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슈퍼 사이클이 돌아왔다"…'활기찬' 현대힘스 포항공장

포항=최유빈 기자 2024. 4. 2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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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문화 공장으로 생산성 극대화… 회사도 전성기 모습 되찾아
조선업 슈퍼 사이클을 맞은 현대힘스가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현대힘스 포항공장. /사진=최유빈 기자
"조선업 사상 최대 호황이었던 20년 전보다 더 바쁩니다."

지난 18일 포항공장에서 만난 현대힘스 직원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주요 고객사인 HD한국조선해양 3사(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가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고부가가치선 수주를 휩쓸면서 현대힘스도 밀려드는 주문에 바쁜 나날을 보낸다.

현대힘스는 선박 건조에 필요한 블록을 생산한다. 블록은 도장(塗裝·칠) 작업까지 마친 뒤 납품되기 때문에 고객사의 생산성에 일조하고 있다. 뛰어난 품질과 철저한 납기 준수로 고객들의 신망도 두텁다. 현대힘스 포항공장은 올해 1월 HD현대중공업으로부터 품질우수협력회사로 선정된 바 있다.
현대힘스 포항공장이 HD현대중공업으로부터 품질우수협력회사로 선정됐다. /사진=최유빈 기자
박경민 부장은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 확대로 현대힘스도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공장이 일감으로 가득 차면서 슈퍼 사이클이 돌아왔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포항공장은 1·2공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생산능력은 연 10만톤에 달한다. 선미, 선수, 중앙부 등 규격 블록뿐 아니라 엔진룸과 액화천연가스(LNG) 사이드 트렁크(탱크 상단 커버) 등을 주요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LNG 사이드 트렁크를 사외제작사에서 수주한 것은 현대힘스가 처음이다.

현대힘스는 전문화 공장 운영으로 반복건조 효과를 누리고 있다. 1인 기준 한 달에 25~26톤의 사이드 트렁크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포항2공장의 목표는 30톤으로 20%가량 많다.

이진성 포항공장 부공장장은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하는 LNG선 3분의 2에는 현대힘스에서 제작한 커버가 들어간다"며 "도장부터 페인트까지 작업한 뒤 전달하기 때문에 고객사는 가져다 붙이기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현대힘스 포항공장에 적치된 블록. /사진=최유빈 기자
현대힘스는 고객 수요 증가에 따라 전천후 작업장(무빙 셀터)를 추가 설치했다. 무빙 셀터는 높이 15m, 길이 40m, 폭35m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130m의 레일을 따라 작업장을 이동할 수 있는 작업장이다.

무빙 셀터에선 엔진룸 블록 작업이 한창이었다. 다량의 파이프 라인이 설치되는 엔진룸은 전기·용수·기름 등이 모두 들어가야 해 가장 난이도가 높은 블록 중 하나로 꼽힌다. 배관 파이프를 설치할 수 있는 사외제작사는 현대힘스를 포함해 전국에 두 곳에 불과하다.

작업장 곳곳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의 안전모에는 이름, 국적과 더불어 한국어 실력 수준에 따라 초록색, 노랑색, 황색 등의 색이 표시돼 있었다. 소장이나 팀장들이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한 작업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면 이들이 나머지 작업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현대힘스는 원활한 소통을 위해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문장을 7~8개국 언어로 번역해 작업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현대힘스가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한 것은 외국인 작업자 비율이 지속 증가한 영향이다. 전체 가운데 외국인 작업자 비율은 약 41%, 이달 기준 54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인력 수급이 중요해지면서 포항공장은 1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도 운영된다.
현대힘스가 운영 중인 포항 기숙사 '영일관'. /사진=최유빈 기자
현대힘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철저한 납기 준수다. 이 부공장장은 "평균적으로 블록 하나를 만들어 출하하는 데는 약 80~90일이 소요된다"며 "난이도가 높은 블록은 미리 제작을 시작하는 등 완급 조절을 통해 HD현대중공업에서 사용하는 표준 공기를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라고 했다.

포항공장에서 조금 떨어진 선착장으로 이동하자 현대힘스에 봄이 돌아왔다는 것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선착장에는 포항공장에서 옮겨온 블록들이 바지선을 통해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로 이동될 준비가 한창이었다. 선수(F), 선미(A), 엔진(E), 데크(D), 바닥(B) 블록 등 선적을 기다리는 블록은 약 60개에 달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60억원 규모다.

최지용 사장은 "생산 관리 노하우 만큼은 국내 어느 회사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한다"며 "앞으로도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예측하고 선제 대응해 현대힘스만의 초격차를 확보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현대힘스 포항 선착장에 적치된 블록. /사진=최유빈 기자


포항=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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