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입주민 벤츠 빼주려다… 경비원이 12대 추돌사고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중 주차된 입주자의 벤츠 차량을 이동시키던 70대 경비원이 다른 차량 12대를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를 당한 일부 차주는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경비원이 책임을 질 경우 억대 비용을 물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8시쯤 여의도의 A 아파트 경비원 안모(77)씨는 이중 주차된 차량을 정리하다가 사고를 냈다. 벤츠 차량을 후진하다가 7대, 이후 직진을 하다 5대를 들이받았다. 차량 대부분은 앞뒤 범퍼나 후미가 찌그러졌다고 한다.
A 아파트 경비원들은 주민 차량 열쇠를 보관했다가 요청이 있으면 차를 대신 빼주는 ‘대리 주차’를 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 때 경비원이 이중 주차된 차량을 직접 몰거나 밀어서 빼준다. 아파트가 1975년 준공돼 가구당 주차 가능 대수가 한 대라 주차난을 겪어 온 탓이다. 본지가 살펴본 경비실 서랍에는 차량 열쇠가 가구별로 보관돼 있었다.
경비원 안씨는 본지에 “22일 아침에 후진하다가 순식간에 사고가 나버렸는데 돈이 한두푼이 아니라서 걱정이 크다”며 “은퇴 후 17년 동안 이 아파트에서 쭉 근무했는데, 사고 트라우마로 경비원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안씨가 몰았던 벤츠의 차주 이모(63)씨는 “수리비 견적만 5000만원이 나오는데 렌트비와 합치면 최소 억대 비용이 나올 것 같다”며 “피해 차주 12명 중 1명은 강력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고, 2명은 사고 상황만 문의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피해 차량 중에는 2억가량 벤츠도 있었다. 이씨는 “급발진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있다”며 “70대 경비원이 딱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용역 업체 소속인 안씨는 파견 근로자 신분이기 때문에 따로 적용되는 책임보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가해 차량 보험은 차주 이씨 부부 명의로 가입돼 있다. 하지만 제3자인 경비원 안씨가 운전했기 때문에 보상은 어렵다고 한다. 2021년 10월부터 시행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경비원에게 대리 주차를 시키는 건 불법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관리사무소에서 아파트 전체에 화재보험이나 배상책임보험을 들어놓았다면 일부 보상은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본지는 A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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