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 of Nature

김현지 2024. 4. 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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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스 Gigas를 처음 알게 된 건 2022년 여름이었다.

기가스를 이끄는 정하완 셰프는 스페인 무가리츠 Mugaritz, 독일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라 비에 La Vie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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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지닌 쾌락의 맛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기가스 정하완 셰프의 이야기
고수와 유자, 무, 초피, 시금치, 소렐, 신선초, 원추리 등을 곁들인 추자도 고등어 에스카베체.
높은 층고를 통해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기가스의 전경.
기가스를 이끄는 정하완 셰프.

기가스 Gigas를 처음 알게 된 건 2022년 여름이었다. 지인이 최근 독특한 레스토랑이 생겼다며 추천받아 방문했던 곳. 국내 파인다이닝 업계에서는 흔치 않은 지중해식 카테고리에다 10코스 정도로 구성된 디시는 채소와 해산물이 주를 이뤘다. 무엇보다 30년 넘게 채소의 향과 맛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흙맛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새빨간 비트에서는 초당옥수수 같은 달큰함이 배어 나왔고, 그토록 향기로운 옥잠화가 먹을 수 있는 꽃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육류와 해산물을 거드는 조연으로만 생각했던 채소가 이런 훌륭한 주연이 될 수 있다니. 눈여겨보던 기가스는 최근 청담동에서 회현동 피크닉 3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큰 창을 통해 자연과 계절의 변화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곳. 옥인다실 이혜진 대표와 카인드 건축사사무소의 손을 거쳐 담백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공간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

기가스를 이끄는 정하완 셰프는 스페인 무가리츠 Mugaritz, 독일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라 비에 La Vie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코로나19 때문에 13년만에 한국에 들어왔다가 오랜만에 시장 구경을 하는데 너무 실망했어요. 채소 바로 앞을 지나가도 아무런 향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 많은 채소의 생산량과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비닐하우스 재배밖에 답이 없거든요. 날씨를 역행하는데 채소 본연의 향이 날 수가 있나요.” 그는 경기도에서 당근 농사를 짓는 아버지가 떠올랐다. 요리에 사용할 채소를 직접 재배하면 한국에서도 원하는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날부터 농부로서 제2의 삶이 시작됐다. 각종 뿌리채소부터 허브에 이르기까지 수십여 종의 채소를 발아시켜 땅에 심었다. 모든 재배 과정은 친환경과 유기농을 고집했다. 그렇게 기가스를 오픈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레스토랑 문을 닫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경기도 와니농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온종일 밭을 일군다. 도시의 아스팔트보다 농지의 흙이 익숙하고 평온하다. 기가스는 2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지속 가능성을 위해 실천을 아끼지 않는 그린 스타를 수상했다.

최고의 음식과 서비스를 위해 6개 테이블과 2인을 위한 바 테이블만 놓았다.

“애초부터 지속 가능성과 팜 투 테이블이라는 컨셉트를 먼저 떠올리고 시작한 게 아니에요. 채소는 정말 맛있거든요. 자연의 쾌락이 전부 들어가 있어요. 손님들이 그 쾌락을 직접 느끼셨으면 했어요. 그게 바로 레스토랑의 존재 가치라고 생각했고요. 누군가가 ‘음식을 먹고 목이 뒤로 꺾여야 돈 낼 가치가 있는 음식이라고’ 하더군요”.

셰프와 농부를 겸하는 투박한 손끝에서 기가스의 모든 메뉴가 완성된다.

기가스의 모든 메뉴 구성은 와니농장 작황에 의해 결정된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채소 대부분을 이곳에서 수급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바뀌고 옷차림이 바뀌면 이곳 메뉴도 바뀐다. 결국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다. 채소 외에 받쳐줄 해산물은 전국 각지의 어부들에게서 직접 받아 사용한다. 테이블 위에 오르는 음식은 모두 화려하거나 일부러 꾸며내지 않는 그의 모습과 꼭 닮았다. 그가 가장 힘을 주는 부분은 바로 소스. 모든 소스는 채소를 베이스로 만드는데, 각각의 원물이 지닌 향과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방식으로 만든다. 메뉴 첫 시작으로 내오는 주스 한 잔에 큐민 시드와 고수 시드, 펜넬 꽃 등 20~30가지 허브와 씨앗이 들어간다. “이 씨앗을 골라내는 게 너무 힘들어요. 씨앗을 골라내고 있으면 동네 할머니들이 함께 도와주시곤 해요. 근데 향이 정말 좋거든요. 이리 와서 한번 맡아봐요.” 아이를 키워내는 마음으로 일군 채소에는 자연에 가장 가까운 향기가 깃들어 있었다.

웰컴 드링크로 내는 허브 주스와 한련화 비네가로 마무리한 허브 샐러드.
농장에서 직접 뜯어온 각종 허브. 시금치와 원추리, 펜넬, 소렐, 신선초
셰프와 농부를 겸하는 투박한 손끝에서 기가스의 모든 메뉴가 완성된다.
무늬오징어와 곁들인 3가지 뿌리채소. 오징어 먹물 소스와 버팔로 부라타, 허브 크림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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