다양해지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그린 액션 얼라이언스’, 사회 환경 변화를 이끌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그린 임팩트 펀드’, 이른둥이 출생 비율 증가 추세에 주목한 ‘이른 둥이용 초소형 기저귀 무상 공급’, 생리 빈곤 해소 기여를 위한 ‘힘내라 딸들아 생리대 기부 캠페인’ 등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40주년 기념 타이틀을 ‘고맙숲니다’로 정했다. 진재승 유한킴벌리 대표이사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40년을 지속하고 사회 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지혜와 성원을 보낸 이해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작은 힘이지만 기업 시민으로서 당면한 기후 위기 극복에 함께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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